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돌바람 May 17. 2023

장갑을 벗어 던지고...

제발 살아서 싸우라!


 … …


2023년 노동절...

그리 특별하지 않은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저 어느 집의 큰아들이었고, 아버지였을 것이다.

그저 땀의 신성함을 믿고 있는 이였을 것이다.

그는 그저 먹고 사는 일이 조금 덜 힘겹기를 바랄 뿐이었을 것이다.

그런 그가 장갑을 벗어 던졌다.

그리고 삶을 불태웠다.


1970년...

그는 스스로 바보라 칭했다. 노동자들이 자본가들에게 착취당하는 모습에 대한 항의였으리라.

그의 외침은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일주일에 한 번만이라도 햇볕을 보게 해 달라."

그의 외침을 시청도, 노동청도, 언론도, 청와대도 외면했다.

그래서 그는 결심했다.

그의 스물두 살 젊은 삶을 불태웠다.

그는 서서히 목숨이 사그러드는 중에도 또렷하게 어머니에게 말했다.

"어머니, 내가 못다 이룬 일 어머니가 꼭 이루어주십시오."

그의 어머니는 답했다.

"아무 걱정마라. 내 목숨이 붙어있는 한 기어코 내가 너의 뜻을 이루마."

그리고 그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한 세월 …

그의 어머니는 냉혹한 70~80년대에 그의 삶을 이어 살았다.

그 시절, 자신의 생을 불태우며 소리치던 이들이 많아졌다.

그의 어머니는 그들에게 말했다.  

"제발 살아서 싸우라!"

그리고 그의 어머니는 말했다.

"여러분! 여러분이 전태일입니다. 내 아들 전태일이라고 특별한 사람이 아닙니다. 자신의 권리를 찾고 모든 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살게 하기 위해 외치는 사람 모두가 전태일입니다!"

그리고 그 어머니는 2011년 먼저 간 아들 전태일을 찾아 떠났다.


다시 2023년 …

대체 언제까지 이래야만 하는 것일까.

도대체 언제면 끝이 나는 것일까.

더 나은 삶을 위해 현생을 삶을 포기해야 하는 아이러니.

삶의 부당함을 죽음으로 주장해야 하는 아이러니.

2023년에도 이런 아이러니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예상은 하지 못했다.

1970년 그의 어머니에게 돈가방을 들이밀며 회유하던 이들은

2023년 법을 간교히 이용하고, 돈의 힘을 무기로 삼아 그들에게 압박을 하고 있는 현실!


그들이 장갑을 벗어던지지 않게 해주었으면 한다.

장갑 낀 손으로 즐겁게 웃으며 일할 수 있기를 …

언제고 따스한 햇볕과 함께 행복한 노동이 될 수 있기를 …

그것이 그리 특별한 일은 아닐 것이고,

그것이 그리 특별한 사람들만 누릴 수 있는 권리는 아니기에!




2023년 봄, 분신으로 세상에 저항하신 건설노동자, 또 한 명의 전태일 열사!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이제는 더이상 …

더 나은 삶을 위해 자신을 불태우는, 안타까운 희생이 생기지 않았으면 합니다.

살아서 싸워도 충분한 상식의 시대가 열리기를 기원합니다.

그렇게 되도록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 남은 이들의 역할이 아닐까 싶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전원의 풍경?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