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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12]나미브사막 한가운데 서다

소서스블레이, 데드블레이 그리고 듄45

by 돌바람

2020년 2월 2일

아침에 만난 숙소 주변 풍경의 반전

전날 700km 가까이 되는 거리를 운전을 해서 이동하고 밤늦게 숙소에 도착한 탓에 일행들의 아침이 조금은 늦게 시작되었다. 늦게나마 일어나 숙소 밖 풍경을 보니 어제 너무 깜깜해서 보지 못했던 숙소 주변의 사막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반전이었다. 눈 앞에 시원하게 펼쳐진 풍경은 사막이었다. 숙소는 그 사막 가장자리 얕은 산 중턱에 걸쳐져 있어 그 아래로 펼쳐진 평원이 시원스레 펼쳐진 것이었다. 그래도 강수량이 조금은 있는 지역이어서 그런지 듬성듬성 얕은 나무들과 풀이 있었고 그 주변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아침식사로 풀을 뜯는 타조들의 모습도 보였다. 숙소 난간에 기대어 바라보는 모습도, 식당 테라스에서 내려보는 풍경도 모두 기가 막혔다. 식당의 고양이마저 테라스 난간에 올라 함께 감상하는 듯했다.

우리 숙소 Moon Mountain Lodge의 아침 풍경
식당 앞 발코니에서 사막 평원을 감상하는 고양이, 그리고 커피와 함께 즐기는 반전님

이런 풍경을 만난 직진님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차를 타고 내려가서 희미하게 나 있는 흙길을 따라다니며 타조를 가까이서 보자는 것이었다. 나는 시큰둥했지만 몇몇 일행이 동참을 해서 차 한 대를 끌로 내려갔다. 이상한 불청객의 방문에 평화롭게 아침 식사를 하던 타조들이 흘낏 쳐다보더니 차 반대편으로 자리를 옮기고 일부는 뛰어가기도 했다. 조수석에 탔던 감독님과 다른 일행들은 부지런히 사진과 동영상으로 그런 타조들의 모습을 담았다. 사막 숙소의 아침이 준 소소한 이벤트였다.

숙소에서 내려다본 평원엔 타조들이 띄엄띄엄 돌아다니고 있었다.


소서스블레이(Sossusvlei)로 가는 길

아침 식사를 마치고 일행들과 얼른 채비를 하여 사막 깊숙한 곳으로 출발했다. 목적지까지는 약 한 시간 반정도 걸리는 소서스블레이(Sossusvlei)이다. 숙소를 나서서 얼마 지나지 않자 포장된 도로가 나타났고 그 양 옆으로는 듬성듬성 있는 풀과 나무들이 풍경을 만들어 냈다. 간혹 우기에 물이 흐르는 지역은 꽤 많은 수풀이 있었고 그런 곳마다 이곳의 야생동물들이 그늘에서 쉬거나 먹이를 찾아다니는 모습이 많이 목격되었다. 얼룩말도 가끔씩 보이고 특히 겜스복(Gemsbok, 일명 오릭스 가젤)이 많이 보였다. 남아프리카 오릭스라고도 불리는 이 녀석들은 작은 크기로 가장 더운 사막 생활에 적응할 수 있으며 땀을 흘리지 않아 수분 손실을 피할 수 있다고 한다.

나무 그늘에서 쉬고 있는 겜스복
겜스복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뿔 모양이 조금 다른 녀석들. 아마 가젤의 한 종류가 아닐까 싶다.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풀과 나무들이 점점 줄어 결국 모래만 남는 모습이 이어졌다. 특이한 점은 바닥에 있는 모래는 흰색에 가깝다면 모래 언덕(언덕이라고 하기보다는 작은 봉우리, 즉 산에 가깝다. 그만큼 규모가 크다), 이른바 듄(Dune)이라고 불리는 곳의 모래는 붉은색을 띠고 있었다. 같은 지역에 있는 사막인데 색깔이 이토록 선명하게 달랐다. 모래가 생성된 시기가 달라서 그렇다고 한다. 붉은색 모래는 철 성분이 많이 포함된 암석이 풍화되면서 함께 산화되어 이런 색을 띠게 된 것이다. 소서스블레이까지 가는 길에는 일몰 때 더욱 붉게 빛난다는 엘림 듄, 일출 시간에 보면 더욱 신비롭다는 듄45(사실 나미비아에 도착해서까지 듄45에서 일출을 맞이하는 건 어떨까 고민도 했었지만 숙소에서의 거리와 일정 상 너무 무리를 하는 것 같아 참기로 했다.) 등 꽤 유명하나 모래 산이 많다. 우리는 일단 소서스블레이까지 먼저 가보고 되돌아오면서 다른 듄을 살펴보기로 했다.


