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관계든, 직장 관계든 어느 정도 친해지면 상대방의 혈액형을 궁금해한다. 특히 한국사람은...
과학적으로도 혈액형과 성격의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상대의 행동을 이해하거나 합리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혈액형을 묻는 질문에 내가 O형이라고 대답하면, 대게 의외라는 반응이 돌아온다.
정말 O형 맞아요? 보기에는 A형 같은데... 아마도 ‘어떻게 당신 같이 내성적인 사람이 O형일 수가 있지?’라는 의문일 것이다.
가끔 나의 이러한 A형적 성향때문에 사회생활에서 불리하게 작용될 때면 이런 생각을 해본다.
주유소에서는 혼유 문제도 발생한다던데, 혹시 병원에서 실수로 A형 피가 수혈된 게 아닐까?
인간 관계로 스트레스 받을 때마다 성격을 바꾸느니, 차라리 주사기로 지금 피를 빼고 마음에 드는 혈액형으로 싹~ 교체하는 게 더 빠를 듯 하다. 하지만 교환 및 환불기간도 끝난 나의 오래된 피를 이제 와서 누가 A/S 해줄까?
하지만 이런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하느니 차라리 프레임을 바꾸는 게 마음이 더 편할 것 같다.그래서 요즘에는 누가 내 혈액형을 물으면 "A형에 가까운 O형, AO형입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면 상대방은 평소의 내 성격과 혈액형에 대한 기대 불일치가 다소 해소되면서 그제야 이해했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AO형과 같은 중간적 혈액형이 인간의 양면성을 잘 설명해주는 조합이라는 생각마저 든다.지금은 소심하고 내성적으로 변했지만 나도 한때는 승부욕 강한 O형의 피끊는 젊은이였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