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elin Oct 08. 2021

우즈베크 이민 계획 세우기

결혼을 하고 아이들이 생기면서부터 나에게 한 가지 습관이 생겼다.

미래를 상상하는 것.


오늘만 날이고. 오늘만 살 것처럼 소비를 하고 자유로웠던 20대와는 다르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30대부터는 또 다른 삶을 사는 듯하다.

목표를 갖고 미래를 상상하는 삶을 살다니..


특히 외국인 남편과 결혼을 하게 되니 더욱 우리 가족의 미래를 그려볼 수밖에 없는듯했다.

미래에 나는 어디에 살고 있을까?


우리는 첫째가 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되면 3년 후쯤 우즈베크로 이민을 갈 생각이었는데 어쩌면 뜬금없이 러시아 생활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간 어머님의 빵 사업이 제법 커져 같이 일하던 이모님이 러시아에 가셨는데 그곳에서 더 큰 수확이 생겨 봄쯤 러시아로 가신다는 어머님.

샤로프든은 오랫동안 러시아 생활을 해와서 어머님이 러시아 갈 때 함께 가보고 나와 아이들만 잘 적응한다면 러시아 생활도 괜찮다고 이야기한다.

우즈베크 생활이든 러시아든 내 나라 한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 생활한다면 처음에 고생길이 훤한데 아이들까지 함께여서 이민에 대한 대비를 안 할 수가 없어 나름의 전략을 모색 중이다.


얼마 전 남편이 차에 지갑을 두고 나가서 밖에서 쫄쫄 굶고 집에 들어온 적이 있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바로 남편의 핸드폰을 집어 들고 카카오페이를 깔아주며 밖에 나가서 못하겠다고 또 안 쓰지 말고 꼭 써 버릇하며 요즘 사람이 되어보라고 말해주었다.

또 얼마 전 배달의 민족에서 빙수를 시켰는데 배달하는 분을 미리 콜 하고 음식을 만드는지 십오 분이 채 안 걸리고 온 적도 있는데,

 필요한 물건을 사고 인터넷으로 쉽게 장을 보고 핸드폰 하나로 삶의 대부분을 해결해나가는 걸 의식하지 못하다가 외국인 남편과 결혼하고 잠깐의 우즈베크 생활과 한국생활을 하다 보니 이렇게나 일사천리 신속배달이 아닐 수 없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내가 우즈베크에서 생활하게 되면 남편처럼 되지 말라는 법이 있나.

누가 해주는 것보다 챙겨주는걸 더 좋아하고 그래야 마음이 편한 나로서는 더욱 이민이라는 단어가 두려우면서도 전투적으로 준비를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한 것 같다.

(예전에 우즈베크에서 멀리까지 걸어가 마트에서 물건 하나 제대로 못 사고 과자나 몇 개 집어 오던 나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외국에서 살 때 어떤 걸 준비해야 아이들이랑 편하게 지낼 수 있을까?

외국어 공부부터 해야 하나?


이렇게 물으면 샤로프든은

살 집과 일자리 돈이라고 말한다.


그게 다인가 싶으면서도

어딜 가나 누구에게나 가장 중요한 준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아이들이 생기면서 나는 늘 이민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우즈베크의 집도, 무엇을 해서 먹고살지도 늘 나의 머릿속에 있는 고민거리였는데

요즘 우즈베크 여자들도 밖에 나가 직업을 갖고 일을 하는 마당에  한국인인 나 또한 집안일보다는 나의 일을 하는 것이 내 자존감을 높이고 자아실현과 정신건강에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외국에서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1. 돈과 일자리.

남편이 한국에  있다가 우즈베크에 가면 표정이 더 밝아지고 당당해지면서 목소리가 더 커지는 걸 느꼈는데, 나 또한 한국에 있다가 우즈베크에 가면 위축된 내 모습을 또다시 보고 싶지 않았고

우즈베크에서 살게 된다면 충분히 내 일을 하면서 위축되지 않은 모습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우즈베크어를 할 줄 모르는 이유도 있지만 아이들이 있기 때문에 시공간적으로 자유롭고 어디서든 일을 할 수 있는 온라인으로 수익을 내는 방법에 대해 미리준비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을했다. 