소서스블레이 입구에 도착하여 사막 깊숙한 곳으로...

한 시간 여를 달려 소서스블레이 입구에 도착했다. 이곳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는 곳이다. 그래서 그런지 입구에서 검문소를 통과해야 했고 검문소를 통과하면 주유소와 화장실, 간단히 요기할 수 있는 곳 등 휴게소 같은 느낌의 작은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이곳에서 도착하면 입구에서 비용을 지불하고 입장권을 끊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어쩐 일인지 그냥 통과를 했다.(사실 입장권을 끊어야 하는지도 몰랐다.) 나중에 다시 되돌아 나올 때 입장권을 제시해야 나올 수 있는데 우리는 그게 없어 검문소에서 걸렸고 그때서야 비용을 지불하고 통과할 수 있었다.

소서스블레이 입구. 검문소에서 차를 멈추고 안내를 받는데 잘 알아들어야 우리 일행과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는다.

검문소 지역을 통과해 소서스블레이 지역으로 들어서면 차 바닥에서부터 변화가 느껴지기 시작한다. 거친 느낌의 흰모래가 사라지고 붉은 느낌의 곱고 가는 모래가 바닥을 가득 채우고 있어 앞선 차들의 바퀴 자국에 따라 내 차가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느낌이 온다.

소서스블레이 입구를 지나면 비포장도로가 다른 느낌으로 바뀐다.

그렇게 또 얼마를 가다 보면 셔틀을 타는 지역이 나타난다. 우리 차로 갈 수 있는 것은 딱 여기까지이다. 여기서부터는 셔틀을 이용해야 한다. 사막 안쪽 깊은 곳, 데드블레이(Deadvlei)가 있는 곳까지는 우리 차로는 갈 수가 없고 셔틀 차량을 이용해야 한다. 물론 비용도 지불해야 한다. 우리 일행은 이곳에 차를 주차해두고 대기하고 있는 셔틀 차의 운전사와 딜을 하고 차를 갈아탔다.

셔틀 차량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셔틀 차량으로 갈아타고 사막 깊숙한 곳으로 출발하려 하고 있다.

미끄러지는 고운 사막 모래 위로 사륜구동의 셔틀 차량이 빠르게 달렸다. 앞선 차들이 남긴 바퀴 자국의 경사에 따라 차도 휘청휘청하며 미끄러졌다. 차량 운전사 겸 가이드는 그럴수록 더욱 곡예를 부리며 차를 운전했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차에서 소리를 지르며 달려가다 보니 드디어 목적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드디어 만난 소서스블레이와 데드블레이

그렇게 오래지 않은 시간을 달려가다 보니 작은 표지판이 나타났다. 나무로 기둥을 세운 키 작은 나무 표지판에는 아무것도 없이 딱 "SOSSUSVLEI"라고만 적혀 있었다. 어쩌면 사막의 그 풍경과 딱 어울릴 만한 것이었고, 아무런 꾸밈도 없는 것이 그거 이곳의 모습에 푹 빠져 보아라 하는 느낌을 주는 표지판이었다.

이제 Sossusvlei에 도달했음을 표지판이 알려주고 있었다.

나미브 사막을 소개할 때 나오는, 사막에 고목이 있는 사진의 배경인 소서스블레이(Sossusvlei)는 ‘물이 모여드는 웅덩이’라는 뜻인데 실제로 보면 물은 찾아볼 수 없는 곳이다. 과거에는 소서스블레이에 강이 흘러서 그런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고 한다. 예전에는 10~15년에 한 번씩 많은 비가 내려 물이 차면 사람들이 축제를 열었지만 지금은 더 이상 비가 내리지 않아 황량한 사막으로 변했다고 한다. 지금은 말라버린 고목들을 볼 수 있어 한때 소서스블레이에도 강이 흘렀고 물 웅덩이가 만들어졌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소서스블레이에서 만난 사막 산의 산맥(?)

