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 남편과 결혼하여 얻은 이점들
다문화가정.
이 말만 던져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편견과 안 좋은 인식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도 다문화가정이 되기 전까지는 그랬다
다문화가정 중에서도 흑인과 백인을 다르게 보았고 대하는 태도나 눈빛부터 달랐던 것 같다
이런 나의 생각이 편견이었다는 것조차 느끼지 못했으니 나 또한 할 말이 없다
예전에 어느 블로그에 어떤 사람이 다문화 가정에게 혜택을 주지 말아라 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나라에서 주는 다문화 가정의 혜택을 내가 잘 몰라서 못 챙긴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른 집들과 마찬가지로 양육수당과 아동수당 받는 것과 아이 있는 집은 누구나 신청 가능한 전기세 감면 정도가 다였다
하지만 다른 면으로 볼 때 다문화가정으로 살아가면서 내가 느낀 혜택이라면 많은 것들이 떠오른다
외국인과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다문화 가정으로 살아가면서 많은 장단점이 있었지만 단점은 말하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아는 것 같아
좋은 점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지극히 우리 가정의 이야기이다
우리 딸은 한국 이름과 우즈베키스탄 이름 두 개를 가지고 있지만
나는 한국에서도 우즈베키스탄 이름을 부른다
이름은 수마야
화를 내도 억양이 무섭지 않아 더 정감이 간다
학교 다닐 때부터 한 반에는 꼭 한 명씩은 있었던 것 같은 흔했던 내 이름과 다르게 나는 흔하지 않은 내 딸의 이름이 너무 좋다
세 살 된 우리 딸은 우즈베크어와 한국어를 자연스럽게 배우고 있다
이왕이면 우즈베크어가 아닌 영어였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하지만
한국어밖에 못하는 나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니 그걸로 감사하다
임신 중에 예쁜 사진을 많이 보면 예쁜 아이를 낳는다고 하여
혼혈아이 중에 예쁜 여자 애기 사진을 핸드폰 배경화면에 해놓았었는데
얼마 전 그 사진을 보니 웃음이 났다
내 얼굴이 좀만 덜 섞였어도라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도
이목구비가 뚜렷한 외국인 남편 덕분에 외가의 대대손손 내려오던 작은 눈 유전자를
끊어냈다
한국에 명절이 있듯 우즈베키스탄도 명절이 있지만
우리는 두나라 명절을 쇠지 않고 모두 생략한다
한국에서 우즈베크 식구들도 없는데 굳이 우즈베키스탄 명절을 보내기도 의미 없어 챙기지 않고
한국에 지내고 있어 설이나 추석 때 친정집 가서 밥 한 끼 먹고 오는 걸로 명절을 보낸다
우즈베키스탄 시댁은 대가족이다 보니 며느리들이 많이 있지만 그들 사이에서 비교당 할 일이 없어 좋다
(비교 안 당한다는 나의 착각 일수 있지만)
외국음식은 당연히 못하는 것이고 부족한 것이 있어도 외국인 며느리라 문화가 그런가 보다 하는 것 같다
남편은 한국 여자 중에 내가 별나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는다
직업에 귀천이 없는 것 같다
내가 대기업도 아닌 전문직도 아닌 일을 하여도 우즈베크 며느리가 되니
돈 잘 버는 며느리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래서 더 많이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크고 좋은 집을 보면 그 집 아들이 한국에 돈 벌러 갔다는 말을 농담 식으로
했었다고 하는데
우즈베키스탄 노래 중에 그와 비슷한 노래 가사도 있었던 것 같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태어나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이 생기기도 한다
우즈베키스탄 시댁에 가면 외국인 며느리라 다른 며느리들과는 다른 혜택을 주는 것 같기도 하다
신기해하고 친해지고 싶어하고 관심과 사랑을 듬뿍 받는것 같다
이런 건 어찌 보면 우즈베키스탄이라는 나라 사람과 결혼해서 그렇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도망칠 곳이 생긴 것 같다
나는 가끔 남편에게 이것저것 해보자고 말하다가도 잘 안되면 어쩌지 망설인다
그러다 결론은
에이 그러면 우즈베크 가서 살지 뭐 라는 생각을 한다
삶의 돌파구가 하나 생겼다고 해야 하나
물가도 싸고 그곳엔 집도 있고 든든한 현지인 남편도 있으니 걱정 없지
이런 생각들을 하면 마음이 조금 편해진다
애기 봐주시는 시어머님이 있어서 좋다
우즈베키스탄은 친정엄마와 시엄마가 서로 아이를 보겠다고 싸움까지 한다고 한다
손주가 너무 예쁜 건지 서로 보려고 한다고.
우즈베키스탄 여자라 집안일 잘하시는 건 덤이다
이것만으로도 지금의 우리 가족의 모든 것을 감사하기로 했다
결혼을 앞두고 다문화가정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있었다
앞으로 태어날 아이의 앞날도 불안함이 엄습해왔었고
한국에서 살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다
그 두려움으로 나는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노력형 인간이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조금 깨달은 것 같다
모든 건 생각에 달려있다는 것을
그래서 관점을 다르게 생각하기로 했다
내가 다 맞다 라고만 생각하고 살았지만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고 나니
가족의 한 사람으로서 현실을 부정하고 우리 가족을 원망하고 힘들게 하기보다
내가 앞장서서 생각을 바꾸고 관점을 바꾸기로
남들이 뭐라 해도 내가 먼저 가족을 감싸주고 안아주기로
그 후 나는 다르다는 것에 특별함을 부여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