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중 Apr 02. 2020

4월에는 개선문에서

만우절 아침, 거짓말처럼 세상은 바뀌어 있었다


지난주 내내 자의 반, 타의 반 집에만 처박혀 있다가 오늘에야 밖을 나오니 마치 설국의 첫 문장처럼  눈 앞에  온통 새하얀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새로운 계절이 온천지를 점령해버린 것이다 


그동안 농성을 하느라 이미 한 철이 지난 버린 것을 알아채지 못했으니 나야말로 철부지인가 보다


흰 갑옷 입은 전령,  목이 드디어 우리 동네에도 봄의 해방군이 진군하였음을 전해주었다. 


길가를 따라 늘어선 벚꽃 부대는 연분홍 깃발을 휘날리며 보무도 당당하게 열병 중이었다. 동장군도 이제는 패주해 버린 걸까?


지난 3월, 멀리 남쪽에서 올라오는 진격의 소문에 좋아하다가도, 이내 꽃샘추위가 심술을 부리면 아직 봄은 멀었다며 실망과 기대를 반복하곤 했었다. 


그러나 나무들은 충직한 병사와 같이 일희일비 않고 때 되니 꽃 피우고, 일단 피어난 꽃은 변덕스러운 날씨에도 물러서지 않았다.    


아침 햇살에 빛나는 그 나무들 사이로 희망의 개선문이 보이는 듯하다. 


다가오는 4월의 혁명 기념일에는 마침내 동장군 휘하의 역병들도 종식되리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