셔틀을 타고 이동하며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막 산들을 보았는데 그 중심에 다다러서 셔틀은 우리를 내려주었다. 가이드는 우리에게 저 멀리 보이는 산에 한 번 올라갔다 오라고 추천을 하면서 이곳에서 두 시간 정도의 여유 시간을 주었다. 눈 앞에 펼쳐진 높은 사막 산은 산맥처럼 이어져 있었고 그 능선을 함께 올라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여행을 떠나오기 전 나 개인적으로 세운 작은 목표 중의 하나가 사전에 만든 자료집 표지 사진으로 썼던 사막 산의 능선을 오르는 어떤 외국인들의 사진(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은 사진이었다.)을 우리 일행들의 사진으로 바꿔보고 싶다는 것이었는데 드디어 그 기회를 얻은 것이었다.

우선 우리는 이 거대한 사막을 배경으로 인증샷들을 찍기 시작했다. 셔틀에서 내린 곳 바로 앞에는 미처 모래가 되지 못한 사암이 하나 있었고 그 위에 올라서서 사진들을 남기기 시작했다. 멋들어지게 폼도 잡고 점프샷도 하면서~

우리가 오를 사막 산의 능선을 배경으로 인증샸들을 찍었다.


사막 능선을 타고 오르다

드디어 사막 능선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시간은 한낮이라 햇살이 너무도 뜨거웠다. 기온은 이미 섭씨 40도를 훌쩍 넘기고 있었다.

우리가 오른 사막 산

직진님과 감독님이 앞서 길을 개척하고 그 뒤를 총무님, 선비님, 작가님, 반전님이 따라 오르기 시작했고, 도사님은 조금 오르다가 다른 쪽 방향으로 길을 틀었다. 나는 그 뒤를 따라가며 마치 종군기자처럼 앞서가는 일행들의 행군을 사진에 담기 시작했다. 그리고 열혈님과 유쾌님은 신발 문제와 체력(?) 문제로 아래에서 사막 능선을 오르는 우리 일행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부드러운 모래에 푹푹 빠지는 발과 뜨거운 모래 열기 탓에 능선을 빠르게 오르기는 어려웠다. 그러면서도 중간중간 사막에 오르는 감흥을 사진으로 남기기도 했다.

이곳에서 인증샷을 남기지 않을 이가 누가 있으랴.
사막 능선을 줄지어 오르는 우리 일행들. 드디어 자료집 표지 사진을 바꿀 수 있게 되었다!!

다른 쪽 능선으로 길을 잡은 도사님은 멀리서 이 사막의 전체적인 풍경과 개미만큼 보이는 우리 일행들의 사진을 카메라에 담았다. 우뚝우뚝 솟은 사막 산의 중간중간 낮은 지역에 하얗게 말라붙은 호수의 흔적들이 파노라마 사진에 고스란히 담겼다.

끝없이 이어지는 사막 산맥과 중간에 보이는 호수의 흔적들. 그리고 손톱만큼 보이는 우리 일행들.
다른 쪽 능선에서 바라본 우리 일행들의 등반(?)


눈 앞에 마주한 데드블레이(Deadvlei)

도사님이 따로 길을 잡아 나선 것은 데드블레이(Deadvlei)의 한 복판에 가기 위함이었다. 왼쪽 방향으로 높은 사막산의 정상을 향해 능선을 걷는 대다수의 일행과 달리 도사님은 무거운 DSLR 카메라를 짊어 메고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높은 사막 언덕이 둘러싸고 있던 데드블레이를 만난 것이었다.

