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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14]나미비아를 떠나 짐바브웨로~

사막을 뒤로하고 빅토리아 폭포를 찾아서

by 돌바람

나미브 사막을 뒤로하고...

2020년 2월 3일 어김없이 숙소 왼편 동쪽 하늘에서 해가 솟아올랐다. 이곳 나미브 사막을 떠나 빈트후크로 되돌아가서 비행기를 타고 짐바브웨로 가야 하는 날이 밝은 것이다. 거친 사막 저편 산 너머로 해는 영롱하게 떠오르고 우리 일행은 어젯밤의 늦은 사막 뒤풀이와 이날 새벽 별구경 탓에 무거운 몸을 하나둘씩 이끌고 식당으로 모여들었다. 직원들이 준비해준 아침 식사를 여유롭게 하고 밤새 퉁퉁 부은 눈과 미식거리는 속을 달래며 떠날 준비를 했다.

아침 해가 영롱하게 밝아 왔다.

여유롭게 준비들을 마치고 주차장에 세워둔 1,2,3호차에 짐을 옮겨 싣기 시작했다. 오늘도 역시 하늘은 깨끗하고 솜털 같이 하얀 구름들이 새파란 하늘빛과 대비되며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지평선 아래로는 모래가 위로는 하늘이 서로의 색을 극명하게 대비시키며 이곳이 사막 풍경임을 다시 한번 입증하고 있었다. 이런 풍경을 두고 떠나려 하니 아쉬운 마음이 많이 들었다. 언제 다시 이곳에 와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식당 옆 주차장 풍경. 너른 사막과 푸른 하늘이 대조를 이룬다.

오전 10시가 조금 못된 시간. 우리는 2박 3일 동안 친절을 베풀어준 Moon Mountain Lodge의 직원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정들었던 숙소를 떠났다. 숙소 진입로를 빠져나와 다시 비포장 도로를 만나 달리기 시작한 지 약 40분쯤 뒤 솔리테어(Solitare)에 들렀다. 2호차에 주유를 해야 하는 이유도 있었지만 사실 이곳 소서스블레이 지역으로는 오늘 첫날 들러 보기로 했던 곳이었기에 겸사겸사 이곳에서 잠깐 쉬었다. 솔리테어에는 주유소와 카페, 롯지 등이 있다. 사막 비포장 도로를 달리는 사람들에게 일종의 휴게소라고 할까.

솔리테어의 전경

입구에는 솔리테어임을 알리는 간판과 함께 높은 풍차가 우선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진입로를 거쳐 안으로 들어오면 주유소가 보이고 그 옆으로 전통 건축물처럼 보이는 건물 몇 동이 있다. 화장실도 있고 카페도 있어 제법 휴게소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곳이었다. 이곳에서는 애플파이가 유명하다고 하는데 방금 전 식사를 하고 온 탓에(사실 시간이 넉넉하지도 않았다) 그냥 패스했고 대신 넓은 앞마당에 전시된 차량들을 잠깐 구경했다. 뜨거운 사막 태양 아래 십 여대의 자동차가 그곳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었는데 몇 년을 그대로 두었는지조차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녹슬고 부서진 채로 전시(?)되어 있었다. 사전 조사를 할 때 사진으로 보았단 그 장면들이었다. 바퀴가 없는 차, 문짝이 없는 차, 모래 속에 반쯤은 파묻힌 차 등등 어느 것 하나 성한 모습이 없이 허름하다 못해 다소 무서움이 느껴질 정도로 꽤 많은 자동차가 그곳에 그렇게 널브러져 있었다. 마치 사막을 질주하다 차가 고장 나면, 그곳에서 그렇게 그대로 주저앉아 이 꼴이 난다는 식의 경고를 보내는 것처럼~ 도저히 다시는 움직일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자동차들과 그 뒤로 무심한 듯 바람 따라 천천히 돌아가는 풍차가 대조를 이루었다.

