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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바람 Sep 27. 2022

익숙한 장소에서의 낯선 풍경

여기는 어디일까?

어디일까?

  너른 백사장이 앞에 있고 멀리 푸른 바다가 있으며 그 풍경을 보러 온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이는 이곳.

강릉의 경포 해수욕장이다. 송림을 뒤에 놓고 백사장과 맞닿은 그곳에 송림을 따라, 백사장을 따라 길게 이어진 나무 데크를 따라 걷다가 만난 풍경이다.


여름 동해안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이 너무 북적거리는 곳은 왠지 휴가나 휴식의 느낌을 받기가 어렵다. 그래서 여름에는 유명한 해수욕장에 가지 않는다. 여름 해수욕이야 어릴 때 충분히 즐길 만큼 즐겼고(나는 제주도 해변가 어느 마을 출신이다), 시원한 바다 풍경을 좋아하고 그리워하지만 여름의 동해안 유명 해수욕장은 넘쳐나는 피서객들로 인해 그 시원함을 제대로 느끼기가 어렵다. 그래서 여름이 다 지나고 가을도 지나갈 무렵 초겨울 동해안 백사장의 풍경을 좋아한다(물론 사진을 찍으러 다니는 사람이라서 더 그렇기도 하다). 그래서 일부러 사람이 없는 계절을 골라 동해안 해수욕장을 찾는다.

  가을이 짙어져 가는 어느날 강릉 경포 해수욕장의 백사장 끝 쪽에 있는 나무 데크를 따라 걷다가 이런 풍경을 만났다. 여름이라면 절대 있을 수가 없는 풍경이다. 사진에 보이지 않는 데크 뒤편으로는 작은 식당을 하는가게가 있었고 아마도 그 가게에서 내건 빨래로 보였다. 멀리서 불어오는 해풍에 그렇게 빨래를 말리고 있었다. 치 어느 시골 어촌 마을에서 해풍에 생선들을 말리듯이 빨랫줄에 빨래들이 줄지어 걸려있었다.


익숙한 것에서 느껴지는 낯선 모습

비단 그것은 풍경만의 일은 아니다. 익숙한 사람에게서 느끼는 낯선 느낌. 처음에는 참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또한 그의 일부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비록 내가 생각했던 그의 모습이 아닐지라도, 나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또한 그의 일부임은 분명한 것이다. 때로는 그런 당혹스러운 다른 모습 때문에 그 사람과 절연을 하게 될 수도 있다. 그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닐까. 하지만 조금만 시선을 달리 해서 본다면 그 새로운 모습은 다른 매력이 될 수도 있다. 오히려 그 때문에 그에 대한 호감도가 더 높아질 수도 있다. 뻔한 그림에 뻔한 스토리를 가진 드라마에서는 별다른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나의 기준에서 나의 마음에 쏙 드는 그런 것 말고 익숙한 모습에서 느껴지는 낯선 매력에 빠져보는 것도 좋은 일이다.

바다는 바다로서의 모습이 있지만 그 바다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바다의 모습이니까.

보여지는 나의 모습 말고도 아직 드러나지 않은 나의 모습도 언젠가는 나타날 수밖에 없으니까.

지금껏 보았던 익숙한 그의 모습 말고도 아직 발견하지 못한 그의 또다른 모습도 나타날 수 있으니까.

그를 오롯이 사랑한다는 것은 그런 낯선 모습까지도 사랑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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