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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mma Oct 24. 2022

[언젠가 이 사랑을 떠올리면 분명 울어버릴 것 같아]

いつかこの恋を思い出してきっと泣いてしまう

"어떤 드라마가 좋은 드라마라고 생각하세요?" 


최근 들어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다. 

사실 질문 자체가 너무나도 추상적이고 주관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감히 제시하고 싶은 정답은 이 드라마다. 



언젠가 이 사랑을 떠올리면 분명 울어버릴 것 같아 (いつかこの恋を思い出してきっと泣いてしまう), 2016





1. 가장 소박한 이들의 삶에 맞닿을 것. 

2. '개인' 의 이야기를 할 것. 

3. 모든 인물들을 시청자의 친구로 삼을 것. 



거대한 이야기. 사회 고발과 비리. 좋은 취지와 방대한 메세지로 시작한 드라마를 수없이 봐왔지만, 

한 개인의 시선에서 사회를 바라보는 것의 의미를 깨닫게 한 드라마는 이 작품이 거의 유일하다. 




계약직, 일용직 노동자들. 도쿄에서 고작 살아남기 위해 참고 버티는 것에 무뎌져버린 청년들.

조연들마저도 그저 도구적으로만 쓰이지 않는다. 의미 없이 쓰이는 대사와 행동이 없을 정도로, 이 드라마는 모든 인물에 대해 섬세한 관점으로 접근한다. 


각본가 사카모토 유지는 시놉시스를 작성하는 대신, 각 인물들의 '이력서'를 작성하며 각본에 살을 붙인다. 

그들이 어떤 삶과 배경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관계 속에서 살아왔는지를 그려내며 한 명 한 명에게 생명을 불어넣는다. 그렇게 인물들이 생명력을 갖고, 서로와의 관계를 다져나가며 역으로 사회적 문제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제가 쓰고 싶은 인물상을 묘사하는 중에 이런 이런 부분이 사회와 이어져있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사회적 문제에 맞춰 인물을 묘사하는 게 아니라 이 사람은 무엇을 갈등하고 있나, 를 생각하는 동안 세상에 연결되면서 어떻게든 사회가 그 너머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다고 할까요..." 






컨텐츠 범람의 시대에 자극과 빠른 호흡에 절여져 답답함을 견디지 못했던 내가 어째서 

이 드라마만큼은 느린 호흡에도 불구하고, 인물 하나하나에 빠져들어갈 수밖에 없었는지를 돌이켜보았다. 


빠르고 자극적인 요즈음의 드라마 전개에서 가장 불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장면 중 하나는 '회화' 씬이다. 

드라마 속 인물들은 길게 대화하지 않는다. 장면들은 눈 깜짝할 새 바뀌어 있다. 

이에 시청자들은 당연히 인물에 이입하기보다 다음 줄거리를 궁금해하고, 줄거리가 빨리 진행되지 않으면 답답해하며 모니터를 꺼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사카모토 유지의 드라마 속 인물들은 10분 이상에 달하는 회화극을 펼친다.

매일 퇴근길 저녁마다 같은 버스를 타는 두 주인공은 매번 똑같은 인사를 주고 받고, 전개와는 전혀 관련 없는 사소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오늘 직장에선 이런 일이 있었어요, 
아, 할아버지 밭에 무가 잔뜩 자랐대요. 나중에 나눠드리고 싶네요, 
강아지는 여전히 건강한가요?" 



서로에게 조심스럽게 던지는 질문 하나하나가, 

그 사이에 스며들어 있는 미소와 망설임의 순간들이, 

그들이 굳이 손을 맞잡지 않고 입을 맞추지 않아도

서로를 애틋하게 여기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준다.


언뜻 보면 '사소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이들의 담화 하나하나에 그토록 깊이 빨려들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 사소함이 곧 나의 일상이고, 나의 삶과 가장 비슷하기 때문이어서가 아닐까. 






 





손해보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해.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생각해야지.


주인공들은 '바보같다' 는 말을 수없이 들어오며 살아왔다. 

자신만을 생각하지 못하는, 이타적인 이들의 천성은 누군가의 눈에는 도리어 바보같아 보이기만 했기 때문이다. 


오토는 1등 경품으로 TV를 받았지만, TV를 둘 공간이 없어 3등 경품인 건조대와 맞바꾸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은 직장 동료들은 오토를 바보같다 비난하며, TV를 팔아 돈을 벌었어야지, 라 말한다. 

그러나 렌은 그에게 유일하게 건조대가 좋다고 말해준다. 


바보같은 짓, 손해보는 짓, 

그건 어쩌면 그저 자신의 틀에 갇힌 평가라는 것을 대부분은 알지 못한다. 

이 드라마를 '답답하다'고 평하는 이들이 많은 것도 아마 그 때문이겠지. 




이들의 삶의 가치는 손익을 계산하는 데에 있지 않다.

몸이 힘들어도 작은 표현으로 마음이 풍족해지고, 대단히 좋은 직업이 아니어도 자신의 일에서 보람을 찾는 것. 그 소소함이 곧 이들의 행복이다. 


어쩌면 다수는 이해하지 못할 지도 모를 마음일지라도, 

그들은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행복을 찾아나섰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서로의 마음을 찾아냈다. 

그 마음을 소중하고 섬세하게 다뤄낸 이 드라마는 정말이지 "좋은 드라마" 임이 틀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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