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돌바람 Dec 30. 2021

쓸모있는 삶

귤껍질을 말리는 겨울 제주도 도로를 만나고...

   날이 추워지기 시작하면 등장하는 과일이 감귤이다. 우리나라 과일의 대부분이 봄에 꽃 피워 여름 혹은 가을에 수확하게 되는데 감귤은 겨울이 다가오는구나 싶을 때가 되어서야 수확이 된다. 물론 요즘은 하우스에서 키운 귤이 먼저 나오기도 한다. 별다른 도구 없이 손쉽게 껍질을 깔 수 있고 새콤달콤한 맛이 있어 즐겨 찾게 되는 과일이 감귤이다.

   어릴 때에는 아버지 친구분이 귤 농장을 하셔서 수확철이 되면 종종 박스 채로 가져다 주셨고 그걸 한 바구니씩 끌어안고 뜨듯한 아랫목에서 눈은 하염없이 TV를 보고 있고 손은 하염없이 귤 껍질을 까서 알맹이를 입으로 배달하곤 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바구니는 비어있고 손 끝은 노랗게 물들기도 했다.

   그렇게 나온 귤 껍질들은 공터에서 잘 말리곤 했다. 보통은 마당이나 옥상을 이용했지만 많은 경우는 사진에서처럼 도로 옆 빈 공간을 이용해서 말렸다. 예전에는 참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이었는데 요즘은 제주도에서도 쉽사리 찾아보기 어려운 풍경이 되었다.


   귤을 먹고나서 흔히 그냥 버리게 되는 귤 껍질.

   잘 몰라서 그렇지 이 귤 껍질은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귤 표면에는 구연산, 팩틴 성분들이 농축되어 있어 이런 성분이 먼지를 제거해주고 윤기 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고 한다. 귤 껍질 안쪽의 흰색 부분을 이용하여 가스레인지나 전자레인지의 기름기를 닦아 내는 데에도 많은 효과가 있다. 말린 귤 껍질은 입욕제로 사용할 수도 있다. 리모넨 성분이 들어 있어 피부를 매끄럽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말린 귤 껍질을 거즈에 넣고 욕조에서 20분 정도 우려내면 훌륭한 입욕제가 된다고 한다. 또 이렇게 우려낸 귤 껍질 물은 세탁 세제와 함께 사용하면 테르페트이드 성분이 있어 표백 효과를 내기도 한다. 무엇보다 가장 많이 활용하는 것은 귤피차로 마시는 것이다. 귤 껍질을 소금과 식초를 섞은 물에 씻어낸 다음 껍질을 잘게 썰고 말려준 뒤 물을 부어 마시면 귤피차가 완성되는데(맛을 보고 꿀을 넣어 마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귤피차는 비타민C가 많아서 감기 예방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고 한다. 또한, 귤피차는 노폐물을 깨끗하게 배출시켜 주는데 어느 정도 도움을 주기 때문에 동맥 경화를 막아주는 데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게다가 예로부터 귤피차가 지방을 줄여준다고 알려져 있어 다이어트에도 좋다고 한다.


   어디 귤 껍질뿐일까.

   사람살이 또한 그렇지 않을까 싶다. 경제적인 이유(조금더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돈 문제) 때문에 버려지는 것이 비단 물건들에 국한되지는 않는 게 현실이다. 어쩌면 예전보다 더 사람을 쉽게 버리는 문화가 아무렇지도 않게 점점 더 퍼져가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한순간에 쓸모없는 사람 취급을 당하게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세상 어느 누구 하나 그렇게 버려질 수는 없는 일이다. 누구나 그 나름의 의미를 갖고 있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주만큼의 세계가 그에게도 내재되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쉽게 무시당하고 버려지고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아무렇지도 않게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 그저 슬플 뿐이다. 그러다보니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자신의 모습을 처량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게 되고 스스로 쓸모없는 인간처럼 느껴지는 일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을'의 입장에서는 언제든 비참한 처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어디서는 '을'이지만 또 어디선가는 '갑'일 수도 있다. 항상 '갑'일 줄 알고 뻗대서도 안되지만 항상 '을'이라고 생각하며 자책할 필요는 더더욱 없다. 사실 사람사이의 관계에 갑과 을이 어찌 존재할까. 그건 어디까지나 계약관계일 뿐이고 인간관계를 그렇게 삼는 것은 자신을 스스로 계약관계의 일부로 만드는 게 아니겠나 싶다. 

   그러니...

   쉽게 판단해서 버리지도 말 것이며, 쉽게 판단해서 무시하지도 말아야 할 것이다.


   세상에 쓸모없는 존재는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구름 속으로 사라지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