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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15]빅토리아 폭포의 웅장함

말로도, 사진으로도 다 못 담는다!!

by 돌바람

빅토리아 폭포를 향해 길을 나서다

2022년 2월 4일, 맑은 하늘이 우리의 아침을 반겨주었다. 우여곡절 끝에 얻은 리조트의 방에서 달콤한 밤을 지내고 아침을 간단히 먹은 후 빅토리아 폭포를 향해 나서기로 했다. 비는 당최 내리지 않을 것 같은 맑은 날씨였지만 모두 우비를 하나씩 챙겼다. 폭포의 중심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세계 3대 폭포를 만난다는 설렘과 함께 작은 수영장이 있는 리셉션 앞 쉼터에서 모두 만나 길을 나섰다. 다시 한번 어젯밤의 에피소드가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날이 밝고 보니 이 리조트의 시설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만약 방이 없어 텐트에서 하룻밤을 지새웠다면... 으으~ 추억으로는 남겠지만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 상상이었다.

리셉션 앞의 작은 수영장. 리조트의 시설은 꽤나 훌륭했다.

정문을 통해 빠져나오니 커다란 시멘트 담벼락을 하얗게 칠해 놓은 위에 'Welcome to Shearwater Explorers Village"라는 문구가 선명히 새겨진 것이 보였다. 어젯밤 택시의 헤드라이트로 보고 처음이었다. 우리는 이런 좋은 곳에서 묵었다고 인증이라도 해야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어젯밤 에피소드 때문에 더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이 간판(?)을 배경으로 설정샷을 찍기도 했다. 정문에서 나와 조금 걸어가니 코뿔소 모양을 한 조형물이 하나 보였다. 사전 조사 때 찾았던 Elephant Walk 쇼핑센터였다. 아프리카의 돌과 나무 등을 이용한 여러 조각품과 기념품을 파는 곳이었다. 그런데 이곳 말고도 주변에는 비슷한 공예품을 파는 가게들이 많았다. 이른바 Artist Village가 형성되어 있는 곳이었다. 직진님은 이미 이른 아침에 이곳을 다녀왔다고 했다. 정말 수준 높은 공예품들이 있다고 꼭 가보자고 했다. 그런데 일단은 우선 폭포부터 다녀와야 했기에 나중에 들르기로 하고 지나갔다.

리조트 입구의 간판을 배경으로 인증샷(왼쪽), 공예품 판매 센터 앞의 거대한 코뿔소 조형물(오른쪽)

숙소에서 나와 5분도 채 안되어 폭포로 가는 도로를 만난다. 폭포까지는 그다지 멀지 않은 거리라 우리는 도로를 따라 걷기로 했다. 10여 분만 더 걸으면 폭포 입구까지 도달한다. 조금 걷다 보니 원숭이들이 도로 곳곳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남아공의 희망봉 근처에서도 만났던 그 원숭이들을 이곳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그대의 기억 때문일까 우리는 원숭이들에게 자극을 주지 않고 조용히 지나가려 애를 썼고 다행히 녀석들도 우리들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다들 자유롭게 자기의 갈 길을 갔다. 동물원이 아니라 거리 곳곳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원숭이를 만날 수 있다는 게 참으로 신기하기도 했고 역시 이곳이 아프리카 맞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도로를 활보하는 원숭이들


빅토리아 폭포 입구에 도착하다.

얼마 뒤 드디어 폭포 입구가 눈에 띄었다. 짐바브웨 영토 모양의 석판에 "Welcome to Mosi-oa-Tunya Victoria Falls Zimbabwe"라고 쓰인 안내판이 보였다. 이 안내문구의 중간에 있는 Mosi-oa-Tunya는 빅토리아 폭포의 다른 이름이다. 원래 이 폭포는 이곳 원주민들이 먼저 발견했고, 멀리서는 엄청나게 치솟는 물보라와 폭포 물이 떨어지는 굉음 밖에 들리지 않기 때문에 '천둥 치는 연기'라는 뜻의 원주민 말인 Mosi-oa-Tunya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러다가 영국 탐험가 David Livingstone에 의해 발견되면서 리빙스톤이 이 폭포의 이름을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이름을 따서 빅토리아 폭포라고 지어 세상에 알린 것이다.

빅토리아 폭포 입구의 표지석. Welcome to Mosi-oa-Tunya Victoria Falls Zimbabwe라는 문구가 선명하다.