뱅글뱅글 돌아가는 풍차와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자동차들.


빈트후크를 향해 다시 비포장도로를 달리다

솔리테어를 떠나 빈트후크를 향해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공항까지의 남은 시간은 약 5시간. 부지런히 비포장 도로를 달려 공항에 제시간에 도착해야 했다. 요철이 심하지 않은 도로에서는 속도를 꽤 올려보았다. 이런 비포장 도로에서 얼마나 달릴 수 있을까 싶지만 제한속도는 시속 100Km이다. 1호차 운전자인 나야 잘 몰랐지만 2호차나 3호차에서는 앞차가 달리며 내는 흙먼지 탓에 멀찍이 떨어져 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 덕분에 우리의 무전기는 자꾸만 삐릭삐릭 소리를 울려 대었다. 무전 가능 거리를 벗어나는 경고음이 수시로 울렸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3호차에서 찍은 영상. 멀리 1, 2호차가 만든 흙먼지가 제법 날린다.

사실 앞선 편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사막을 운전하면 질주해보는 것에 대한 기대가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있었다. 그런데 실제로 운전을 해보니 그 맛이 더욱 기가 막혔다. 고운 모래 위를 달린 어제의 소서스블레이 지역도 좋았지만 다소 거친 바닥면(사실 모래라기보다는 흙바닥이라고 하는 게 맞겠다)을 달리는 것은 무언가 형용할 수 없는 짜릿함이 있었다. 사람의 흔적이라고는 찾을 수도 없이 끝없이 펼쳐진 대륙의 평야에 길 옆으로 듬성듬성 나무와 풀 몇 개가 보일 뿐인 그런 곳에서 마음껏 흙먼지를 날려가며 빠르게 질주하는 것은 그 어디에서도 경험하지 못할 짜릿한 일이었다. 아프리카 여행을 다녀온 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꼽으라면 이 사막질주가 당연히 TOP 3에 들어간다. 물론 여행 다녀온 지 꽤 많은 시간이 지난 뒤 되돌아보면서 "그렇게 달리다 중간에서 차가 고장 나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 솔리테어에 전시(?)되어 있던 녹슨 자동차들이 생각나며 살짝 무섭기도 하지만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꼽는 데는 주저함이 없다.

이런 풍경을 앞에 두고 직접 운전하며 질주하는 일은 꽤나 짜릿한 일이다.


비포장도로를 달리며 만난 풍경들

차를 달려 소서스블레이 지역에서 멀어질수록 이곳으로 올 때와는 반대로 풍경이 서서히 바뀌어 가기 시작했다. 한 시간 여를 달리자 차창 밖 풍경도 어느덧 사막이 아닌 스탭, 혹은 사바나 지역으로 조금씩 바뀌어 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다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교통 표지판이 종종 보인다. 삼각형의 주의 표지판인데 과속방지턱과 반대로 생긴, 가운데가 꺼져 있는 모양에 물결 모양이 있는 표지판이다.(사실 이 표지판은 사막 깊숙이 들어갈 때에도 가끔씩 보였다.) 조수석에 앉아있는 도사님이 역시 설명을 잘 해주었다. 사막 기후에서 가끔씩 비가 오면 이 표지판이 서 있는 그 낮은 도랑으로 물이 흐른다는 표시라는 것이다. 따라서 비가 많이 올 때는 차가 그 물을 헤치고 지나가야 하므로(혹은 너무 많으면 지나갈 수 없으므로) 이런 표지판을 세워 둔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런 표지판이 서있는 곳 주변은 다른 곳과 달리 유독 나무와 풀이 많았고 어떤 곳은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풍차도 종종 보였다.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낯선 표지판. 비가 오면 물이 흐르는 곳임을 표시한다.

