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댄스 가수가 일회성으로 뮤지컬에 출연하나보나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가수는 <키스 미 케이트>에 단발성으로 뮤지컬에 출연한 게 아니라 <시카고> 붙박이 배우로 각인될 만큼 어느덧 뮤지컬배우 6년차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뮤지컬 <위키드>에서 엘파바의 둘도 없는 절친인 글린다를 소화하는 아이비가 그 주인공이다.
서울에서는 7월에 막이 오르지만 사실 그는 이미 대구에서 공연을 마친 터, 대구에서 시동을 걸고 올 여름 예술의 전당을 장악할 태세를 단단히 갖추고 있었다. 카페 뿡갈로에서 만난 아이비는 몇 번 인터뷰를 나눈 인터뷰이 마냥, 인터뷰어를 편안하게 무장해제 시키는 능력도 갖추고 있었다.
-오디션을 볼 때 헤어스타일과 복장을 글린다의 콘셉트에 맞춰서 보았다고 들었다.
“글린다에 적합한 배우가 저라는 걸 어필하고 싶었다.. 다른 배우들도 오디션 때 캐릭터의 콘셉트에 맞게 하고 오는 줄 알았다. 가서 보니 살짝 오버한 것 같기도 했다.(웃음)”
-글린다가 소화하는 넘버는 타 뮤지컬에 비해 성악적인 발성이 많다.
“성악적인 노래를 많이 소화해보지 못한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그나마 연습하기 수월했던 게 있다. 어머니가 성악을 전공했다. 어릴 적부터 성악을 많이 듣고 자랐다.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서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아리아를 흉내 내곤 했다. 어린 시절 성악을 많이 듣고 자라고, 아리아를 흉내 냈던 것이 이번에 뮤지컬을 하면서 성악 발성을 처리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된다. 성악가 출신 선생님에게 레슨을 받은 것도 큰 도움이 됐다.”
-글린다가 입고 있는 옷과 지팡이 같은 소도구가 무게가 상당히 나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글린다가 쓰는 왕관과 가발, 의상의 무게가 도합 15kg이 넘는다. 공연 시간이 거의 3시간에 육박하는데, 무거운 가발과 의상, 소도구를 들고 무대에 오르다 보니 몸이 의상의 하중을 받아서 발이 너무 아프다. 주말 공연은 낮과 저녁 두 번 공연이 오른다. 한 번 공연을 마치고 나면 체력 소모가 커서 소파에 누워서 40~50분을 그 자리에서 잔다.”
-연습할 때 해프닝이 있었다면.
“한 번은 연습할 때 잠깐 모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자리에서 위키드에 새로운 식구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새로운 캐스팅이 공개되나 보다’ 하고 생각했는데, 차지연 씨가 임신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눈물이 날 뻔할 정도로 빅 이슈였다. 눈물이 날 뻔했던 건 마음이 뜨거워져서다. ‘임신한 친구에게 더 잘해야지’ 하는 동료애라고나 할까. 임신 초기인데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차지연 씨의 임신이 위키드의 큰 선물이었다.”
-<키스 미 케이트>로 뮤지컬에 입문하게 된 동기를 들려 달라.
“당시엔 뮤지컬 관람을 좋아하는 관객의 입장이었다. 당시 박경림 씨가 같은 소속사에 있었는데 박경림 씨가 뮤지컬 <헤어스프레이>에 출연하던 때였다. 박경림 씨가 <헤어스프레이> 제작사에 저를 추천해서 뮤지컬에 입문할 수 있었다. <키스 미 케이트> 출연진이 누구냐고 물어보니 남경주 선배님과 최정원 선배님이라고 하더라. 뮤지컬계의 전설이면서, 배우면서 공연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무조건 하겠다고 승낙했다.”
-가수는 4~5분 무대에 오르면 되지만 뮤지컬은 2시간 이상의 긴 호흡으로 집중해야 무대를 소화할 수 있다.
“뮤지컬을 처음 할 때에는 적응하는 게 마음 같지 않았다. 가수는 제가 움직이는 대로 조명과 마이크가 따라온다. 하지만 뮤지컬은 ‘약속’이다. 이 타이밍에서는 이 노래를 불러야하는 약속 말이다. 댄스 가수이기는 해도 정식으로 안무를 배운 적이 없기에 뮤지컬 안무를 소화할 때 발레나 무용을 배우지 않으면 소화하기 어려운 동작들이 많았다. 처음에는 동료 배우들이 ‘너 이렇게나 춤을 못 춰?’ 할 정도였다. 노래도 가수 발성으로 소화하는 게 아니라 뮤지컬에 적응하는 데에는 시간이 많이 걸렸다. 당시 선배님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감사했다.”
미디어스
(사진: 클립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