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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in Jan 19. 2020

2020년. 3주 차) 무기력

내 굳은 결심은 다 어디로 갔을까

<행동하여 눈에 보이는 삶을 살아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한 3주 차 내 삶의 후기>

닷새 전인가부터 인 것 같다

직장상사가 뭐라고 한마디만 해도 금방이라도 사표를 써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었고

집에서도 조잘조잘 말이 많았던 내가 요즘 할 말만 하고 가족들과도 말도 많이 하지 않았다

독서모임도 아프다는 핑계로 사람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참여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나의 무기력한 에너지가 알게 모르게 전파되어 더 피해를 끼칠 것만 같았고

평소 같았으면 우울한 나의 상태를 누군가에게 털어놓았을 텐데 말하는 것 또한 귀찮았다

많이 웃지도 않았고 오죽했으면 회사 로비에 있는 경비아저씨마저 무슨 일이 있냐는 걱정을 해주셨는데 얼굴에서부터 티가 팍팍 났나 보다

무언가를 생각하는 것도 행동하는 것도 다 싫고 귀찮았다

무기력을 핑계로 잠은 많이 잔 것 같은데 많이 자도 피곤하고 병든 닭처럼 시들시들한 삶을 살고 있었다

닷새간 책도 읽지 않았고 하루 일과도 일기도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

문득 일하다가 무기력에 대해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는데 무기력함이란 스스로가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한다

어떻게 해야 무기력함에서 나올 수 있는지부터 왜 무기력함이 생기는지 인터넷에 자세하게 나와 있었지만

별로 와 닿지 않았다

그것 또한 귀찮았다

오늘 오전에 나는 아이 낮잠 자는 시간에 종이와 펜 하나를 들고 카페에 갔다

내가 제일 하고 싶었던 것 중에 하나가 카페에서 글을 쓰며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는데 사실 무기력한 이때에 카페에 가는 것조차 귀찮았지만 속이 터져버릴 것만 같아 일단 나왔다. 안 오던 비는 왜 또 오는지,

조금씩 뚝뚝 떨어지는 비를 맞으며 카페로 향했다

카페에 가면

나는 종이에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 적으려 했는데 예전 같지 않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적을 의욕도 생기지 않았다

그러다 한 글자 한 글자씩 써 내려갔다

다 적고 나서 읽어보니 지금 내 심정과 내 마음이 어떤지 적은 것이었다

온통 나에 대한 불만과 욕뿐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한두 시간 흐르고 나는 다시 펜을 들어 어떻게 한 해를 보낼 것인지 적기 시작했다

그러다 또 한 시간이나 흘렀을까 

남편이 그만 방황하고 집에 들어오란다

집에 가는 길에 찬거리를 사러 마트에 들려 남편과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해주기 위해 식재료를 구입하고 있는 게 무기력해도 장은 보는 내가 아줌마가 다 됐다는 생각도 했다

집에 와서 밥을 먹고 쉬면서 그렇게 하루를 웃음기 없이 보냈고 자기 전에 노트북을 켤까 말까 고민을 하다

이렇게 노트북을 켰다

브런치에 글조차 쓰기 버거웠지만 그래도 기록하기로 한 이상 글을 쓰고 있다

무기력함이 오늘로 끝났으면 하지만 내일은 또 어떤 하루를 보내게 될지.


일주일 전 나에게 무슨 사건이 있었나? 내가 왜 이렇게 됐나 종이에 적으며 생각해보니 두려움에 가득 차 있는 나 자신을 보게 되었다

올해는 외적인 변화들로 인해 나 스스로도 많이 변화될 것 같아 변화의 두려움이 있어 보였는데

지금의 선택이 인생의 기로에 있어 중요한 선택이 될 것 같아 무섭다

아직 나 자신을 많이 믿지 못하는 것일까. 어떤 선택이 좋은 선택인 것인지 나도 모르겠다.



이번 주에 행동한 것이 있다면 욱해서 때려치우지 않고 회사를 무사히 출근한 것과 무기력해져서 돈 쓰는 것도 귀찮아서 안 썼고 무기력하다는 이유로 잠을 많이 잤고, 머릿속이 어지러워 카페에 간것.

이것이 다지만

그래도 오늘 내 속마음을 적으면서 내가 왜 이러는지, 어떻게 할 것인지, 내가 나를 위로해 준기분이 들어서 어제보다는 낫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음 주는 어떤 행동변화보다는 나 스스로의 안정을 찾고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도록 조금씩 노력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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