당연히 풍차는 사람들의 손으로 만들어진 것이고 그 주변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증거이다. 비포장 도로를 달리면서 만난 풍차 주변은 어김없이 사람이나 가축들이 풍차 주변에서 발견되었다. 거친 환경이지만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렇게라도 물을 끌어올려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그들의 삶 깊숙하게 들어가 보면 척박한 환경을 헤쳐나가기 위한 힘듦이 있겠지만 그저 길 지나는 나그네가 보기에는 사람이고 가축이고 세상 여유롭기 그지없었다. 더워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빠르게 움직이는 법 없이 느릿하고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며 움직이고 있었다.

풍차가 있다는 것은 그 주변에 사람이나 가축이 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얼마를 달렸을까. 운전석 차창 너머로 사막 지형의 산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난데없이 벽돌로 포장된 도로가 나왔다. 꽤나 경사가 있어 보이는 산비탈을 수월하게 오를 수 있도록 시공해놓은 것 같았다. 사람과 짐을 가득 싣고 달리는 우리 차들도 힘겹게 그 비탈을 올랐다. 그리고 정상 부근에서 나타난 전망대~!! 차문을 열고 내리자 시원한 산바람이 한낮으로 가는 더위를 식혀주는 느낌이었다. 어젯밤 과음으로 인해 숙취에 시달리던 일부 일행에게도 그 시원함을 맛보게 했다. 잔뜩 찌푸린 표정을 하고 운전하는 내내 뒷좌석 구석에 구겨져있던 그 일행도 스윽 한 번 바깥을 내다보기도 했다. 차에서 내려 전망대 끝에 다가서자 바람만큼이나 시원한 풍경이 우리를 맞이했다.

산비탈과 함께 시작된 벽돌 포장도로.

비록 사막의 땅이라 푸른 숲은 찾아볼 수가 없지만 흰색부터 누런 색을 거쳐 붉은색까지 여러 색깔의 흙과 모래가 어우러진 사막 산악지형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펼쳐진 너른 대륙에 군데군데 우뚝 솟은 산들이 있고 채도를 달리하는 모래와 흙의 연속 사이사이로 초록의 띠가 이어져 있는 모습도 보였다. 그곳은 아마도 비가 내리면 물이 흐르는 지역이리라. 그리고 우리가 달려온 비포장 도로도 하얀 선으로 표시되며 이곳까지 이어져 있었다. 푸른 숲으로 덮인 광야도 멋지지만 이런 모습 또한 매력이 있어 보였다. 아프리카 대륙의 스케일을 느끼기에는 충분했고, 거친 매력과 함께 이유를 알 순 없지만 일종의 원숙미 같은 것도 느껴졌다. 눈앞에 펼쳐진 그 광활한 장관을 사진으로 다 담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비포장도로에서 만났던 다른 여행 팀을 이곳에서 또 만났으니 그 또한 즐거운 일이었다. 엄청난 크기의 배낭을 싣고 여행을 다니는 용기가 조금은 부러웠다.

광활한 아프리카 대륙의 스케일을 보여주기에 충분한 풍경이었다.

잠깐의 쉼을 뒤로하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가야 할 길은 아직도 많이 남았다. 다시 운전이 조금 지쳐갈 무렵 하늘에 매료되어 사람도 차도 쉴 겸 다시 차를 멈추었다. 티 없이 푸른 하늘에 솜털 같은 구름들이 작은 뭉치들로 나뉘에 점점이 하늘에 떠 있는 것이 만화에나 나올 듯한 느낌의 하늘이었다. 길 옆으로 제법 이제는 키 큰 나무들이 보여 그 나무 그늘 아래로 차를 대었다.

수십 개의 솜뭉치가 떠있는 하늘에 매료되어 차를 세워 쉬기로 했다.