2. 집

언젠가 우즈베크 생활을 하겠지라는 생각으로 예전부터 우즈베크 집에 관심을 갖고 유튜브나 페이스북을 구독하며 새로 올라오는 집을 구경하곤 했는데 마음에 드는 집을 찾으면 샤로프든과 집 이야기를 하면서 마치 산 것처럼 들떠 집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대화를 나누었다.

부동산에 대해 전문지식은 없지만 확고한 나의 생각은, 아무리 작고 외진 곳이어도 내 집이 있어야 마음이 편하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지금의 집도 작고 오래됐지만 내 집 마련을 하였고 우즈베크에서도 우리 집을 갖고자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되는 것 같다. 남편보다 어쩌면 내가  우즈베크 생활을 더 꿈꾸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집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우즈베크의 집은 집이 엄청 넓고 가격도 한국에 비하면 엄청 저렴한데 한국의 집과 다른 점은 아파트의 경우 골조식 아파트여서 안의 인테리어가 가지각색이라는 것과 지금 짓는 아파트를 사게 되면 3년 무이자와 같은 혜택이 있어 적은 돈을 가지고 있어도 충분히 투자가 가능했고 그래서 우리는 3년 후에 살 집을 미리 3년 무이자로 사서 월세를 주는 것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실제로 남편과 발품 팔며 돌아다니지 못해 아쉬운 상태에 있다.

우즈베크의 집을 구경하다 보면 아파트도 아파트지만 넓은 단독주택도 눈에 들어오는데 내가 본 수영장이 있는 2층 집은 한화 3억 원 정도 했던 것 같다.

아파트를 선호하지만 좁은 집에 살아서인지 우즈베크의 넓은 집의 로망이 있고 무엇보다  지금 집은 나만의 공간이 없어 늘 서재를 갖고 싶었는데 우즈베크의 집을 사면 넓은 서재도.

 남편이 좋아하는 헬스를 하는 공간도 따로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주택도 관심을 갖고 있다.

타슈켄트에 살고 있는 가족들이 있어 집값이나 아파트에 대한 정보를 얻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아이들도 함께 살게 된 공간이라 더욱 우즈베크에 가서 부동산을 많이 돌아다녀보고 집을 봐야 할 것 같아 우즈베크에 가면 타슈켄트 투어도 하면서 열심히 집을 알아볼 예정이다.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아파트(52층)인데 맨꼭대기 펜트하우스가 있다고 해서 궁금해서 가격을 알아보니 70억 정도 한다는..(비싸긴 하지만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것에 가치를 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유튜브 채널 uzqurilish>
내가 살고 싶은 집 <유튜브 채널 uzqurilish>-

3. 외국어

아이들과 함께 가는데 그래도 벙어리로 살 순 없겠다 싶어 공부해를 해야지 하지만 어느새 보면 내가 샤로프든 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주고 있다.

외국어를 배우다 보면 서로 대화를 나누다 이거 한국어로 뭐라고 하지?

라는 질문 한 번이면 한국어 수업으로 변해 버리는 신기한 현상이 늘 일어났다.

빨대가 기억이 안 나 파이프라는 샤로프든.

기억은 안 나고 빨리 말하고는 싶고.

어쩔 때 보면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하는 듯하는데 영주권 시험이 3주밖에 남지 않은 지금이라 더 걱정이다.

(생 기초 우즈베크어를 하는 나는 지금도 남편의 한국어 걱정中 )

딸아이는 우즈베크에 다녀오고 나서 아빠와 우즈베크어로 자주 대화를 나누곤 하는데 5살 딸보다 못하는 엄마인지라 우즈베크에 가서 딸이 공부할 때 함께 공부해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

(출국일이 다가오면 단어는 조금 외우겠지..)


아이 둘을 키우며 아주 편하게 잘 살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아이들을 보면서 가족과의 시간에 감사하는 내가 긍정적이라는 생각을 하다가도 무언가 너무 안주하면서 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즈베크에서의 생활이 타지 생활이 힘든 만큼 새로운 곳에서 배우고 성장하는 게 있겠지라며 나에게 또 다른 인생의 전환점이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반 기대 반의 마음으로 나는 오늘도 우즈베크 생활을 계획하고 꿈꾸며 우즈베크에 가기 전까지 좀 더 행복한 이민생활을  위해 차근차근 준비해보려 한다.

우즈베크 생활하는 나의 (꿈도 야무진?) 멋진 미래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즈베크 네 가족 첫나들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