티켓팅을 하려고 입구에 채 들어서기도 전부터 폭포의 물소리가 멀리서 아련히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어제 이곳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도 거대한 물보라가 보일 정도였으니 그 폭포의 웅장함은 이미 상상하고도 남을 일이었다. 세계 3대 폭포이자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도 선정되어 있는 이 빅토리아 폭포는 잠비아와 짐바브웨의 국경에 걸쳐 흐르는 잠베지강에 있는 길이 1676m, 최대 낙차 108m에 이르는 장대한 규모의 폭포이다. 1인당 30USD씩 하는 티켓을 끊고 입구 안으로 들어갔다. 작은 매표소 건물 안의 안내판에는 10여 개에 이르는 조망 포인트가 지도로 표시되어 있었다. 폭포를 따라가며 나타나는 포인트마다 폭포의 여러 다른 모습들이 나타난다며 번호 순서대로 탐방을 하면 좋을 것이라고 안내판을 보고 있는 우리들에게 직원이 설명해주었다.

매표소 건물 안의 안내판(Map of the Rainforest)에 감상 포인트별로 숫자가 적혀 있다.

안내판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첫 번째 폭포의 맞은 편인 3번 포인트에서 폭포 감상을 시작하기로 하고 길을 나섰다. 우리를 처음 맞이한 것은 숲이었다. 매표소에서 폭포의 감상 포인트까지 가려면 몇 분 정도를 걸어가야 하는데 그 길 양 옆으로는 빽빽한 나무 숲이 형성되어 있다. 폭포가 내뿜는 어마어마한 양의 물보라를 바탕으로 많은 나무와 풀이 자라고 있었다. 마치 잘 정비된 열대의 숲, 혹은 제주도의 곶자왈을 걷는 듯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물기를 머금은 현무암에 고사리과의 식물이 자라고 있는 모습은 곶자왈의 그 풍경을 연상하기에 딱이었다. 나무 그늘이 뜨거운 햇볕을 막아주고 적당한 습도와 바람이 폭포로 가는 길의 설렘을 더해주고 있었다.

폭포로 향하는 길은 시원한 숲이 좌우측으로 펼쳐져 있다.


드디어 만나다, 빅토리아 폭포~!!

얼마를 걸었을까? 폭포가 모습을 드러내기도 전에, 우리가 그 포인트에 완전히 다가서기도 전에 이미 장엄한 폭포 소리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윽고 나무 숲의 끝이 보이고 그 사이로 물보라가 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3번 포인트 Devil's Cataract에 도착했다. 그리고 드디어 만났다. 빅토리아 폭포~!!

3번 포인트 Devil's Cataract임을 알리는 작은 나무 표지판이 있고 작은 화단 너머로 폭포가 있다.

입구를 지나 안으로 몇 걸음 들어가자 작은 화단 너머 그야말로 거대한 물줄기가 검은 암석 사이로 수직 강하하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엄청난 수량과 함께 겁이 절로 날 만큼의 빠르기로 깊은 계곡을 향해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폭포는 떨어지고 있었다. 그 스케일과 소리가 사람을 압도할 만했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폭포들을 이 앞에 갖다 대면 갓난아기 수준이 될 수밖에 없었다. 금방이라도, 무엇이든 다 삼켜버릴 만한 기세로 떨어지는 그 폭포는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웅장함과 함께 무서움을 함께 느끼게 해 주었다. 그 이름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마치 시커먼 악마가 입을 벌리고 하얀 물폭탄을 내뱉는 듯한 느낌이었다.

소리와 높이, 물의 양에 압도될 수밖에 없는 빅토리아 폭포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앞선 지도에서 보고 왔듯이 정말 이것은 시작에 불과할 뿐이었다. 고개를 돌려 오른쪽으로 바라본 계곡의 오른쪽에는 더 거대한 폭포가 쏟아지고 있었다. 4번, 5번, 6번 포인트 쪽으로 서둘러 발을 옮겼다.

