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타틱’과 ‘’닥터 지바고‘ 같은 몇 번의 파울 끝에 오디컴퍼니가 자부심을 갖는 레퍼토리 가운데 하나인 ‘스위니 토드’를 들고 3년 만에 돌아왔다. 한데 3년 전과는 작품의 결이 한결 달라졌다.
뮤지컬은 같은 대본을 무대로 올린다 해도 연출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천양지차로 작품의 결이 달라진다.
EMK의 대표 레퍼토리 뮤지컬인 ‘모차르트!’만 해도 2011년 성남아트센터의 ‘모차르트!’와 2016년 세종문화회관의 ‘모차르트!’의 작품의 결이 얼마나 다른가를 살펴보더라도 그렇다.
3년 전의 ‘스위니 토드’는 비오엠이 선사하던 ‘두 도시 이야기’처럼 비장함이 가득한 작품이었다. 억울하게 아내와 딸을 잃은 스위니 토드의 억울함과 복수심이 무대 한가득 넘치던 작품이다.
그렇지만 이번에 돌아온 ‘스위니 토드’는 달라도 한참 다르다. 비장함만 가득한 게 아니라 웃음 코드라는, 냉탕과 온탕이 번갈아 나타나는 패턴으로 바뀌어 돌아왔다.
1막에서 스위니 토드를 열연하는 조승우는 복수의 대상인 터핀 판사에게 복수할 기회를 빼앗긴 다음에 분노에 가득 찬 절규를 부르짖는다. 복수를 성공했어야 하는데 실패한 것에 대한 분노와 자괴감이 무대를 엄습한다.
하지만 분노로만 무대를 오롯이 채우진 않는다. 옥주현이 연기하는 러빗 부인이 스위니 토드의 분노와 좌절에 공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스위니 토드의 분노를 웃음으로 달래주고 무대 분위기를 180도 바꿔 놓는다.
이번 ‘스위니 토드’는 이전보다 코러스의 역할이 강화되고 있었다. 어느 때에는 주인공의 비장함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하면서도, 또 어느 때엔 브레히트의 ‘거리두기’ 효과를 선사하면서 극의 빠른 전환을 도모하는 역할도 담당한다.
3년 전 작품보다 가장 달라진 캐릭터는 러빗 부인이다. 러빗 부인을 연기하는 옥주현은 뮤지컬에선 가창력으로 인정받는 배우 중 하나다. ‘엘리자벳’과 ‘레베카’를 흥행 뮤지컬로 만든 일등 공신은 누가 뭐라 해도 옥주현 덕임에 틀림없을 정도로 고음의 음역대에서도 거침없는 가창력을 선사한다.
그런 옥주현이 이번엔 폭발적인 가창력을 선사하는 대신에 연기력을 마음껏 뽐낸다. 그렇지만 연기에 있어 큰 변화가 나타났다. 정극 연기 대신에 코믹 연기로 연기 패턴이 확연히 달라진 것을 볼 수 있다.
“이게 풍금이었어? 아, 불금이었네” 식의 대사를 펼칠 때 관객은 ‘내가 알고 있던 옥주현이 맞나?’ 하고 의아할 정도로 즐거워한다. ‘엘리자벳’과 ‘레베카’를 통해 선사한 가창력을 코믹 연기로 맞바꾼 결과가 이번에 옥주현이 선사하는 러빗 부인 연기다. 관객이 뮤지컬에서 옥주현의 코믹 연기를 만끽할 기회는 아마도 ‘스위니 토드’가 유일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장함이라는 냉탕과, 웃음이라는 온탕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연출 덕에 대중성은 강화할 수 있었지만, 달라진 연출 패턴 가운데에선 리스크도 있음을 간과해선 안된다.
2막의 초반부와 중반부 흐름을 좌우하는 이는 스위니 토드가 아니다. 러빗 부인이다. 3년 전 무대나, 조니 뎁이 열연한 동명의 영화만 해도 서사 진행의 중반 이후 들어 복수의 칼날을 재정비해가면서 극을 이끌던 이는 스위티 토드였다.
그렇지만 이번에 달라진 버전에선 스위니 토드에게 노골적으로 사랑을 고백하고, 토비아스에게 모성애를 선사하는 러빗 부인이 2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이전 버전이나 영화에 비해 상당히 많아졌다.
토비아스의 2막 후반부 행적을 강화하기 위해 러빗 부인의 모성애적 역할을 강화한 연출 의도는 충분히 이해된다. 그럼에도 2막에서 러빗 부인의 비중을 크게 만든 연출의 변화는 스위니 토드의 심리적 변화를 이전처럼 다양하게 읽지 못하게 만들 수 있는 리스크로 작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