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보이지 않는 당신이 괜찮아지기를 바라며…
실수를 하고 말았다.
평범하게 2루수 방면으로 오는 땅볼을 이 친구는 빠뜨리고 말았다. 그 바람에 3루에 있는 주자가 홈으로 들어왔고 이 친구의 팀은 실점을 하고 말았다. 벤치에는 순간 정적이 흘렀고 이 팀의 다른 선수들은 조용히 눈치를 보았다. 감독 선생님의 표정이 심하게 일그러졌기 때문이었다.
다음 이닝. 첫 타자가 타석에서 투수의 공을 맞이하는 동안 그 친구는 대기 타석에서 몸을 풀어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감독 선생님은 그 친구를 불러들였고 다른 친구가 대기 타석으로 들어섰다. 헬멧도 쓰고 장갑도 끼고 타석에 들어설 순간만을 기다리던 그 친구는 더그아웃 앞쪽 난간에 기대 망연히 필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입으로는 타석에 있는 친구에게 "파이팅"을 외쳐주고 있지만 실망한 뒷모습은 감출 수가 없었다.
마음이 얼마나 쓰리고 아팠을까? 상황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 상황에서 무언가 자신이 더 할 수 있는 것이 없고 오히려 일을 망치고 말았다는 자책감에 얼마나 상심이 컸을까?
물론 다들 게임에 집중해서 그랬으리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누구 하나라도 이 친구에게 다가가서 "괜찮아?"라고 말 한마디 건넸으면 어땠을까 싶었다. 리틀야구 사진을 찍겠다고 갔던 나조차도 더그아웃에 들어갈 수만 있었다면 가서 어깨를 토닥여주고 싶을 정도였다. 너무도 외로워 보였고 괴로워 보였다.
관객석에서 한 여인이 게임은 안 보고 안타까운 표정으로 더그아웃만 망연히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도 이 친구의 엄마이리라. 관객석 한편에서 그런 아들을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그 엄마는 '괜찮다~'며 얼마나 아들을 다독여주고 싶었을까?
뻔히 알면서… 왜 물어봐?
예전에 어느 드라마에서 봤던 장면이다. 사실 꽤 여러 드라마에서 비슷한 장면이 있어 어떤 제목의 드라마인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굉장히 심적으로 힘든 일이 있어 현관문을 들어서는 기색부터가 영 안 괜찮아 보이는 딸의 모습을 본 어머니가 조심스레 딸의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리고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괜찮아?"
잠시 침묵이 흘렀고 이내 대답이 돌아왔다.
"괜찮기는…… 보면 몰라? 괜찮을 리가 있겠어? 뻔히 알면서… 왜 물어?"
다소 신경질스러운 반응과 함께 딸의 두 뺨 위로 주르륵 눈물이 흘러내렸다. 엄마는 당혹스러워했다. 그는 그저 위로를 하려고 했던 것뿐이었는데 돌아온 대답은 뜻밖에도 너무나 날카로웠다. 허나 이내 깨달았다. 그런 변변치 않은 위로는 도리어 위로가 될 수 없다는 것을. 하지만 서운함은 못내 가라앉지 않았다. 선의로 한 말인데… 굳이 그렇게까지 반응할 것까지야… 그럼에도 다시 한번 말을 건넸다.
"아니… 나는 그저 네가 너무 힘들어 보여서 말야."
그 말과 함께 딸의 손을 잡아주었고 딸은 이내 엄마의 품 속으로 묻혀 들어갔다. 엄마는 딸의 날카로운 대답에 상처를 조금 받았지만 그럼에도 그런 비슷한 상황이 생기면 또 똑같이 그런 말을 하고 있을 것이다.
"괜찮아…?"
'괜찮아요?'라는 질문
그렇다. 생각해 보니 이상하리만큼 그 질문은 꼭 그렇더라.
'괜찮아요?'라는 말은 괜찮지 않을 때만 하게 되는 질문이다.
괜찮지 않음을 알 수 있기에 하게 되는 질문이다.
괜찮았으면 하는 하는 마음에 하게 되는 질문이다.
아끼는 후배에게 이 글로 대신 마음을 전합니다.
먼 길을 떠나는 동생의 무거워진 마음을 헤아린 듯 먼저 세상을 떠난 누님과,
더 먼 길을 먼저 떠난 어머니 같은 누님을 보내고 이제 먼 곳으로 떠나야 하는 동생.
어쩔 줄 모르는 마음에 눈물로 가득할 그 동생의 독일행 비행기.
부디 괜찮아지길 빌어봅니다. 잘 다녀오니라~
누님도, 어머니도 너에게 얘기하고 있을 거야.
"괜찮아?"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