Devil's Cataract(왼쪽)는 시작에 불과하다. 오른쪽으로 가면 갈수록 더 어마어마한 것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4, 5, 6번 포인트를 지나면서 왼쪽의 Devil's Cataract와 오른쪽의 메인 폭포를 함께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폭포들이 뿜어내는 엄청난 양의 수증기는 햇빛을 받아 아름답게 빛났고 각도에 따라 무지개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쌍무지개를~! 소리를 질러야 대화가 되는 그 엄청난 폭포 소리와는 반대로 무지개가 든 풍경은 모든 음을 소거하고 황홀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듯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폭포의 수증기는 햇빛을 받아 아름답고 황홀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7, 8번 포인트에 이르면 메인 폭포가 본격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물보라의 양도 점차 많아지고 폭포의 소리도 더 커진다. 그리고 TV에서나 보던 세계 3대 폭포들의 그 웅장한 모습이 내 눈 바로 앞에 펼쳐진다. 한두 줄기의 폭포가 아니라 마치 흰 커튼을 쫘악 펼쳐 놓은 듯하게 이어지는 폭포의 향연이 눈앞에 나타난다. 이때부터는 도저히 DSLR 카메라를 사용할 수가 없었다. Devil's Cataract에서도 렌즈에 묻는 물방울을 닦아내느라 정신없었는데 이 부근에서부터는 감당하기가 힘들 정도였다. 아무리 비닐을 이용해 보호를 해보려 해도 보호는커녕 사진을 찍을 수조차 없을 정도로 엄청난 물방울들이 우리를 덮쳐 오기 시작했다.

메인 폭포의 옆에서 그 웅장함을 휴대폰 카메라에 담아 보는 감독님.


9번 포인트에 가까워지면서 미리 챙겨두었던 비옷들을 꺼내어 입기 시작했다. 폭포가 내뿜는 물보라는 더 이상 물보라라고 부를 수 없었고 장맛비 수준에 맞먹는 빗방울이 되었다. 엄청난 수량이 거대 바위와 협곡으로 100미터 정도 직하하면서 만들어진 물방울들은 다시 하늘로 피어올랐다가 비처럼 내려 주변을 적시고 있었다. 비행기에서도 보일 정도이니 이것을 가까이서 만나려면 비옷이 반드시 있어야 했다.

엄청난 수량의 폭포는 다시 엄청난 양의 수증기와 물방울을 만들어 내었다.(슬로우 영상)

그 와중에 건너편을 보니 폭포 바로 위의 물웅덩이(이른바 악마의 수영장이라고 불리는 곳)에서 폭포의 물살을 직접 체험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폭포 건너편은 잠비아 지역인데 그곳에서 사전에 신청을 하면 악마의 수영장을 체험할 수 있다고 한다. 폭포를 감상하려면 짐바브웨 쪽에서, 폭포와 관련한 액티비티를 즐기려면 잠비아 쪽에서 빅토리아 폭포로 입장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 거센 물살을 직접 온몸으로 체험하는 사람들을 보니 그런 체험도 굉장히 재미있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안전요원들이 적절히 판단하여 통제하고 있어 사고가 나지는 않을 듯해 보였다. 도전을 즐기는 이들이라면 꼭 한 번 해보고 싶은 체험이 아닐까 싶었다.

악마의 수영장에서 거센 물결을 몸소 느껴보는 사람들.


9번 포인트에 이르자 이곳이 왜 세계 3대 폭포로 손꼽히는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검은 바위 사이사이로 끝없이 이어지는 물줄기, 그 물줄기만큼이나 엄청난 데시벨의 폭포 소리, 그리고 비처럼 내리는 폭포의 물방울... 이 모든 것들이 이곳이 단순한 폭포가 아니라 자연이 만들어 낸 거대한 작품임을 증명하는 것 같았다. 푸르고 맑은 하늘에 하얀 구름이 솜뭉치처럼 곳곳에 퍼져 있는 그 배경 아래, 기인~ 협곡 사이로 어마어마하게 이어지는 잠베지 강의 엄청난 폭포와 포말은 지구라는 이 행성이 얼마나 웅장하고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미약한 인간들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정말 이 거대한 폭포 앞에서의 인간은 작고 사소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9번 포인트에서 만난 메인 폭포의 모습

그런 느낌은 이 폭포 탐방 순서가 만들어준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앞선 포인트들을 지날 때는 하늘을 볼 수 없는 숲 사잇길로 걸어 이동했다면, 메인 폭포가 가까워지면서는 숲을 빠져나와 초원지대를 걷게 되면서 맑고 푸른 하늘 아래에서 폭포가 만들어 내려주는 비를 맞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말도 안 되는 풍경을 체험한다는 건 아프리카의 대자연이 만들어주는 선물 같았다. 휴대폰 액정에 빗물(?) 세례를 받아도, 그래서 지문으로 잠금해제가 잘 안 되어도 어떻게든 다시 휴대폰 카메라를 켜서 이 장면을 담고 싶어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늘 느끼는 것이지만 그 모든 것을 카메라에 담아낼 수는 없었다. 더욱이 1.5km 이상이나 이어지는 이 엄청난 폭포를 담는다는 것은 불가능이었다. 더더욱이 여기서 느껴지는 그 환희와 감동을 어찌 담을 수가 있을까. 그래도 미약하지만 부지런히 폭포 풍경도 담고 우리 일행들의 인증샷도 담았다.