왼쪽 사막 산을 등반하던 곳에서 찍은 데드블레이. 그곳을 향해 도사님이 걸어가고 있다(화살표)

모래 산의 능선 안쪽에 숨어있는 데드블레이는 소서스블레이와 반대 뜻인 죽은 늪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데드블레이는 붉은 모래 언덕 사이에서 유난히도 흰색을 보여준다. 마치 모래 산을 넘나드는 사람들을 위해 평평하고 하얀 이불을 펼쳐놓은 듯한 느낌이다. 하얀 모래 위로는 기이한 모양의 나무들이 서 있는데 마치 강렬한 태양빛에 모든 것이 말라버린 어느 외계 행성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마치 화성에 내려앉은 것 같은 느낌을 받기에 충분한 데드블레이

원래 이곳은 수백만 년 전까지 바다였다고 한다. 그런데 지구의 지각 작용에 의해 육지와 바다의 경계선에 있게 되었고 때로는 바다가 되었다 또 때로는 육지가 되었다 하다가 어느 순간 더 융기가 되어 바다와 결별하고 사막 한가운데에 하얗게 석회와 소금으로 그 흔적을 남기고 있는 곳이다. 이곳 소서스 블레이 지역에서는 이렇게 뜬금없이 하얀색의 평평한 바닥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이것들이 모두 이렇게 오랜 세월 지구의 변화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다.

데드블레이의 한 복판에서 말라죽은 지 600년이 된 나무들의 모습

데드블레이는 약 600년 전까지 사막의 오아시스였다는 주장도 있다. 치우샤프강이 범람하면서 물이 고여 습지로 변했을 때 카멜 손 나무(Camel Thorn Tree)가 자라다가 이후 기후 변화로 물이 증발하고 나무들이 죽어가기 시작하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고 한다. 300년을 살고 말라죽은 지 600년이 된 나무와 사막의 모습이라... 죽어서는 모두 땅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그간의 상식이었는데 이 사막에서는 아직도 땅으로 온전히 돌아가지 못하고 뜨거운 태양의 열기를 온전히 그대로 받고 있는 나무들의 삶을 만날 수 있었다.


아프리카의 사막은 뜨겁다.

눈에 보이는 가장 높은 곳까지 갔던 일행들이 서서히 하산(?)을 하기 시작했다. 그 뜨거운 사막의 열기를 몇 백 년째 견디고 있는 데드블레이의 바짝 마른 나무들처럼 나미브 사막의 한낮 태양은 사람들마저 바짝 마르게 하려는 듯 강하게 내리쬐고 있었다. 사실 사막이 이렇게까지 뜨거울 거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여기 아프리카를 가기 한 달쯤 전에 나는 베트남에 다녀왔고 호치민 근교에 있는 무이네 지역의 사막에 다녀왔었다. 그것도 무이네에서 오토바이를 빌려 타고 한 시간 걸려서 말이다. 그런데 그 사막에도 한낮에 갔는데 생각보다 사막 모래가 뜨겁지 않았다. 신고 갔던 샌들을 벗어 들고 맨발로 모래를 밟고 다녔을 정도였다. 그런데 아프리카의 사막은 진짜 사막이었다. 베트남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뜨거웠고 그 뜨거워진 모래를 식혀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태양은 끊임없이 모래밭을 달구기만 했다.

능선을 따라 하산(?)하는 일행들

아프리카로 떠나기 전 여러 준비들을 하는 과정에서 내가 베트남 사막 얘기를 일행들에게 했다. 그게 실수였다. 조금 더 치밀하게 준비했어야 했는데 아프리카 사막의 뜨거움을 우습게 봤던 것이었다. 사실 모래 산을 오르기 시작할 때부터 맨발로 모래를 밟았다가는 화상을 입을 수도 있겠다는 느낌을 받기는 했다. 그런데 하산을 하는 직진님을 보니 미안한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장갑을 낀 두 손을 앞으로 곱게 모으고 한 발씩 내딛는 모습이 다소곳하기까지 했다. 알고 보니 그렇게 만든 손 그늘로 샌들을 신은 맨발을 보호하고 있던 것이었다. 이미 발등엔 붉은 반점까지 생기고 있었다. 괜히 베트남 사막 얘기를 하는 바람에 아프리카 나미브 사막의 뜨거운 맛을 제대로 보고 만 것이었다.

