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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중 Apr 15. 2020

The loser standing small

The winner takes it all  

영화 맘마미아에서의 사랑노래가 현실에서는 쓰디쓴 인생 노래임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30대 중반, 우연히 회사의 학술 연수 공고를 보는 순간, 입사 전 IMF 때문에 포기했던 꿈이 다시 떠올랐다. 어쩌면 내게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먼지 쌓인 토플책을 다시 꺼내 들었다. 


퇴근 후 매일 강남에 있는 토플학원을 찾았는데 주위를 둘러봐도 내가 최고령 수강생이지 싶었다.


"아빠 또 어디가?" 묻는 아이들의 눈망울을 뒤로한 채, 주말마다 독서실로 향하면서 ABBA의 이 노래로 위너의 모습을 상상해 보곤 했다. 


그렇게 조용히 주경야독 한지 1년, 선발 일정이 시작되자 다른 팀의 A과장이 먼저 신청했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그 팀의 마당발 장은 지원자의 단일화 분위기를 띄우는 중이었는데, 뒤늦게 내가 지원하자  같은 부서 내 경쟁률만 높이는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난감하기는 나도 마찬가지였다. 단지 출전 선언이 늦었을 뿐인데, 오랫동안 준비해 온 것을 분위기나 눈치 때문에 포기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견디기 힘든 것은 그가 일도 잘하고 신망도 두터운 우리 부서의 에이스라는 사실이었다. 


최종 선발 면접 과정에서 보여준 그의 평소와 같은 여유로운 모습과 비교해보면 아등바등 안간힘을 쓰는 내 모습이 얼마나 초라하던지....


결과는 예상대로 그는 모두의 축하를 받았고, 나는 약간의 위로와 동정을 받았다. 그마저도 부담스러워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한동안 투명인간처럼 지냈다


아쉬운 마음에 실패를 분석해 보았다. 원인은 토플 점수 같은 피상적인 것이 아니라, 조직에서의 포지셔닝이나 세평 같은 관계적 요소였다는 결론에 다다르자 때늦은 후회도 들었다. 


그렇게 마음을 달래며 습관적으로 mp3를 듣는데, 같은 노래에서 전에는 안 들렸던 다른 부분이 새롭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The winner takes it all 
The loser  standing small 
It's simple and it's plain 
Why should I complain


게임에서 진 루저에게 어떤 이유가 있어 다른 할 말이 있겠는가? 

저 노래처럼 패자는 그저 얌전히 찌그러져 있을 뿐이다.

이 단순하고 명백한 게임의 룰 앞에서는 원망할 사람도 불평할 일도 없다. 


결국, 복잡하게 설명할 필요 없이 그는 나보다는 뛰어난 우리 회사의 에이스인 것이다.


그러자 실연이나 취업, 승진과 같은 인생 게임에서 겨우 이만한 일로 유난 떨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조직에서의 내 위치를 냉철히 인식할 필요가 있었다.


그 후 회사 생활에 터 잡아 일하며 준비할 것은 준비하다 보니 원하던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만일 그때 운이 좋아 합격되었더라면, 오히려 원래의 나의 꿈에 한참을 더 돌아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승자가 모든 걸 다 가져가지는 않는 것 같다. 패자에게도 찾아보면  뭔가 남는 것이 있는 것이다. 

 


국회의원 선거 개표가 끝났다. 누가 나가라고 등 떠민 적 없으니 패자라고 위로할 생각은 없다. 


다만 나중에라도  "The loser  standing small" 한번 들어 보시길...  "The winner takes it all"  말고





* 원곡의 해당 파트는 "The loser has to fall"이지만 다른 파트에서 쓰인 "The loserstanding small"로 

  표시하였습니다 

Beside the victoryThe loser standing smallThe loser standing sm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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