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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in Dec 05. 2019

우즈베키스탄 남편의 한국어 시험

남편의 외국어 공부를 돕고 있어요

나의 남편 샤로로든,

한국인인 나와 결혼하여 결혼이민 비자인 F6비자로 한국에 체류하고 있다

일하는 비자(E9)로 한국에 와서 8년이라는 시간 동안 공장과 막일로 20대를 보내고

평일엔 야간 업무에 주말엔 기숙사에서 해먹을 밥을 사러 동대문에 가고 청소를 하고

따로 시간을 내어 한국어를 배우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인지 남편은 한국에서 지낸 시간들에 비해서 듣고 말하기는 잘하지만 읽고 쓰기에는 많은 부족했다

나는 남편이 잘 듣고 말도 잘하니 시험을 봐도 당연히 잘 볼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남편은 내가 문제를 내면 바로 대답을 하지만 시험은 문제를 읽고 풀어야 하기 때문에

읽기와 쓰기가 부족한 남편에게는 다 아는 문제여도 읽는데만 시간을 다 소비하였다


결혼 후 안정감을 느꼈는지 남편은 일하면서 한국어를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고 하였다

멀리서 배울 생각하지 말고 나한테 배우라고 했지만 같이 공부하면 집중도 잘 안되고 공부를 안 하게 된다나


결혼이민자를 위한 한국어 교육하는 곳을 알아보던 중 다문화센터에서 무료로 지원해주는 방문교육이 있었다

이민자들 중 대부분 여성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 같았고 하고 싶어 하는 외국 여성이 많아서 6개월 가까이 기다리다 끈질기게 전화한 끝에 겨우 선생님을 배정받게 되었다

일주일에 두 번씩 집에 방문하여 수업을 하는데 집이 좁아서 선생님과 남편이 거실에서 공부를 하면

선생님께 다과를 내주고 나와 시어머니는 아이와 함께 방에 들어가 조용히 있어야 했다


거실에서 선생님과 남편이 하는 이야기를 들으니 너무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 몰랐는데

김치를 담그다

선생님 : 샤로프 담그다는 이런 뜻도 있지만 사람을 담근다고도 하는데 들어봤으려나?

샤로프 : 네네 네 들어봤어요


(특이하게 가르쳐 주시네. 살짝 선생님이 의심 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남편은 보통 모르면서 안다고 대답을 잘하는 편이다)

선생님과 제자의 대화가 재밌어서 혼자 실실 거리며 몰래 엿들었다


다문화 센터 수업이 모두 끝나고 남편은 아쉬움이 남았고 어느 정도 실력인지 한국어 시험을 봐보자는 말에 나는 이곳저곳 검색하며 알아보다가

사회통합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1단계부터 5단계까지 있고 사전평가를 보고 들어가서 수업을 100시간을 들으면 다음 단계로 올라갈 수 있다

올라갈 때마다 도 중간평가를 봐야 하고 5단계를 모두 마치면 종합평가를 본다

이렇게 모두 끝마치면 영주권(F5 비자)을 받을 수 있는 여러 조건 중에 하나가 충족이 되는 것이다


F5 비자(영주권)로 바꾸면 뭐가 더 좋은 건가?

처음엔 몰랐다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전화해보니 이것저것 이야기해주셨지만 일단

비자 연장을 자주 안 해도 된다는 것과 체계적인 한국어 공부를 배울 수 있다기에 일단 신청하게 되었다


샤로프든 한국 F5 비자받을 거야? 일하고 공부하고 너무 힘들지 않아?

응 받고 싶어!

왜? 귀하는 하기 싫다며

그냥~보험이지! 사람일은 모르니까

비자 연장 신청할 때마다 신청비와 신청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며

남편에게 생색 아닌 생색을 낸 것이 싫었나?