직진님이 그렇게까지 다소곳하게 걷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몇 가지 큰 목표(기대라는 표현이 더 맞을 듯도 하다)가 있었다. 그중 하나가 이 사막을 만나는 것이었다. 평생 한 번 가볼 수 있을까 말까 하는 아프리카 사막! 끝없이 이어지는 모래 언덕과 그 사이를 걷는 것. 배경이라고는 그저 모래밖에 없는 그런 풍경. 황량하고 뜨거운 그곳을 체험하는 것은 어쩌면 지구에서 살아가는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극한의 환경 중 하나일 텐데 우리는 기꺼이 그 극한의 환경을 경험해보고자 한 것이었다. 그래서 혼자서는 결코 도전하기 어려웠던 그 일을 10명의 일행과 함께 해낼 수 있었다. 낯선 곳에서 겪을 수밖에 없는 두려움은 이미 멀리 사라졌고 여럿이었기 때문에 즐겁게 웃으며 사막을 경험할 수 있었다. 참고로 나미브 사막은 사막캠핑 등 다양한 사막 체험 프로그램이 있다. 사전에 우리도 정보 수집을 하면서 여러 가지의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다. 기회가 또 올지 모르겠지만 그때는 사막 한가운데에서 캠핑을 하며 밤의 사막을 경험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듄(Dune)45의 아름다운 곡선미

소서스블레이를 빠져나와 다시 우리 차를 타고 유명한 모래 언덕인 듄(Dune)45를 찾아갔다. ‘아무것도 없는 땅’이라는 뜻을 가진 나미브 사막에서는 사구가 워낙 많아 숫자를 붙여 구분하는데 그중에서 듄 45가 가장 유명하다. 듄 45의 높이는 170m로 이 지역에서 가장 높다고 한다. 그리고 모래는 다른 사막보다 붉은색을 띠는데 이것은 소서스블레이와 마찬가지로 모래 안에 있는 철 성분이 오랜 시간 산화하면서 붉은 색을 띠게 되는 것이라고 한다. 입구에서부터 듄45는 그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입구에서 바라본 듄45

평지에서 보는 듄45는 어떻게 저렇게 모래 언덕이 높고 크게 형성되었나 싶을 정도로 우뚝 솟아있다. 하지만 바람이 만들어내는 모래 능선의 단면이 그 위용을 아름답게 포장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분명 거대한 사구이지만 아름다운 곡선미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바닥 색과 대비되는 붉은 모래가 일출 때에는 더욱 아름답다고 알려져 있어 아침에 일찍 이곳에 오고는 싶었지만 숙소와의 거리가 꽤 되는 탓에 그러지 못했고 40도가 넘어가는 뙤약볕이 내리쬐고 있는 한낮에 볼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 무척이나 아쉬웠다.

반쯤은 마른 나무를 앞에 품고 아름답게 솟아있는 듄45

일행 중 일부는 듄45가 품고 있는 나무의 오른쪽 능선부터 조금씩 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소서스블레이에서 너무 많은 체력을 쏟기도 했고 날도 무척 뜨거워 끝까지 오르지는 않았다. 듄45 정상에서의 풍경도 훌륭하다고 하지만 사막 산의 산맥을 이미 보고 온 터라 끝까지 오르는 것은 포기했다. 그리고는 듄45을 끼고 오른쪽으로 돌며 다른 면의 듄45를 만나러 서서히 이동했다.

듄45를 오르기 위해 다가서는 감독님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뜨거운 태양에 말라버린 나무들이 그대로 땅에 박힌 채 서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마치 데드블레이에서 본 풍경처럼 이 나무들 역시 물을 만나지 못해 그대로 선 채로 말라버린 것이다. 다만 데드블레이처럼 많은 시간을 보낸 것 같지는 않은 느낌이었다. 그곳에서 이 나무들을, 또는 그 나무와 듄을 배경으로 사진을 담기도 했다.

듄45의 옆으로 돌아가면 곡선미를 자랑하는 듄을 배경으로 선 채로 말라버린 나무들을 만날 수 있다.