차를 세우고 보니 바로 옆으로는 작은 농장이 하나 있었고 소들이 몇 마리 보였다. 녀석들도 한낮의 태양이 뜨거웠는지 나무 그늘 밑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그래도 이곳은 물이 조금 있는 지역인가 보다 싶었다. 숙취에 고생하던 일행도 이제는 조금 상태가 괜찮아졌는지 차에서 나와 바깥바람도 좀 쐬고 산책도 했다. 우리가 갈 길의 방향으로 조금 앞으로 갔더니 하늘의 뜬 구름만큼이나 하얀색으로 난간을 칠한 다리가 보였다. 그리고 그 밑으로는 꽤나 푸르고 큰 나무들이 보였다. 빈트후크가 가까워진 만큼 이곳에는 물이 그래도 꽤 흐르는 것이 아닐까 했다. 그러니 나무도 저렇게 푸르고 심지어 다리까지 있으니 말이다. 이곳에서 한껏 재충전을 하고 다시 빈트후크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당연히 교통체증은 있을 리가 없었고 빈트후크에 거의 다다라서는 다시 포장도로가 있어 시원하게 달릴 수 있었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져 빈트후크 시내는 조금 복잡했지만, 그래도 예정했던 시간에 맞춰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작은 나무 그늘에 옹기종기 모인 소들(왼쪽), 이곳에서 참 보기 힘들었던 다리와 그 밑의 수풀(오른쪽)



나미비아를 떠나며...(몇 가지 정보)

1. 교통

나미비아의 수도인 빈트후크에서 다른 도시로 가려면 기차나 버스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전 여행(쿠바 여행이었다)에서 자신감을 얻고 우리끼리 운전해서 달리고 싶은 곳을 우리 마음대로 신나게 달려보자는 목표가 있었기에 렌트를 과감히 했다. 사전 조사를 하면서 나미비아의 교통에 관한 것들을 몇 가지 조사했었다. 앞서 언급했지만 일단 핸들도 반대이고 당연히 도로주행 방향도 우리와는 반대이다. 그렇기 때문에 빈트후크 도심에서 우회전을 할 때는 반드시 신호등의 신호에 맞춰 운행해야 한다. 다만 빈트후크를 벗어나 외곽 도시나 그 외 지역으로 가면 신호등이 별로 없다. 그 대신 교차로에서는 반드시 일시정지를 하고(바닥에 STOP표시가 있다) 다른 쪽 차들의 움직임을 잘 살펴 통과해야 한다. 도시를 넘어갈 때는 검문소가 나온다. 역시 검문소에는 교통경찰이 있고 바닥에도 표지판에도 STOP표시가 있다. 일단 멈추어야 한다. 경찰이 없는 경우는 잠시 기다렸다가 넘어가면 된다. 경찰이 있는 경우는 면허증과 안전장치 등을 확인한다. 일부 블로거들은 경찰에게 잡히면 면허증을 보여주고 5~10달러 정도의 팁을 주라고 써 놓기도 했다.