문득 독립하려는 아들 같기도 하고 이혼할 때 한몫 챙기려는 남편 같기도 했다


<영주권은

한국에 체류하면서 체류자격에 따른 활동을 제한을 받지 않고 영구히 거주할 수 있는 비자로

취업이나 사업 등을 자유롭게 할 수 있고 오랜 기간 편안하게 지내며 해외에도 자유롭게 다녀올 수 있는 안정적인 자격을 가질 수 있고

영주권을 취득하려면 연간 소득과 재산 한국어 능력 등 여러 서류를 심사받아야 한다>



반배정을 위한 사전평가를 받기 위해 인터넷 접수를 하고 시험날이 되었다

시험장에 남편을 데려다주고 불안하고 초조함에 나는 차 안에서 남편을 4시간을 넘게 기다린 것 같다

남편은 시험이 끝나고 나를 보자마자 생각나는 문제들을 속사포처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답 맞아?

맞았어!

맞아?

맞아!

헷갈렸던 문제는 다 맞은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아쉽게 5급에 떨어질까 걱정하고 있었다

이날 남편은  4급에 붙었다


내예상이 맞았다

5급은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았고 4급 정도는 거뜬할 거라 생각했다


 


남편을 과대평가한 걸까. 턱걸이로 숨이 헐 떡 헐 떡 커트라인이 60점인데 62점으로 겨우 붙었다



4급으로 우리는 아주 만족했다


4급에 붙었으니 4급 반에 들어가 100시간 수업을 이수해야 5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자격이 된다

우리가 사는 지역에 4급 반 수업의 공지가 올라오길 목이 빠져라 기다리다가 공지가 올라오기로 한날 아침에 접수하려고 보니 이미 마감되었다

모두 정시가 되자마자 수강신청을 한 것 같다.

허무하게 수강신청을 못하고 아쉬운 대로 대기라도 걸어놓았다

공지 올라오는 날도 따로 확인이 안 되어 이곳저곳 전화로 물어가며 알아낸 공지 날짜인데 좀 짜증이 났다

외국인들 손 정말 빠르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수업 들었다 배정된 반 선생님이 다 신청해주시는걸 나중에 알았다



얼마 후 주말에 우리는 아이를 데리고 나들이를 하려고 차에 타려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수강 신청했던 한분이 취소해서 수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고 다음 주 일요일부터 나오라고 하였다

우리는 너무 좋아서 앞으로 없을 휴일을 만끽하며 더 즐겁게 놀았다


그리고 11월 중순, 드디어 100시간의 수업을 마치고

이번  토요일인 12 7

대망의 시험날이다


이번에 5 급가는 중간평가에서 떨어지면 재시험을 치르던지 아니면 다시 100시간의 4급 반 수업을 다시 들던지

하면 5급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하였다

남편과 나는 후자가 더 빠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래도 열심히 준비 중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나 보다

외국에서 비자받기 정말 힘든 것 같다

남편은 한국이 제일 어려운 나라 같다고 하는데 내가 볼 때도 그런 면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기도 하다


4급 5급은 단어부터가 어려워져서 설명해주기 어려웠다

4급 반 선생님께서도 5급은 한국어가 아니라고 하셨다고


사회통합 프로그램- 4급 교재

돈이 많으면 한국에 집 한 채 남편 이름으로 사고 그걸로 영주권을 선물해주고 싶지만

그렇지 못해 열심히 공부를 해야 하는 남편이다


하지만 남편이 시험을 보고 공부를 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남편에게 모르는 한국어 단어들도 설명해주고 구슬 시험의 면접관이 되어 남편과 묻고 답하기를 하면서

우리는 우리만의 소소한 추억을 쌓아가고 있었다


샤로프는 한국 나이로 치면 이제 30대가 된다

20대의 젊은 날을 타지인 한국에 와서 돈을 모으고 일을 하였고

그 때문에 제대로 된 공부도 여행도 많이 못 간 남편이다


이번에도 운 좋게라도 붙는다면

나는 20대의 끝자락에 선 남편에게 두바이를 보내주기로 하였다

핸드폰 배경화면에 두바이 빌딩을 몇 년째 해놓고

 가자며 나중에 나중에를 외치던 남편에게 한국인 아내가 주는 멋진 선물을

꼭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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