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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mma Dec 09. 2022

당신과 나의 좌절에게 바치는 글


평생을 증명하며 살아왔다. 내가 자격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그래서인지 지금처럼 내가 무력하다고 느껴지는 시기는 익숙하지 않다.


나는 대체 얼만큼을 보여줘야 하지? 나를 언제까지 증명하고, 몇 등을 해야 받아들여질 수 있지? 답이 없는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내가 뭔가를 잘못하고 있나? 내가 해왔던 것들이 문제였던 걸까? 스스로를 의심하는 질문들이 피어오르고, 나를 끝내 잠식한다.


세상은 성공한 이들의 이야기만을 보여준다. 처음부터 성공할 것만 같았던 사람들, 혹은 시련을 딛고 끝끝내 저 자리에 올라선 사람들.


모두가 존경스럽다. 그들은 충분히 멋있고, 자격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실패한 이들은 자격이 없어서 실패한 게 맞나? 그만큼의 노력 을 쏟아부었어도 스포트라이트를 끝내 받지 못한 이들은 어떻게 살아가는 걸까?

보이지 않으니, 알 수가 없다.


나는 내 인생에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지길 원했다. 아직도 원한다.

내가 동경하는 이들처럼 되고 싶고, 그들과 같은 길을 걷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나 모든 성패를 노력으로 가름짓는 것은 오류라는 사실 또한 이미 알아버렸다.



나는 내가 가진 가장 큰 힘이 긍정이라 믿는다. 무너져도 끝내 일어서고, 금방 나를 일으켜 다시금 달릴 수 있게 하는 힘. 나는 그 힘을 잃고 싶지 않다.


무뎌지는 수많은 것들 중에서도 그것만큼은 여전히 빛나기를 원한다. 생각들은 집어치우고, 나를 빛낼 것이다. 설령 원하는 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해도, 그 빛은 나를 어딘가로 이끌겠지. 그 너머 어딘가 서있을 나도, 지금의 나도 모두 그 빛 아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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