10번 포인트에서 비옷 색깔별로 보여 인증샷을 남겼다.

이 웅장한 빅토리아 폭포는 그 거대한 물줄기를 100m 높이에서 떨어뜨리며 거대한 물보라와 함께 바람도 일으켰다. 폭포 낭떠러지의 바로 앞까지 자란 풀과 작은 나무의 이파리들이 그 폭포의 웅대함이 만든 바람에 흔들릴 정도였다.


11번과 12번 포인트로 가면 폭포를 가장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그 얘기는 다르게 말하면 가장 위험한 곳이기도 했다. 처음 시작할 때 있었던 폭포 포인트에는 난간이 설치되어 있었지만 여기에 오면 이제 그 난간도 없다. 낭떠러지 바로 앞까지 갈 수 있고 폭포를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과감한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낭떠러지 바로 앞 바위에서는 자연스럽게 사족보행을 하게 되고 두 손을 바닥에 짚을 수밖에 없다. 물보라에 바위가 젖어 미끄럽기까지 하기 때문이다. 이 낭떠러지의 높이는 100m쯤 되고 거친 바위와 깊이를 알 수 없는 거센 물결이 있다. 괜한 객기를 부리다가는 한순간에 사고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곳이었다. 다만, 우리의 작가님은 철저한 작가정신에 몰입되어 무서움을 잊었는지 셀카봉을 들고 그 낭떠러지 아래까지 휴대폰 카메라를 들이대는 용감함을 보이기도 하셨다. 열혈님도, 감독님도, 나도, 그리고 아무도 하지 못한 일이었다.

감독님도 낭떠러지 바로 앞에 설 수는 없다. 두 손을 짚고 조금씩 다가가 볼 수밖에~


13번과 14번, 15번 포인트는 차분하게 폭포를 감상하기에 적절하다. 엄청났던 물보라 비도 이쯤에서는 조금 수그러들고 그 덕에 맑은 하늘과 푸른색 초원, 하얀 폭포 줄기가 참 아름답게 보인다. 탁 트인 푸른 하늘과 폭포가 뿜어낸 물보라로 만들어진 하늘의 구름과 땅 위의 초원, 그리고 쉼 없이 협곡을 향해 떨어지는 빅토리아 폭포. 그 모든 것들의 조화로운 아름다움을 느끼기에 가장 적절한 포인트였다.

13번 포인트 방향을 알려주는 표지판. 그 뒤쪽으로 폭포는 여전히 이어져 있다. 95m만 더 걸으면 된다.

이곳에서 볼 수 있는 잠비아 쪽에서 떨어지는 폭포는 Horse Shoe Falls와 Rainbow Falls인데 이미 내 눈에는 인간들의 개념으로 구분해 놓은 그 경계가 무의미했다. 그저 전체가 하나로 이어진 '천둥 치는 연기'인 빅토리아 폭포일 뿐이었다. 이 멋지고 경이로운 풍경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전체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면 그 장대함을 더욱 잘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만, 이쪽 포인트에서의 특징은 Rainbow Falls라는 이름에서 느껴지듯 바로 무지개였다. 폭포가 만들어낸 안개 같은 물방울들이 쏟아지는 햇빛을 만나 아름다운 무지개를 만들어내는 곳이기 때문이다. 우리 역시 그 무지개들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곳의 무지개는 오후 2시쯤에 가장 아름답게 나타난다고 한다. 그래도 오전이지만 무지개는 피어나 있었고 앞선 곳에서 본 무지개처럼 그 아름다움이 폭포가 만들어내는 굉음을 소거시키는 느낌이 들었다.

Rainbow Falls이 만들어내는 레인보우~

14번과 15번 포인트는 특히 인증샷을 남기기가 좋았던 곳이었다. 비교적 직선으로 이어지던 폭포가 급격하게 오른쪽으로 휘어지며 우리가 밟고 있는 짐바브웨 땅 너머로 폭포가 사라지듯 이어지는 느낌이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특히 15번 포인트에는 걸터 앉을 만한 바위가 폭포 바로 앞에 있어 장엄한 폭포 앞에 내가 와 있음 보여주기에 딱 좋은 장소였다.

