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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in Nov 08. 2019

내 결혼식에  신부가 네 명이 되었다

우즈베키스탄의 결혼식



우즈베키스탄에서 결혼식 올릴 거야?

아니 싫어

왜?? 춤도 추고 정말 재밌어

춤이라고? 아니야 한국에서 했으니까 괜찮아. 우리 돈도 아껴야지


아기 낳고 1년이 다 되어가도록 붓기 안빠진 내 몸뚱이 때문에 드레스를 입을 자신도 없는데 춤이라니.

우즈베키스탄의 결혼식은 어떻게 하는지 몰랐기에 더하고 싶지 않았다

 


얼마 전에 시어머님이 결혼식 사진을 보여줬던 적이 있었는데 모두가 공주님처럼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한국에서 우리 결혼식 때도 시누이들이 아주 주인공인 양 화려한 드레스를 입었는데

아주 민폐가 따로 없었다

얼굴도 이쁜 시누이들인데 화려한 드레스까지 입고.

주인공이 대체 누구란 말인가

우즈베키스탄 결혼식에서도 나는 내가 신부임에도 불구하고 신부를 찾기 바빴다


남편은 외아들이어서 시부모님은 결혼식을 올리고 싶어 하셨고 많은 분들에게 축하도 받고 음식도 대접하고 싶어 하셨기에

결국 한국에 계셔서 가까이 지냈던 이모님 딸과 나는 합동결혼식을 하기로 하였고

 말만 결혼식이었지 그냥 자리만 빛내고  객석에 앉아 있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한국에서 결혼식을 마치고 1년 뒤 우리는 우즈베키스탄에 갔다


시누이들을 보니 미스코리아 대회라도 나가는 듯 서로 예쁜 드레스를 입고 화려한 액세서리를 하고 미용실에서 머리를 다듬고 있었다

나도 이날의 주인공으로써  하객인 시누이들을 따라  머리를 했다

나는 미리 차분하고 튀지 않는 한국 스타일을  찾아놓고 사진대로 머리를 만져달라고 했는데

알겠다고 하더니 시누이들과 다를 것 없는 뽕이 잔뜩 들어간 우즈베키스탄 결혼 하객 스타일을 해주었다

 덕분에 얼굴이 두배로 커졌다

여기 미용사분은 뽕 머리만 배운 게 아닌가 의심이 되기도 했다

미용실에서 돌아와  시어머님이 타슈켄트에서 사준 예쁜 드레스를 입고 결혼식장으로 향했다

결혼식엔

시부모님 지인부터 동네 사람들이 많이 오셨다


나는 결혼식날 알았다

이모 딸과 둘 이하는 합동결혼식이 아니라

이모 딸의 남편 될 사람의 쌍둥이 두여 동생이 있는데 이들도 같이 결혼식을 올린다는것을

결론은 신부가 네 명이다

신부가 주인공이면서 빛나야 할 신선한 결혼식장에 민폐하객도 모자라 신부가 넷이라니


나는 객석에 앉아있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징어가 될뻔하기도 했고 주인공도 못 되는 신부는 하고 싶지도 않았다

나만을 위한 결혼식이 아니었다는 생각에 좀 씁쓸하기도 했지만 한국에서 결혼식도 올렸고 돈도 절약돼서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우즈베키스탄의 결혼식은 정말 재밌고 흥이 넘쳐난다

여자들과 가족들만 함께하는  피로연


삼촌의 인맥을 동원하여 초대가수도 부르고 쌍둥이 신부 두명과 이모님 딸(빨간드레스)이 식을 올리고 인사를 하고 있다

결혼식의 순서는 대충 이렇게 진행된다

1. 양가 부모님이 서로 어떻게 준비할 건지 상견례를 가진다 (남자 쪽에서는 양이나 소를 몇 마리를 잡을 건지 여자 쪽은 예단을 얼마 정도 준비할 수 있는지 이야기를 나눈다)

2. 그리고 신랑 쪽에서 신부집으로 여자 옷과 잔치에 필요한 쌀 감자 음식들  금반지 그리고 결혼식 때 입을 드레스 등 예물을 모두 보낸다

3. 신부집 쪽에서도 집으로 온 지인들에게 신랑 쪽에 보낼 예단을 이만큼 준비했다며 보여주고 자랑을 하고 그날 밤 피로연을 연다(결혼식장 같은 곳을 빌려 가족이나 가까운 식구들은 가능하나  남자들은 올 수 없고 여자들만 모여 맛있는 음식도 먹고 춤을 추고 파티를 하며 즐긴다)