우리도 빈트후크에서 빠져나갈 때 검문소를 만났다. 고속도로급이었던 스바코프문트로 가는 국도에 접어들 때였다. 그때는 정지선에 차를 멈추었으나 아무도 다가오지 않아 앞차의 눈치를 보며 그냥 통과했었다. 그런데 사막에서 다시 빈트후크로 돌아오는 길에는 두 번이나 검문소에서 걸렸다. 첫 번째는 빈트후크 시내로 접어들 무렵이었다. 왕복 2차선의 좁은 포장도로였고 1호차가 무사히 경찰에게 면허증을 제시하고 통과했는데 2호차가 통과하지 못하고 계속 지체되었다. 1호차는 앞쪽 갓길에 주차해서 기다리는데 몇 분을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한참을 경찰과 대화하더니 별 탈 없이 통과해서 1호차와 만났다. 이내 3호차도 금방 통과했다. 알고 보니 2호차 에어컨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경찰이 차 아래쪽을 점검해보는 것이 좋겠다며, 이상이 의심되는 부분을 직접 손으로 가리키며 친절하게 알려주었다는 것이었다. 이른바 삥을 뜯는 경찰이 아니라 무척이나 친절하고 선한 경찰이었다. 두 번째 걸린 검문소는 빈트후크를 통과하고 공항으로 진입하는 검문소였다. 이번에는 내가 운전하던 1호차였다. 경찰이 창문을 내리게 하고 면허증을 검사하고 쓰윽 차 내부를 살펴보더니 앞쪽으로 차를 빼라는 것이었다. 뒷좌석에 앉아있던 두 명의 안전벨트 미착용으로 걸린 것이었다. 아차! 했다. 이곳은 전좌석 안전벨트 착용이다. 검문소가 없는 사막에서 대충 돌아다니다가 방심한 채로 공항에 거의 다 와서 걸리고 만 것이었다. 빠르게 무전기를 통해 2, 3호차에 사정을 알렸고 우리 1호차는 검문소 옆 갓길로 차를 댔다. 우리를 세운 경찰이 느긋하게 걸어오더니 영어로 또박또박 얘기했다. "안전벨트를 모든 탑승자가 다 착용하고 있어야 한다. 이것은 다름 아닌 탑승자들의 안전을 위한 것이다. 외국인이라고 해서 안전에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속으로 아~ 범칙금을 내야 할 수밖에 없겠구나 했다. 사전에 공부한 팁 얘기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생각도 안 났다. 차분하게 듣고 있는 우리를 향해 경찰은 말을 이어갔다. "그러니 본인의 생명을 위해서라도 다음부터는 꼭 안전벨트를 착용하세요. 먼 곳에서 여행 와서 다치면 안 되잖아요." 휴우~ 하는 안심의 탄식이 입 밖으로 새어 나올 뻔했다. 나도 태연한 척 차분하게 웃으며 "고맙다. 다음부터는 꼭 착용하도록 하겠다. 안전하게 여행하겠다."라고 답하고 손을 흔들어 그 경찰과 인사했다. 경찰도 웃으며 우리를 순순히 보내주었다. 1호차가 다시 움직이자 2호차에 타고 있던 총무님이 무전기로 벌금 얼마 냈냐고 바로 물어왔다. 우리는 태연하게 거액의 액수를 부르며 장난을 쳤다. 장난의 주 타깃은 총무님이었는데 엉뚱하게 2호차 운전자인 반전님이 우리의 장난에 완전히 속아버렸다.(반전님의 선한 마음씨에 감동하기도 했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진실을 얘기하고 한바탕 웃으며 이 사태를 마무리했다. 잊지 말자~! 나미비아에서는 전좌석 안전띠 착용~!!! 그리고 빈트후크 경찰은 기본적으로 젠틀하고 친절하다~^^

빈트후크에 진입하면서 포장도로로 바뀌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검문소를 만났다.


2. 화폐

나미비아에서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사용하는 랜드화가 통용된다. 나미비아 달러가 있기는 하지만 랜드화와 1:1의 환율로 그대로 사용된다. 남아공에서 랜드화를 넉넉히 환전해 두었다면 나미비아에서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랜드화는 이제 우리가 갈 짐바브웨나 잠비아에서도 사용이 된다고 한다. 다만, 짐바브웨는 자국 화폐 가치가 몰락하여 그냥 US달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굳이 짐바브웨까지 랜드화를 가져갈 필요는 없다.