14번 포인트에서 15번 포인트 쪽으로 펼쳐지다 협곡 사이로 사라지는 빅토리아 폭포

나 또한 이곳에서 인증샷을 남겼다. 어디 가서 웬만하면 사진을 찍히려 하지 않는 나이지만 이곳에서는 예외였다. 사진을 찍는 걸 좋아하지, 내가 모델로 섰을 때의 그 어색함을 견디지 못해 도통 사진을 찍히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언제 다시 이 웅장한 폭포를 만나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그 웅장함이 뿜어내는 매력에 나도 인증샷을 남기고 싶은 욕구가 생겼던 것이었다.

15번 포인트에서 남긴 나의 인증샷

웅장한 폭포의 물줄기는 15번 포인트에서 마지막으로 감상하고, 16번 포인트로 이동하면 다리가 하나 나온다. 빅토리아 폭포가 쏟아낸 물줄기가 아래로 흐르는 협곡의 양쪽을 이어주는 다리이다. 다리 너머는 잠비아 땅이고 이쪽은 짐바브웨 땅이다. 이 다리를 통해 국경을 넘나들 수 있는 것이다. 자동차도, 열차도, 사람도 이 다리를 통해 양쪽을 오가게 되어 있다. 다리 중간에는 작은 시설물이 하나 보이는데 번지점프대이다. 예전에 "꽃보다 청춘"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류준열이 번지점프를 뛰었던 바로 그 장소이다. 어마어마한 높이에서 세차게 흘러가는 잠베지 강을 내려다보며 뛰어내릴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한 번 도전해볼 만도 하다. 하지만 우리 일해 누구도 번지점프를 하겠다고 얘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나만 무서웠던 것은 아니었나 보다~ ㅎㅎ.

잠비아와 짐바브웨를 연결하는 다리. 중간에 번지점프대가 있다.

마지막 포인트까지 감상을 마친 우리 일행은 입구로 다시 되돌아오기 시작했다. 빅토리아 폭포를 만난다는 설렘은 대단한 만족감은 물론 자연의 웅대함 앞에서 형용할 수 없는 감탄으로 바뀌었고, 약 1.5km를 걸었음에도 전혀 지루하거나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이 어마어마한 폭포를 직접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꼈다는 점에 알 수 없는 뿌듯함이 느껴졌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좋은 곳에 가서 좋은 것을 만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즐겁고 행복한 일이다. 그 행복감을 느끼며 삼삼오오 모여 재잘거리며 폭포를 빠져나왔다.

폭포를 뒤로 하고 뿌듯하고 행복한 마음을 가득 채운 채 길을 되돌아 나왔다.


그리고 이곳의 사람들

폭포의 입구이자 출구로 다시 나와 숙소로 향하는 길을 되돌아 걷기 시작했다. 폭포로 올 때는 폭포를 만난다는 설렘 탓이었는지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던 주변 풍경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출구에서 나와 도로를 건너 사람들이 다니던 길로 들어섰더니 16번 포인트에서 보았던 그 다리를 건넌 듯한 기차가 철로에 아직 연기를 뿜으며 서 있었다. 그 철로 위를 한 사람이 건너고 있었고 한쪽에는 예전 식민지 시절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나 나올 듯한 객차도 보였다. 폭포 입구에서 단 몇 분만에 이곳 사람들이 살아가는 터를 만난 것이었다.

시동을 켠 채로 서있던 기차와 사람, 그리고 오래된 객차의 모습이 옛 영화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그 철로 옆으로 사람들의 발길로 다져진 길이 있었고 그 길을 통해 우리는 숙소로 되돌아오기 위해 걷고 있었다. 아침에 이곳으로 올 때도 그랬지만 되돌아갈 때에 어디선가 청년들이 나타나 기념품을 사라고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그 기념품은 다름 아닌 짐바브웨의 옛 화폐이다. 짐바브웨는 2000년대 들면서 불균등한 토지개혁 정책의 강행과 장기 집권에 따른 민주화 세력 탄압 등으로 서부 유럽 원조 공여국들과 대립하면서 서방으로부터의 원조가 중단되었고 IMF와 세계은행 등과도 갈등을 빚으면서 외환 고갈이 이어지며 1999년 이래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는 등 독립 이래 최악의 경제난을 겪었다. 특히 인플레이션이 극심해지자 물가안정 명목으로 '물가 동결령(物價凍結令)'을 내리기도 하였으나, 이것이 오히려 악재로 작용하면서 2008년에는 2억 3100만%라는 물가상승률을 기록한 것은 물론 역사상 최고액권인 100조 달러가 통용되기도 했다고 한다. 결국 자국 화폐를 포기하고 남아공 랜드화와 미국 달러화를 사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는 바람에 자국의 화폐는 순식간에 그냥 휴지 조각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 자국의 지폐를 젊은 청년들이 기념품으로 팔고 있던 것이었다. 흥정을 하고 1 혹은 2USD를 주면 고액권 지폐를 몇 장 준다. 안 산다는 의사표시를 해도 끈질기게 따라붙으며 이 기념품(?)을 팔려고 한다. 국가 경제 붕괴가 낳은 풍경이라 참으로 씁쓸했다. 마음씨 좋은 반전님과 유쾌님이 결국 사주셨다. 개수를 세기조차 힘들 정도의 0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액면가가 그 지폐에 적혀 있었다.

