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호’의 배경은 사실 참신한 설정이 아니다. 맷 데이먼 주연의 ‘엘리시움’을 변주했기 때문. ‘엘리시움’ 속 지구가 인간이 살기에 부적합한 곳으로 변질되자 인공으로 만들어진 우주 거주지인 엘리시움에 기득권자들이 거주하게 된 것처럼 ‘승리호’에서도 지구는 황폐화된 반면, 선택받은 사람들은 위성 궤도에 만들어진 스페이스 콜로니에 거주할 수 있다는 설정을 지닌다.
지구가 인간이 거주하기에 마땅치 않은 장소로 전락한다는 내러티브는 ‘엘리시움’ 이후에도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터스텔라’에서도 나타난다. 산드라 블록의 ‘그래비티’ 식, 지구로 귀환해야만 진정한 ‘홈 커밍’이 가능하다고 믿어온 ‘지구가 곧 인류의 안식처’라는 플롯은 ‘엘리시움’과 마찬가지로 ‘승리호’에서는 그닥 용인되지 않는다.
송중기와 김태리, 진선규 등이 연기하는 승리호 탑승자들은 우주 쓰레기를 수거하는 노동자로 근근이 삶을 영위한다. 이들이 인간형 살상무기 도로시를 만나면서 삶의 궤적에 변화가 생긴다는 설정이 ‘승리호’ 이야기 진행에 있어 중요한 골자다.
도로시라는 낯선 이방인이 ‘적대’나 ‘배척’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들의 일상을 뒤바꿔놓는 기폭제로 작용한단 설정은 ‘아저씨’와 사뭇 흡사하다.
‘아저씨’의 원빈이 어린 김새론을 만나 삶의 궤적이 바뀌는 것처럼 ‘승리호’의 송중기와 김태리, 진선규 등은 도로시를 만남으로 일상의 궤적이 탈바꿈한다. 도로시를 만나기 이전엔 일개 우주 노동자에 불과했지만 도로시를 만난 이후부턴 주인공들이 원하던 원치 않던 우주 노동자로 살아가던 일상에서 벗어난 모험이 이들을 기다린다.
‘승리호’에 있어 또 다른 특징은 ‘인정 욕구’가 돋보인단 점이다. 기존의 한국영화에 비해 외국인이 출연하는 비중이 많아 ‘승리호’를 관람하는 관객은 한국영화를 보는 것인지 외화를 보는 것인지 착각할 만큼 외국인 배우가 출연하는 비중이 많기에 자막을 수시로 읽어야 한다.
‘승리호’는 이 많은 외국인 가운데서 ‘승리호’에 탑승한 한국인 승무원들이 어떤 맹활약을 펼치고, 서사 진행에 있어 중요한 입지를 다지고, 서사를 이끄는가에 천착한다. 그로 말미암아 ‘승리호’ 외부에 있는 외국인이, 지구인이 주인공들을 바라볼 때 이들 ‘승리호’ 승무원들이 얼마나 많이 지구인을 위한 공로에 기여했는가를 바라보게 만드는 ‘인정 욕구’가 타 영화에 비해 많이 두드러진다. 후반부 ‘승리호’ 승무원들이 어떤 방식으로 우주 노동자들에게 협력을 구하고, 이들의 리더가 되는 장면은 단적인 사례 중 하나다.
시각적인 면으로 ‘승리호’를 조망하면 이 영화는 제작 당시부터 스크린을 겨냥하고 시각적인 효과에 집중해 만든 영화다. 영화 초반 승리호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우주 쓰레기를 성공적으로 회수하는 장면과 후반부의 전투 장면은, ‘승리호’가 모니터로 감상하는 수준의 영화가 아니라 넓은 스크린으로 감상해야만 시각적 효과가 돋보이는 영화란 걸 보여준다.
주연을 담당한 한국 배우들에 비해 외국 배우들의 연기력은 그다지 훌륭하지 않기에 일부 서사 진행에서 몰입을 방해하기도 한다. ‘승리호’는 반전이 있지만 영화를 많이 접해본 기민한 관객이라면 충분히 예측 가능한 수준의 반전이다.
미디어스 (사진: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