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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in Jan 03. 2020

한우가족의 신정 보내기

새해 첫날, 부모님께 감사하기

1월 1일 아침,

남편이 좋아하는 떡국을 끓였다.

사실 내가 시엄마와 남편, 아이에게 해주려고 했는데 사진 찍으랴 밥하랴

결국 남편이 떡국을 끓이고 나는 사진을 찍었다 

남편은 뭔가 이상하다고 했지만 열심히 요리를 해주었는데

샤로프든은 요리를 잘 안 해서 그렇지 나와는 다르게 손맛이 좋은 것 같다

고기 대신 황태포를 넣고 끓이는 중


샤로프든 은 단점은 손이 작다. 먹는데도 허기가 졌다

신정 아침. 남편 덕분에 시원한 떡국을 먹을 수 있었다


시엄마가 집에 오시기 전엔 남편이 요리를 곧잘 해줬는데 지금은 시엄마가 밥을 거의 전담하신다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은 보통 짜게 음식을 먹기에 싱거운 걸 좋아하는 나의 입맛과 시엄마와의 식성이 달라 항상 나는 싱겁게 음식을 하고 시엄마는 짜게 음식을 하는데 지금은 서로 익숙해져서 나는 나대로 물을 더 넣고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리고 어머님은 어머님대로 소금을 옆에 준비한다

처음엔 짜다고 남편에게 툴툴거렸지만 시엄마는 싱겁다고 내색 한번 안 하시고 항상 내가 밥을 차린 날이면 다 드시고 고맙다는 말을 항상 하셨다

그래서인지 우리의 식성으로 인한 트러블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던 것 같다

남편은 입에 좋은 음식보다 몸에 좋은 음식을 먹자고 세뇌시키듯 한 나의 말에 이미 세뇌당했는지

내가 한 음식도 시엄마가 한 음식도 싱거우면 싱거운 대로 짜면 짠 대로 투정 없이 잘 먹어줘서 고마울 따름이다

아침에 그렇게 떡국을 먹고 우리는 친정집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아빠가 요즘 먹고 싶다던 우럭이 생각나 큰 놈 한 마리를 떠갔다

우리 모두 회는 오랜만이라며 맛있게 먹었고 남편도 원래는 날 거를 못 먹는 사람이었는데

나 따라서 한점 한점 먹더니 요번엔 마늘이랑 고추 고추냉이를 넣고 쌈에 싸서 어찌나 잘 먹던지

아직까지는 초장 맛으로 먹는 샤로프든이지만 요즘엔 바지락 칼국수에 바지락도 얼마 전엔 비싸서 못 먹는 거니까 얼른 먹으라며 입에 넣어준 랍스터도 잘 먹어주었다


매운탕거리도 가지고 와서 엄마가 끓여줬는데 회사에서 대충 먹다가 이렇게 집밥을 먹으니 너무 맛있게 잘 먹었다

할랄 음식을 먹기 때문에 고기도 가려먹고 해산물과 날음식도 잘 못 먹어서 엄마는 항상 사위에게 맛있는 음식도 많이 못해준다고 서운해하셨는데

다음엔 횟집에 가서 사위에게 많았는 회를 사주고 싶다고 좋아하셨다

엄마 아빠는 성격상 샤로프든을 아들아들 하면서 살갑게 대하지는 않지만 많이 사랑해주시는 건 잘 알고 있다

남편도 애교는 없지만 처가댁에 가면  모든지 솔선수범 예의 바른 사위이다


항상 일주일에 한 번 딸과 친정집에 갔는데 요즘엔 공휴일이 많고 해서 두 번씩 갔던 것 같다

일하다가 사진첩을 보는데 아빠가 손녀를 안고 찍은 사진에서 아빠가 그렇게 해맑게 웃는 모습을 처음 본 것 같다

부모님이 주말에 손주 보는 낙으로 사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 그러다 갑자기 아버님이 생각이 났다

 어머님이 아버님과 영상통화를 할 때 인사를 나누곤 했는데 요즘 일하고 늦게 와서 아버님의 얼굴을 못 본 지 오래된 것 같다

우즈베키스탄은 1월 1일이라고 우리처럼 해돋이를 보러 간다거나 떡국을 먹거나 큰 기념일이 아니라고 하는데

그래도 식사는 잘하셨는지 우즈베키스탄은 아직 많이 추운지 어머님께 여쭤보니 요즘 일도 하시면서 잘 계신다고 한다

아버님이 한국에서 돌아가신 지 1년이 다되어가 가는데 그 사이 아이도 많이 컸고 얼마나 손주가 보고 싶을까 생각이 들었다


오늘 하루 집에 가는 길에 따뜻함과 행복이 가득한 하루였고 올 한 해가 1월 1일만 같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세상에 가장 큰 행복이 부자가 되는 것 좋은 직장에 가고 승진을 하고 이런 여러 가지 것 외에도 

나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

그 시간이 가장 소중하고 행복한 삶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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