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모든 실연자들에게
일본의 대학에서 마련해 준 외국인연구자 기숙사는 지은 지 50년이 넘은 탓에 방음시설이 전혀 되어있지 않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조용한 저녁에는 두런두런 들리는 소리로 몇 호가 귀가했는지, 몇 호가 아직 외출 중인지를 알 수 있을 만큼.
그런데 몇 달 전에 이사 온 4호실에서 방출되는 층간소음은 암묵적 한계를 한참 넘어선 수준이었다. 그 나라 특유의 높낮이가 있는 발음을 감안하더라도, 마치 누군가와 싸우기라도 하는 듯한 통화소리는 매일밤 이웃에 방해가 되기에 충분했다. 도대체 왜 싸우는지 이유라도 알면 좋으련만 청해불가한 외국어 듣기 평가가 밤새 이어지면 아무리 인내심을 가지고 머릿속 양을 세어봐도 소용없는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굳이 찾아가서 얼굴 붉히는 것도 마뜩지 않아, 결국 차라리 자기 최면을 하는 쪽을 택하기로 했다.
자~이제부터 나는 내가 아니고 4호실이다.
내가 지금 화난 이유는 고국에 두고 온 애인이 변심했기 때문이야
그녀를 설득하려고 매일 통화해 보지만 좀처럼 내 말을 들어주려 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애걸복걸하다 보면 때론 분에 못 이겨 싸우는 것처럼 들릴 뿐이야.
이런 식으로 애인 때문에 탈영한 병사나 사형수로 이야기를 바꿔가다 보니 차츰 괴롭기만 했던 층간소음도 사랑에 실패한 남자의 안쓰러운 절규로 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러 국적이 모여사는 기숙사에는 이해심도, 상상력도 부족한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결국 부족한 수면을 참다못한 몇몇이 4호실을 찾아가 집단항의를 하고 말았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4호실은 붉어진 얼굴로 자신이 그렇게 방해가 되었는지 미처 몰랐다고 한다. 그 사과는 아마도 진심이었을 것이다. 며칠 후 4호실이 깨끗하게 비워진 것을 보면....
이제 기숙사의 밤은 이전의 두런두런한 평화가 찾아오겠지만 한편으로는 아무쪼록 그가 방음시설이 잘된 곳으로 이사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래서 밤낮을 더 큰소리로 울고 불고 난리를 쳐서라도 그녀 마음을 되돌려서 해피앤딩이 되었으면 좋겠다. 물론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by 브로콜리너마저
친구가 내게 말을 했죠/기분은 알겠지만 시끄럽다고/음악 좀 줄일 수 없냐고/ 네 그러면 차라리 나갈게요/ 그래 알고 있어 한심한 걸/ 걱정 끼치는 건 나도 참 싫어서/ 슬픈 노랠 부르면서/ 혼자서 달리는 자정의 공원 /그 여름날 밤 가로등 그 불빛아래/ 잊을 수도 없는 춤을 춰/ 귓가를 울리는 너의 목소리에 믿을 수도 없는 꿈을 꿔 / 이제는 늦은 밤 방 한구석에서/ 헤드폰을 쓰고 춤을 춰/ 귓가를 울리는 슬픈 음악 속에/ 난 울 수도 없는 춤을 춰 / 내일은 출근해야 하고 /주변의 이웃들은 자야 할 시간/ 벽을 쳤다간 아플 테고 갑자기 떠나버릴 자신도 없어...... (후략)
P.S 그러고 보니 나도 혼자 자정의 공원을 한참 달렸더랬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