짐바브웨지폐.jpg 반전님과 유쾌님이 구입한 500억 짐바브웨 달러

그렇게 또 얼마를 걷다가 마을 길에서 동네 아낙들을 만날 수 있었다. 포대기로 등에 아기를 업은 세 명의 여인들이 어디를 함께 가고 있었고 그 길을 함께 걷던 우리와 대화를 하게 된 것이었다. 그곳에서 참 보기 힘든 낯선 동양인일 텐데도 그들은 너무도 친숙하게 우리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직진님이 시작한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특히 어린 아이를 두고 있는 열혈님이 그들과 대화가 잘 통했다. 함께 사진도 찍으며 짧은 거리지만 재미있게 웃을 수 있었다. 몇몇은 카메라 앞에서 멋들어진 포즈를 잡으면서 함께 깔깔대며 웃었다. 다운타운에 도착할 때까지 그들과의 대화는 이어졌다.

길을 걷다 만난 짐바브웨의 여인들
열혈님과 함께 포즈를 취하는 여인들(왼쪽), 전세계 어디나 아이들은 귀엽다~^^(오른쪽)


다시 숙소 가까운 다운타운에 진입했고 우리는 이곳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둘러보니 몇몇 관공서도 보이고 주유소도 보였다. 우리로 치면 읍내와 비슷한 모양새였다. 그때 주유소 옆으로 KFC가 보였다. 익숙한 간판, 익숙한 맛에 대한 강한 유혹이 우리를 그곳으로 이끌었다. 아프리카에 여행을 오고 나서 잊어버리고 있었던 그 익숙한 맛으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매장 안으로 들어갔더니 우리나라의 매장보다 내부가 훨씬 깔끔했다. 더덕더덕 붙어있는 불필요한 광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치킨과 버거 등을 배부르게 주문했다. 계산은 미국 달러로 했고 가격은 우리와 비슷하거나 조금 저렴한 정도였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곳 현지에서는 꽤나 비싼 편에 속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매장 안에 손님이 별로 없었다. 우리처럼 줄 서서 주문을 기다려야 할 만큼 붐비지 않았다. 그냥 일어서서 주문 카운터로 가면 바로 주문할 수 있을 만큼 사람이 별로 없었다. 분명 점심시간인데도... 다시 한번 그 청년들이 떠올랐다. 높은 물가, 그리고 기념품이 되어버린 짐바브웨 화폐!

한산한 KFC 매장에서 점심을 주문하고 있다.


이렇게 오전 일과를 다 마치고 숙소로 되돌아왔다. 아프리카 여행을 준비하면서 꼭 가보고 싶은 곳 중에 하나였던 빅토리아 폭포를 찐~하게 만나 그 감동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세계 3대 폭포 중에 처음으로 만난 것이라 그런지 몰라도 폭포가 뿜어내는 그 웅장한 자태에 흠뻑 빠져 다른 그 무엇도 생각나지 않았다. 우리가 사는 이 지구가 인간이 감히 어찌할 수 없는 위대한 행성이며, 그 위대한 자연을 인간이 함부로 대해서도 안된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이 폭포는 무척이나 소중한 존재일 수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폭포로 인해 타운이 형성되고 그곳에서 일자리를 얻어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다만 인간의(특히 서구의 자본가나 잘못된 국가 정책) 욕심으로 자연이든, 사람들의 삶과 정서 등이 훼손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들었다.

우리는 잠시 휴식을 취하며 젖은 옷 등을 갈아입고 재정비 후에 사파리 투어를 가 보기로 했다.

폭포 투어를 마치고 숙소로 복귀하는 우리 일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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