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쓸모없다
다른 사람의 말에 의미를 찾고자 오랜 시간을 들일 필요가 굳이 있을까. 상황에 따라 차등을 둘 필요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맹목적인 시간을 들일 의무는 없다. 누군가 무심코 내뱉든, 정성을 다해 전하든, 그 말을 듣고 말고는 내 결정이다. 직장생활에서도 마찬가지.
사실, 누군가의 말에 의미를 두는 사람과 두지 않는 사람 중 너는 어떤 사람이냐 묻는다면, 나는 후자다. 항상 의미를 두고, 숨겨진 의미를 부여한다. 그것이 나만의 의미일지, 숨은 의미일지 알수 없지만, 나는 그랬다. 항상 무언가를 찾아내려했다.
'이해 못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지 않았다.
단순하게 "사과는 빨갛다"는 말을 받아들이면 그뿐인데, 그 사과가 왜 빨걔졌고, 누가 사과를 빨갛게 했고, 다른 각도에서 보면 혹시나 푸르진 않은지, 속살은 하얗다거나 검지는 않은지를 생각하게 될 때, 머릿 속은 복잡해진다.
사과는 사과로 보면 그만인데, 그 외의 의미를 투영하는 이유는 직업병인것일지 성격적인 이유일지, 복합적인 것일지. 아마도 복합적인 것이겠지. 적잖이 쓸모없는 복합적인 생각이다. 직업적 특성을 걸고 넘어지는건 치사하지만, 걸고 넘어지자면, 정말 그러하다. 육하원칙을 다 따져가며 분석해야 하는 직업인의 특성 상, 사과를 빨갛게만 보지 못하게 되었다. 이해 못하는 사람으로 보이기 싫어서.
그럴땐, 이 상황을 모르는 100명에게 물어본다고 생각하자. "이거 빨갛지 않아요?" 백이면 백 빨갛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럼 덮어두자.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걸로.
'이해 하는 사람으로 보이는 방법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있듯, 사람 말의 의도는 파악이 쉽지도 않고, 100%를 파악했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99.99999%이면 몰라도.
누군가를 이해하려고 애쓰지 말자. 그 사람의 의도가 뭐였든, "아, 사과는 빨갛군요."라고 읊조리면 끝날 일이다. "아, 그렇군요." , "네, 알겠습니다.(사과는 빨갛군요.)" 면 모든 대화는 얼굴 붉힘 없이 마무리 된다.
사과는 사과로. 빨간건 빨간걸로.
어느 날 아침, 누군가의 한 마디가 일주일을 길게 만들 때가 있다. 사랑에 빠진 것도 아닌데 그 이가 나를 흔들고 심장을 쿵쾅대게 하고 얼굴을 붉게 만들고 이마를 찌푸리게 만든다. 그게 뭐라고. 넘어가고 싶어도 넘어가지 못하는 내 마음은 직접 물어야 끝이 나겠지만, 다시금 그 별볼일 없는 분석에 시간을 투자하지 말자고, 마음 속에 되새기고 되새기고 되새기면서 다음번을 기약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