4. 신랑 쪽에서 차 한 대를 보내면 신부집에서는 준비했던 예물을 모두 싫어 신랑집으로 보낸다

(결혼식 끝나면 바로 살림하고 살아야 하기에 혼수를 미리 보내 집을 꾸며놓는다)

5. 신랑 집에서는 밤에 친구들과 지인들을 초대해 집에서 밥을 먹고 새벽이 되면 동네 사람들에게 우즈베키스탄의 대표음식인 오쉬를 돌리며 결혼을 알린다

남자들이 가고 나면 여자들이 오는데 (지인과 친구 가족들)

6.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고 인사가 끝나면 신부를 데리고 온다

그리고 그날 저녁 신랑과 신부가 함께하는 결혼식을 올리고 결혼식은 한국에서 하는 결혼식과 비슷했다

7. 결혼 후 일주일이 지나면 신부는 신랑과 신부집에 인사를 가고 사위는 양 한 마리와 정성 가득 선물을 준비해서 간다 신부는 마당에 나가 친정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는데 신부 부모님은 이번엔 주방에서 쓸 수 있는 가구와 식기를 선물로 준다

(경제적 여건에 따라 생략하기도 하고 전통 결혼식을 안 하고 요즘 한국에서 하는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여행을 가는 사람들도 많다)


결혼식을 보면서 정말 다 퍼준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서로 간에 예물 예단 혼수를 주거니 받거니 하였는데

나중에 궁금해서 시어머님께 결혼식 비용을 여쭤보니 한국돈 2000만 원 정도 들었다고 한다

이래서 다 같이 하는 건가 생각했다

신랑 친구들이 신랑의 담요를 서로 갖겠다며 뺏고 있다. 우리나라 부케와 비슷한 의미다

 

신부집에서는 결혼식전에 신랑과 신랑친구들을 신부집으로 초대해 음식을 대접한다-이때 신랑은 특별한 손님이기에 양다리를 대접한다


잊지 못할 결혼식 댄스타임도 있었다

식장에서 하객들 모두가 춤을 추며 즐긴다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우즈베크 사람들은 춤을 정말 잘 추는데 특히 손동작이 예술이다


여기는 남자들은 남자들끼리 여자들은 여자들끼리 따로 피로연을 갖는다

전통 풍습은 결혼식조차도 남자따로 여자따로 했다고 하는데 우리는 요즘 신세대 결혼식도 같이 올렸기에 남자와 여자가 같이 있는 결혼식도 볼 수 있었다 대신 이때는 춤추고 놀지 않는다


뷔페식으로 잘 차려진 음식들을 먹으며 식을 관람하는 동안 쩌렁쩌렁 노랫소리가 계속 흐른다

외국사람이라 좀 튀었어야지. 모두가 내 춤을 못 봐서 안달이었다 춤 한번 추라고 나를 밀어댔는데

마음은 k-pop의 진가를 보여주고 싶었지만 현실은 앞으로 나가 아줌마 박수만 쳐댔다

이날 이후 나는 결혼식을 절대 따라가지 않게되었다

이번 우즈베키스탄의 결혼식에서 모두가 즐기며 행복해하고 축복해주어 나또한 따뜻하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우즈베키스탄은 스무 살도 안된 여자들은 학교 졸업하자마자 바로 취집을 간다

그래서 결혼식도 끊이지 않았고

 막내 이모님은 일주일에도 두세 번씩 결혼식에 다니셨는데 나는 우즈베크에 있는 동안 결혼식 음악소리가 동네에 항상 울려 퍼지는 걸 들을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 돌이켜보니

그때 용기 내서 나도 같이 결혼식을 올렸더라면 더 많은 추억도 만들고

남편에게도 모국에서의 결혼식 추억을 만들어줄 수 있었을 텐데 조금 후회도 된다


대신 나중에 딸이 시집가면 이보다 더 근사하고 딸만이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

주고 싶다 그리고 없어져 가는 전통 결혼식을 나중에 꼭 딸에게 해주고 싶다

흥겹게 춤도 추고 서로의 마음을 나누며 따뜻함을 많이 느낄 수 있는 결혼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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