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외식하고 왔어요
샤로프는 우즈베키스탄에서 먹었던 고기를 똑같이 만들어주겠다며 일주일 전부터 철물점과 마트를 다니면서 필요한 재료를 사고 고기를 주문해 어머님께서는 양념을 만들어 고기를 재어 놓고 있었다
고기는 당연히 할랄고기이며 이태원에 전화를 걸어 주문하면 택배로 고기가 온다
(할랄은 ‘허용된 것’을 뜻하며, 이러한 율법에 어긋나지 않고 무슬림에게 허용된 식품이다)
그리고 어제 우리는 밭에 가서 고기 파티를 하였다
밖에 나가 외식을 한다는 말에 아침도 빵만 조금 뗴 먹었다
우리가 밖에서 먹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땅을 파야했기 때문이다
안전화까지 준비해온 치밀함
한국 가족들에게 맛있는 우즈베키스탄 음식을 해주고 싶다는 남편이다
갑자기 고기에 꽂혀서는 고모네 밭에 와서 시엄마와 고기를 굽기 위해 열심히 준비를 하고 있다
준비해온 숯과 번개탄을 넣었는데 부족해서 근처 편의점에서 숯을 17000원에 구입했다
고기 먹는데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것 같은 느낌이다
오빠와 사촌동생은 남편의 보조를 하고 나는 아이를 맡았다
11시쯤 와서 준비했는데 3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고모네 집 강아지
딸이 강아지를 좋아하는데 계속 강아지한테 가자고 하고
가면 무섭다고 울고
어느새 또 친해져서 강아지 밥도 주고
강아지 덕분에 딸이 얌전히 잘 놀았다
너무 배가 고파서 불에 던져놨던 고구마와 감자도 먼저 꺼내 먹었다
춥고 배고플 때 먹으니 완전 꿀맛이었다
불이 숯에 잘 붙어서 고기를 걸어 굽기 시작했다
(오리고기와 양고기를 준비하였다)
판을 위에 올리고 흙으로 덮었다
찜기에 열로 고기를 찌는 건지.
남편은 열이 밖으로 나오면 안 된다고 했는데 산소 없이 가능한가 의심스러웠다
30분을 기다리고 다시 열어보니 그대로다
처음 시도해본 요리지만 역시나 결과는 안 좋았다
고기가 안익는다
춥고 배고파서 철수하기로 했다
결국 친정집 옥상으로 가기로 했고
아빠가 미리 옥상에서 고기를 굽기 위해 준비해 놓고 계셨다
엄마가 춥다고 밭에 가지 말고 옥상 와서 만들어 먹으라고 했는데
엄마 말 들을걸 그랬나 보다
옥상가니 능숙하게 아빠가 고기를 구어줘서 금방 고기를 먹을 수 있었다
엄마는 베트남 여행 가서 엄마 없이 고기를 먹은 게 조금 아쉽지만
고모네 식구들도 부르고 아빠랑 오빠랑 사촌동생들과 함께 고기를 먹으니 좋았다
정말 오랜만에 고모네 식구들도 본것같다
시엄마가 한국 가족들을 위해 향신료는 넣지 않고 고추장 양념을 해서 한국음식처럼 소스를 만드셨는데
다행히 모두 맛있다며 잘 먹었다
이번 주 일요일은 코스트코 휴일이라 집에 가는 길에 우리는 코스트코에 들렀다
반찬을 사려고 갔는데 옷에서 숯 태운 냄새가 다들 진동을 하였다
부끄러워서 얼른 사서 집으로 돌아갔다
남편은 가족들이 좋아했냐고 물었는데 너무 좋았다고 고맙다고 하니
어깨가 으쓱해져서 다음에 또 해준다고 한다
(추운 겨울에 밖에서 먹은 고기는 맛이 없을 수가 없지)
그래도 나는 샤로프가 우리 가족들을 위해 준비한 정성에 감동받았다
춥고 배고프고 힘들었지만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좋은 추억 만들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