우리도 역시 랜드화를 나미비아에서 잘 사용했다. 나미비아의 빈트후크 공항에서 정산해보니 공금으로 쓰던 랜드화가 조금 남아 있을 정도였다. 총무님은 그 돈을 우리 일행 중 일부에게 쾌척하며 나미비아 공항 면세점에서 기념이 될 만한 것들을 자유롭게 쇼핑하라고 했다. 얼마 후 쇼핑에 나섰던 유쾌님(여기서도 흥정의 달인다운 면모를 보이셨다고 한다~^^), 작가님, 열혈님 등이 우리 멤버들의 나이와 덩치 등 각각의 성향에 맞게 티셔츠 열 장을 사 왔다. 바로 비행기에 탑승해야 해서 입어보지는 못했는데 빅토리아 폴스 공항에 도착하여 티셔츠를 착용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다 찍고 나니 조금은 웃겼다. 10명이 단체로 나미비아 국기가 반영된 디자인의 티셔츠를 입고 있는데 정작 나미비아에서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가 짐바브웨 넘어와서야 나미비아 단체 티셔츠라니... ㅎㅎㅎ 이렇게 우리는 남은 랜드화를 나미비아 공항에서 모두 털었다. 이후부터는 쓸 일이 없기에...


나미비아 단체 티 설정 샷(그러나 이곳은 나미비아가 아니라 짐바브웨라는 점~!)


빅토리아 폴스 공항으로...

참으로 인상적이었던 나미비아를 아쉽지만 떠나야 할 시간이 되었다. 이날 오후 5시 10분에 빈트후크를 출발해서 저녁 6시 50분경에 짐바브웨의 빅토리아 폴스 공항으로 가는 나미비아 항고의 SW405편 비행기를 탔다. 짐바브웨라는 나라를 여행한다기보다 세계 3대 폭포 중에 하나인 빅토리아 폭포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빅토리아 폭포 근처에 빅토리라 폴스 공항이 따로 있어 그곳으로 가면 폭포를 쉽게 찾아갈 수 있는 것이다. 티켓팅을 하고 짐을 부치려는데 직원들이 갑자기 짐바브웨 비자를 요구했다. 사전 조사를 통해 우리는 짐바브웨 비자는 도착비자라 현지에 도착해서 받는 걸로 철석같이 믿고 있었는데 이건 대체 무슨 일? 당황한 채로 서로를 바라보고만 있던 그때, 다른 쪽 직원이 자기 쪽으로 오라고 하더니 컴퓨터 자판으로 무언가를 투닥투닥거리기 시작했다. 그 사이 우리는 폭풍 검색에 들어갔다. 검색해보니 도착비자가 맞고 온라인으로 사전에 발급받는 방법도 있지만 그것은 별로 추천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었다. 뭐... 하여튼 우리는 모르는 척하며 마냥 기다리는 척만 하고 있었다. 그러더니 아까부터 무언가를 계속 검색하던 직원이 Okay를 말하면서 정상적으로 일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ㅎㅎㅎ 그저 그냥 모른 척 뭉개고 있으니 다 처리가 된 셈이었다.

빈트후크에서 빅토리아 폴스 공항으로 가는 나미비아 항공의 비행기 티켓

탑승 수속을 다 마치고 비행기를 타려고 나서 보니 항공기 계류장에 서 있는 비행기가 눈길을 끌었다. 국제선으로 사용하기에는 너무나도 작아 보이는 비행기였다. 제트 엔진을 달고 있기는 하지만 프로펠러를 단 비행기라고 해도 될 만큼 사이즈가 아주 작았다. 비행기 내부로 들어가 보니 한 줄에 4명(좌우로 두 명씩이고 가운데는 통로)밖에 못 앉는 그런 비행기였다. 무서움이 많은 총무님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이 비행기 제대로 뜰 수 있는 거야?"라는 이전에도 한 적 있는 똑같은 말을 하며 불안에 찬 눈빛을 보였다. 하지만 작고 좁을 뿐 비행기 내부는 깨끗했고 비행 중에도 별 무리 없이 하늘을 날았다. 그래도 한국 국내선에서도 보기 힘든 이렇게 작은 비행기로 국제선 운항을 한다니(비록 한 시간 반 정도에 불과한 비행이지만)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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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비아 항공의 작은 비행기. 이런 비행기로 국제선 운항을 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빈트후크에서 떠오른 비행기는 저녁 시간으로 변해가는 하늘을 날아 국경선을 넘어 짐바브웨로 들어갔고 더 북쪽으로 가서 잠비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빅토리아 폭포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작은 비행기 창문 아래로 변화하는 풍경이 비행 내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언제 사막을 갔다 왔었냐는 듯 이륙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맨땅은 보이지 않고 초록빛의 숲이 서서히 차오르기 시작했고 착륙이 가까워져 고도가 낮아질 즈음에는 빽빽한 열대 우림이 지면을 채우고 있었다. 그때 일행 중 누군가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저기인가 봐~!" 짙은 초록 숲 저 멀리에서 하얀 물보라가 열대 우림을 뚫고 하늘로 뿜어 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폭포가 만들어내는 엄청난 양의 물보라가 비행기에서도 보일 정도였다. 드디어 내일 폭포를 만나는구나 하는 기대감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한 풍경이었다.

