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즐겁고 때때로 고통스러웠던 마음이 끝났다.
아직은 감정의 잔여물이 다소 남은 상태이기에 완전히 끝났다고 하기엔 어폐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소생가능성이 없다는 점에서는 확실히 끝이 났다.
직접적인 고백을 하기엔 이미 너무 멀리 와버려서 근 몇 주간은 간접적으로라도 그 마음을 확인해보려 이래저래 떠보기 바빴다.
그러다가 어제 아주 갑작스럽게 나의 마음은 결론을 통보당했다.
회사를 가기가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운 주간이었다. 그런 주간은 주기적으로 돌아왔는데, 이번에는 유독 길었고 또 이상하리만치 견디기 어려웠다. 평소에 다른 친구들의 고민거리를 종종 들어주었던 다른 동기에게 상담 신청을 하며 여러 동기들에게 의사를 물었고 그 중에는 그도 있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그라면 거절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가 지금 힘든 상황에 놓여있음을 충분히 표시하였다 믿었고 이 상황을 공유하는 자리를 그는 거부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 믿음은 보란듯이 깨어졌고, 산산조각이 난 믿음은 고스란히 내 마음에 스크래치를 남겼다.
개인적인 연락에 대한 답이 점점 늦어진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다. 의도적인 지연일거라는 점을 부인하고싶었지만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성적인 관계가 아닌 서로간에 호감을 지닌 친구 사이로 지내자고 마음을 접어가던 차였다.
내가 지금 힘들고
누군가 내 얘기를 들어줬으면 좋겠고
그게 아무나인건 싫고
네가 같이 들어주면 좋겠다고.
내 딴의 구조신호를 보냈다고 생각했다.
친구로 할 수 있는 만큼만.
그런데 어쩌면 친구라도 되고싶었던 마음조차 내 쪽이 훨씬 더 컸는지 모르겠다. 아니면 사실은 친구가 아닌 다른 관계를 바라는 기저의 마음을 간파한 걸까?
그게 부담이 되었는지, 아니면 내 마음과 고민거리가 그에게는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니었는지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를 헤아리다가 그만두었다.
내가 제안했고, 그가 거절한 선택에 대하여
다른 이들과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 나누는 것을 보며
그제서야 새삼 실감이 나는 것이다.
뭐든 확실한게 좋은 나는 마음을 끝내는 것조차 확인 사살을 받아야만 했는지.
그렇게 완벽한 확인 사살로 장장 일 년을 끌고왔던 마음이 드디어 끝이 났다. 슬픔보다도 배신감에 가까운 감정을 남기면서..
파편난 조각을 아직 추스르지 못해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지나갈 것을 알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