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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in Dec 20. 2024

다문화 가정 아이의 진로고민

얼마 전 아이가 학교에서 사과하나를 가지고 왔다.

이게 뭐야?

친구에게 잘못하면 사과와 편지를 주는 거야

우리 딸은 편지 2개를 받아왔는데 나는 그 편지를 읽고 심각성에 처음 느끼게 되었다.


사과 내용을 듣자 하니 우리 아이가 은근 무시와 따돌림을 당하는 듯했고 아이와 자세히 대화해 보면 아직 1학년이라 잘 모르는 듯했지만 아이에겐 상처가 가득해 보였다.

기질이라고 해야 하나 큰딸은 어렸을 때부터 감성적이고 정이 많아 친구를 좋아하는 아이였는데 이사 후 처음 간 초등학교에서는 아이가 다가가도 이미 무리 지어진 듯한 아이들 사이에 그 어디도 끼지 못하는 듯했고

한 아이와 학기 초부터 유독 사이가 좋지 않아 선생님과 상담도 해보고 하였지만 얼마 전엔 작은 폭력까지 있어 울며 하교하는 아이를 보고 급기야 아이 부모와도 통화를 해봤는데 그 아이의 엄마는 사이가 나쁜지 조차전혀 몰랐다고 한다.


반 아이들 다 있다는 핸드폰을 안 사줘서 그런 걸까

아님 엄마들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아서일까

자책하며 밤마다 맘카페와 인터넷을 찾아보기도 하고 친정엄마에게도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는데 어머니께선 아이들 다 그러면서 크는 거라고 하시는데 왜 예민한 엄마가 되어있는 건지.

어디까지가 정상이고 예민한 것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학창 시절 꾸준한 왕따는 아니었지만 초등학교 때 1년, 중고등학교 때도 알게 모르게 힘든 생활을 겪어서 결혼 후 성인이 되어서도 학창 시절에 좋지 않았던 날이 꿈에 나올 때가 있었다.

나도 모르게 트라우마로 자리 잡아 외국인 남편과 결혼 후 시댁에서 지낼 때 언어의 장벽 앞에서 유독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온 내가 지금 생각해 보면,

이것도 학창 시절 소외되었던 감정들이 느껴져 더 힘들었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아직 초등학생 1학년이라 딸이 어린 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1학년 밖에 안되었는데 반 아이들의 따돌림과 무시가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친구를 너무 좋아하는지라 반기지도 않는 친구들에 학교 올라가는 길에 만나면 강아지가 꼬리 치듯 인사하는 듯한 우리 딸을 보며 나는 더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도 하였는데

온실 속 화초처럼 키울 생각은 없지만 친구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는 어린아이에게 자존감과 자신감만큼은 배워서라도 아이에게 키워 주고 싶다는 생각이 깊게 들었다. 사회성을 키우려면 학교에 다녀야 한다는 말에 한때 피해자였던 내겐 그리 신빙성 있는 말은 아니었고 오히려 지금이 홈스쿨링을 해보기에 더 좋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시간적 경제적 상황을 고려 안 할 수도 없고 혹시나 이것이 내 학창 시절 트라우마로 아이의 인생을 결정하는듯해 스스로 홈스쿨링을 결정할 수 있을 때까지 일단 기다려보기로 하였던 것이었는데,

이번 친구와의 작은 폭력사건으로 아이와 이야기 나누면서 친구 하나 없는 학교에 더 이상 가기 싫다는 아이 말에 마음 둘 곳 없어 보이는 딸아이의 목소리를 듣고 방학이 일주일도 채 안 남은 이 시점, 가정 체험학습을 신청해 버렸다.

아이와 둘만의 시간을 갖고 아이를 관찰하며

상처 가득한 딸에 일단 좋은 친구가 되어 보고자 엄마가 아닌 친구처럼 의견을 묻고 놀이도 하고 홈스쿨링을 준비하듯 우린 그렇게 연습에 들어갔다.

학교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 언제냐고 물으면 늘 만들기와 미술시간이라고 말했던 게 생각나 소규모로 운영하며 각자가 좋아하는 미술을 할 수 있는 미술학원을 찾아 등록도 하고,

요리를 좋아한다는 딸에 매일 하는 집밥, 혼자서 하기보다 아이와 함께 식사 준비를 하며 좋아하는 음식도 만들고 함께 시간 계획도 짜고.

하고 싶은 과목 공부도 , 읽고 싶은 책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아이가 다행히 무척 좋아해 주었다.


외국인 남편과 아이들 교육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 항상 우즈베크에 있는 학교에 보내보면 어떨까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기도 하는데 아이들은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에서만 생활했고 아버지의 뿌리가 있는 우즈베키스탄의 문화나 종교 언어에 대해서도 깊은 이해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해왔기에 이것도 늘 염두에 두고 있었다.

아이 또한 짧게였지만 우즈베크 생활을 다수 해본 경험이 있어 우즈베크 생활이 재미있을 것 같다는 긍정적인 대답이었고 어쩌면 아이의 성향을 봐서도 우즈베크 생활이 유년기에는 더 잘 맞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다행히 교육비도 한국보다 부담 없어 아이가 좋아하는 걸 좀 더 전문적으로 받을 수 있고 개인 스쿨에서 아이 중심으로 교육을 받을 수도 있다고 하니 이쪽으로도 마음이 계속 가는듯하다.

내가 아닌 나보다 더 잘되고 행복하길 바라는 당연한 부모의 마음에 아이에게 어떤 부모가 되어주어야 할까 아직도 마음이 어렵고 두렵기도 하지만

나중에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를 늘 고민해 왔을 때

지금만큼은 아직 어린 두 딸에 더 집중해야겠다는 것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나 우즈베크에 가게 되더라도 지금은 아이와 충분한 시간으로 좋아하고 관심 있는 걸 찾고

다가올 방학엔 홈스쿨링을 연습 삼아 같이 준비해 보기도 하고 우즈베크 생활도 꿈꾸면서 금방 크는 아이들에 다신 없을 소중한 시간을 아이와 함께 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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