그렇게 듄45를 사진에, 눈에 담고 다시 주차장 쪽으로 모였다. 워낙 유명한 곳이기 때문에 주차장도 따로 있고 주차장 옆 나무 그늘에는 쉴 수 있는 벤치도 하나 마련되어 있다. 허나 많은 것을 기대하면 안 된다. 딱 거기까지이다. 사막에서 편의시설을 기대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고 오히려 그 편의시설들이 이곳의 환경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설치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가장 최소한 것으로 이곳의 환경을 있는 그대로 보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일행은 이곳에서 10명의 단체 인증샷을 남기며 이날의 사막 투어를 마치기로 했다. 사실 더 많이, 더 진득하게 이곳을 체험하고 싶었지만 남은 일정과 워낙 뜨거운 날씨를 고려해서 아쉬움을 머금고 사막 체험을 마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만날 사막의 다양한 모습은 많이 남아 있었다. 사실 이곳으로 오며 차창 밖으로 만난 엘림듄(Elim Dunes) 또한 멋진 일몰 풍경을 자랑한다고 하는데 일단은 세스림 협곡만 둘러보고 숙소로 향하기로 했다.

듄45를 배경으로 일행 모두와 함께 인증샷을 남겼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 나미브 모래 바다

되돌아 나오는 길에 차창 밖 풍경에서 눈을 떼지 않던 도사님이 갑자기 차를 멈추자고 했다. 1호차인 우리 차가 멈추자 2호차, 3호차도 따라 멈추었다. 눈 앞에 있는 것은 작은 조형물이었다. 사막을 가로지르는 도로 한 켠에 조형물이 하나 서 있었고 도사님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것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임을 알리는 표지판이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The Namib Sand Sea"임을 알리는 조형물


이 지역은 "나미브 모래 바다(Namib Sand Sea)"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어 있고 유네스코 세계 10대 경관으로도 선정되어 있다. 그것을 표시하는 표지석에는 이곳이 세계유산으로 선정된 근거도 간단히 설명되어 있다. 간단히 내용을 인용하면 아래와 같다. 인터넷을 통해 이 내용을 읽으면서 선정 이유를 설명하는 그 내용을 나는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꼈다는 점에 무척 기쁘고 뿌듯했다. 이 아프리카 여행에서 꼭 가보고 싶고 해보고 싶었던 일을 해냈다는 성취감과 함께, 비록 뜨거운 열사의 땅이지만 이곳에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던 나의 경험은 나만의 것이 아니라 인류가 함께 느낄 수 있는 것이었고, 그것을 유네스코가 인정하여 우리가 함께 보존해야 할 가치가 있는 곳으로 선정한 것이어서 더더욱 의미가 있었다.

나미브 모래 바다는 나미비아의 나미브 나우크루프트 국립공원(Namib-Naukluft National Park)에 속해 있으며, 남대서양에 인접한 건조한 아프리카 해안을 따라 발달하였다. 유산의 면적은 3,077,700ha이며, 별도로 899,500ha의 완충지역이 지정되었다.
변화무쌍하고 다양한 형태의 거대한 사구를 포함하는 나미브 모래 바다는 안개가 자욱한 고유한 해안 사막으로, 바람과 지질 환경 및 생물의 상호작용으로 생성된 놀랍고도 아름다운 지형학적·생태학적·진화적인 결과의 사례이다. 나미브 모래 바다에는 유명한 형태의 사구를 비롯하여, 바람에 의한 퇴적 과정을 통해 생긴 섬 모양의 구릉(inselberg), 암석 평원(pediplain), 플라야(playa) 등과 같은 사구와 관련된 지형도 포함되어 있다. 낮에는 맑은 대기 환경 덕분에, 밤에는 눈부신 남반구의 하늘 덕분에 높은 가시성을 확보하고 있는 이 경관은 자연의 탁월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안개에 잠긴 나미브 모래 바다의 해안 사구에서 서식하는 생명은 이곳의 특별한 서식 환경에 맞게 진화한 결과, 희귀한 행태적·형태적·생리적 적응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가혹한 환경에서의 진화 및 생명 회복성을 보여 주는 수많은 고유종 동물과 식물은 전 세계적 차원에서 중요한 사례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나미브 모래 바다 [Namib Sand Sea] (유네스코 세계유산, 세계유산센터(영/불어 원문))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2029088&cid=62346&categoryId=62354

이제 이 유산의 또 다른 모습인 세스림 협곡으로 가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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