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와 둘째의 차이
아이들과 니뽕 내뽕이라는 음식점에 갔다. 딸은 토뽕, 아들은 크뽕, 나는 일뽕으로 주문.
토뽕과 크뽕은 어떤 맛일까? 세상 모든 맛이 궁금한 나로서는 각 뽕들을 맛보고 싶지만 식당에서 앞접시 이리저리 돌리는 것을 싫어하는 딸의 눈치를 살피는 중이다. "자기는 자기 것만!"이라는 식탁 철학을 가진 딸에게 혼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라떼는 가족끼리 서로 침 바르고 나눠 먹고 그랬는데... 그러라고 "식구"라고 부르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아들 녀석이 먼저 자기 것을 덜어 한 접시 내 앞으로 밀어 놓는다.
딸이 유달리 식탐이 있는 것도, 아들이 특별히 양이 적은 것도 아닌데 음식을 두고 어째서 누나와 동생은 다른 행동을 보이는 걸까? 이제 토뽕, 크뽕에 대한 궁금증은 같은 자식이지만, 서로 다른 남매의 성격 차이로 넘어간다.
아마도 그것은 젠더의 차이라기보다는 첫째와 둘째라는 가족 내 관계 위치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 의견은 둘째 출신인 아내가 4형제의 장남 출신인 나를 비난할 때 평소 펼치던 주장인데 즉, '첫째는 늘 대접받고 자랐기 때문에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자기중심적이지만, 둘째는 상대적인 차별로 인해 오히려 남을 배려할 줄 안다'라는 것이다.
뭐~ 살아온 환경을 돌아보더라도 딱히 틀린 추론은 아닌 듯 하니 인정할 수밖에...
그러니 나의 이기적 유전자를 물려받은 딸내미를 '정 없는 깍쟁이"라고 서운해할게 아니라, 후천적 형질이 동일한 "첫째라는 족속"으로서 (아내의 표현을 빌리자면...) 같은 과에 속하는 사람들이니 서로 비난 말고 옹호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 생각하니 요즘 세대들은 네 것, 내 것을 명확히 구분할 줄 알아야 더 합리적인 사람으로 평가받는 것 같다. 여전히 82년 김지영으로서 살아야 하는 대한민국에서 내 딸이 어느 날 갑자기 '빙의' 당하지 않게 하려면 지금부터라도 식탁에서 당당하게 '자기는 자기 것만!' 의사 표시할 줄 아는 여성으로 키워야겠다. (사실 맛본다는 핑계로 많이 뺏어먹긴 했나 보다)
그건 그렇고, 설마 그런 의미에서 니뽕내뽕도 니뽕내뽕인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