열대 숲 저편에서 피어오르는 거대한 물보라가 '내가 폭포다'라고 증명하는 듯했다.

우리가 탄 쁘띠쁘띠한(?) 비행기가 무사히 빅토리아 폴스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청사로 걸어가는데 그 건물 또한 비행기만큼이나 쁘띠했다. 지은 지 얼마 오래지 않아 보이는 깔끔한 유리벽에 아프리카를 연상시키는 원뿔 모양의 지붕이 귀여워 보였다. 입국심사를 받으며 비자도 발급받았다. 빅토리아 폭포가 짐바브웨와 잠비아의 국경선에 걸쳐 있어 두 나라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유니 비자인 카자(KAZA) 비자를 발급받기로 했다. 비용은 US 50$이다. 나미비아 입국 때 너무 시달렸던 탓일까. 여기선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았고 여유롭게 입국 절차를 다 마무리할 수 있어 무척이나 만족감이 높았다.

비행기에서 내려 바라본 빅토리아폴스 공항의 모습(왼쪽), 공항에서 발급받은 KAZA비자(오른쪽)


에피소드를 안 만들고 넘어가면 서운하지~

공항 건물 밖으로 나와보니 이미 해는 서쪽 하늘을 넘어갔고 짙은 노을도 그 색을 다해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어딘가 조금 휑하고 쓸쓸해 보이기까지 했다. 마치 우리가 타고 온 비행기가 오늘의 마지막 비행기라도 되는 것처럼 공항 외부의 주차장이나 도로에 차도 별로 없고 오가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서둘러 택시를 잡고 숙소로 가기로 했다. 이곳은 우버 택시가 되지를 않는다. 그래서 그냥 택시 승강장에서 흥정을 통해 택시를 잡았다.

입국 수속을 다 마치고 나온 빅토리아 폴스 공항의 외부. 저녁노을이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었다.

짐을 챙겨 택시를 타고 숙소로 출발했다. 밤길을 운전하던 유쾌한 택시 기사가 길을 가다 말고 껄껄 웃으며 차를 멈추었다. 코끼리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놀라움에 믿지 못했으나 금세 그 말이 사실임을 알고 더 놀라워했다. 도로가로 코끼리 몇 마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느린 속도로 나타나더니 여전히 느린 속도로 도로를 가로질러 건너가는 것이었다. 차도에 코끼리가 나타난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가로등도 없는 어두운 길에서 빼꼼히 나타나는 코끼를 발견하고 차를 세운 운전기사는 더 놀라웠다. 아프리카 초원지대에 왔음을 절실히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다. 그 장면을 사진에 담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공항에서 얼마를 달려 우리의 숙소 Shearwater Explorers Village에 도착했다. 겉으로 보이는 외관도, 체크인을 하는 리셉션도 무척이나 아프리카다운 고급스러움을 뽐내고 있었다. 우리는 리셉션 데스크로 가서 우리가 예약한 내역이 담긴 인쇄물을 당당하게 제시했고 직원은 내용을 살피고 확인을 하더니 우리를 데리고 숙소 위치로 안내했다. 우리 일행 10명은 각자의 트렁크를 끌고 직원을 따라갔다. 작은 오솔길을 따라가더니 직원이 여깁니다하고 말을 하는 순간 "읭?", "에에~?". "이거라고?" 하는 일행들의 반응이 일제히 나왔다. 이 리조트에는 번듯한 독채로 된 숙소 말고도 배낭여행객들을 위한 텐트가 있었다. 직원이 우리를 데려간 곳은 바로 그 텐트촌이었다. 뭔가가 단단히 잘못된 것이었다.

이 텐트들이 우리가 예약했던 숙소였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일행들의 눈빛에 무척이나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중 제일 당황한 것은 비행기와 숙소를 예약하는 일에 주도적으로 움직였던 총무님, 나, 작가님, 감독님 등 몇몇이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되뇌는 우리를 보며 직원은 우리의 예약사항이 적혀있는 종이를 다시 한번 보여주며 확인시켰다. 너무나도 분명하게 그 종이에는 "Room"이라는 단어 대신 "Tent"라는 단어가 찍혀 있었다. 혹시나 싶어 휴대폰으로 예약 메일을 확인해봤더니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니 왜 우리는 누구도 그 단어를 제대로 보지 못했던 것일까? 저렴하게 예약에 성공했다는 성취감에 제대로 확인을 못한 걸까? 하여튼 두어 명의 남자끼리 배낭을 메고 온 여행이라면 모를까 큰 트렁크를 질질 끌고 여기까지 온 10명의 여행자들(남7+여3)에게 텐트는 안 될 말이었다. 총무님을 포함한 여행 고참 수뇌부들(총무님과 도사님, 직진님 등)이 나서서 혹시 남은 룸이 있는지 알아보기 시작했다. 다시 리셉션으로 가서 초조한 기다림이 이어졌다. 리셉션에서 직원과 꽤나 긴 시간을 대화하는 수뇌부들의 모습을 불안한 눈빛으로 계속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텐트를 모두 취소하고 독채로 된 룸을 배정받는 데 성공했다. 꼼짝없이 배낭여행객이 될 뻔한 위태로운 순간을 잘 넘겼다.

우여곡절 끝에 새롭게 얻은 우리의 보금자리

우리가 새롭게 얻은(?) 방은 독채로 되어 있는 건물들이 줄지어 맞대어 있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이 지역 느낌이 물씬 나는 초가지붕을 콘셉트로 했지만 벽이나 내부는 모두 현대식이었다. 그래도 그 지붕이 주는 느낌과 건물들의 배치가 마치 좀 괜찮은 아프리카의 한 마을에 온 듯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2명이 짝을 지어 한 방을 쓰게 되었고 각자의 방으로 가서 하루 종일 이동하느라(또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에피소드에) 피곤했던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트렁크에 간직하고 있던 컵라면 등 비상식량을 모아 나와 직진님의 방에서 거하게 저녁을 했다. 어떻게든 좋은 방향으로 해결되고 있는 우리들의 여행의 굴곡들을 반찬 삼아 웃고 떠들다 다들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 그리곤 얼마 뒤 직진님, 선비님, 총무님, 그리고 나와 도사님이 다시 리셉션 앞에 마련된 바에서 만났다. 그냥 자긴 아쉬우니 맥주를 시켜놓고 이 숙소의 밤을 즐기기 시작했다. 폭풍 같았던 이 숙소의 첫 만남이 지나고 나니 리셉션과 바가 둘러싼 숙소 마당의 분수와 풍경이 그리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그 아름다움에(혹은 맥주에) 슬슬 취해갈 때쯤 방으로 들어가 잠을 청하기로 했다. 다음 날의 빅토리아 폭포를 기약하며~


이런 좋은 밤 풍경을 보이는 숙소에서 맥주 한 잔으로 이 날의 피로를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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