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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in May 12. 2020

국제결혼, 경조사비는 얼마나 들까

주는 것보다 더 많이 받는 부모님의 경조사비

외국인과 결혼하면 경조사비는 얼마나 들까?


외국인과 결혼하여 소규모 웨딩을 하면서 나와 남편은 가장 가까운 몇몇의 지인에게만 청첩장을 보냈고 나에겐  소규모 웨딩이 추후에 나갈 축의금을 줄여주는데도 한몫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경조사비라 하면 부모님께 드리는 용돈이 전부인듯한데 우리는 결혼식을 할 때와 마찬가지로 국제결혼을 했다는 이유로 집안 내 경조사비로 나가는 돈도 많지가 않다.

그래도 한국은 설날과 추석 부모님의 생신 그리고 어버이날이 있지만 우즈베크에서는  어렸을 때나 선물을 챙기고 부모님의 생신에도 종교 때문인지 따로 뭔가를 주지는 않는다고 하는데, 유일하게 라마단 기간이 끝날 때 돈보다는 선물을 주는게 전부이다.


한국 생활을 하며 우리는 양쪽 집에서 한쪽 집만 드리는 것도 그렇고.하여 우리는 시어머님을 모시고 다 같이 맛있는 걸 먹으러 가거나 친정집에 작은 선물로 최소한의 예의만 갖춘다.

우리의 돈이 부담이 되는지 오히려 돈을 더 주려는 엄마 아빠이기 때문에. 이번 어버이날도 어느 때와 같이 시어머님을 모시고 다 같이 친정집에 다녀왔다. 샤로프든이  쏘는 회와 매운탕을 끓여 맛있게 저녁을 먹고 이야기 나누며 놀다가 집으로 돌아왔는데 차에 타기 전에 나는 엄마에게 용돈을 드렸다.


엄마! 아빠는 주면 안 받아. 얼마 안돼 여름에 놀러 갈 때 입을 티셔츠 하나씩 사 입으라고.

됐어!! 돈 있으면 저금이나 해! 제발 너네나 잘살아라~


어버이날이나 생신날에 생각해서 용돈을 조금 드리려 하면 돈도 없으면서 라는 말을 하신다.

아빠는 말할 것도 없어 엄마에게 드리는 것인데 마음은 알지만 가끔 자존심이 상하는 말을 툭 내뱉는 엄마이다.

.

엄마 아빠한테 용돈 주는 사람이 세상에 나랑 오빠밖에 더 있어?

작은 돈이라도 받아서 써! 돈이 아니라 마음인데.

저축이나 잘하라는 엄마의 말에 나는 힘을 주며 말했다


알겠어..라고 하시며 받은 돈.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엄마에게 문자가 왔다.

애 봐주시느라 힘든데 시엄마랑 아기 옷이나 더 사줘 10만 원 잘 쓸게,

10만 원은 다시 보냈어~

얼마 전 어린이날도 용돈을 더 받았는데 항상 더 받기만 하는것 같은데 부모가 되었어도 부모이기보다는 아직도 한참 부족한 자식으로 살고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든다.


4월 말까지만 출근한다고 한 달 전에 회사에 말했건만 사람이 잘 안 구해진다며 채용을 미루는 과장님 때문에  미뤄지고 미뤄지다 3일 전 드디어 퇴사를 하게 되었다.

퇴사를 오래전부터 생각해오면서 제일 먼저 생각한 건 지출을 줄이는 것이었는데 마음의 짐처럼 꼭 사고 싶었던 물건이 하나 있었다.

바로 시엄마의 핸드폰.

4년 전 한국에 오자마자 이모님께서 저렴한 핸드폰을 하나 사주셨는데 집에만 계시는 어머님에게 가장 필요한 물건 같아 보였다. 우즈베크에 있으면 사람들과 어울리느라 핸드폰을 가까이하지 않는 시엄마인데 한국생활 중 핸드폰은 어머님의 외로움과 무료함을 달래는 가장 친한 친구였다.


퇴근하고 집에 가면 영화를 본다 하시면서 샤로프든 의 핸드폰을 빌릴 때도 생각하지 못했는데

출근한 나에게 보내준 아이의 사진이 뿌옇게 찍힌 걸 보고 어머님의 핸드폰 상태를 처음 알게 되었고, 화질이 안 좋아 영화 자막도 잘 안 보여서 샤로프든 의 핸드폰으로 영화를 보았던 것이었다.

그리고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전 핸드폰은 해지시키려고 114를 누르려고 하니 잘 안 누려서 어머님께 말하니 어머님은 두 번 빠르게 누르라고.

이렇게나 불편한걸 말도 안 하시고 계속 쓰셨다니.


친정엄마는 샤로프든이 평소에 무신경한 것 같으니 타지에 계신 시엄마께 딸처럼 잘 챙겨드리라고 했는데 나도 일하면서 집안일까지 한답시고 너무 무신경했던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사드려야지 하고도 이것저것 뭐가 바빴는지 잊고 있다가 얼마 전 어버이날이 되어 부모님 선물을 고민하던 중 어머님의 핸드폰이 생각났다.

 퇴사 전 월급이 들어오는 이때 얼른 사드리기로 마음먹고 핸드폰 가게를 찾아가 50대 시엄마에게 어울릴만한 톡톡 튀는 빨간색 핸드폰을 하나 사 왔다.

남편에게도 비밀로하고 있다가 저녁에 집에 가 핸드폰이 든 쇼핑백을 어머님께 건네니  시엄마는 무척이나 좋아하셨고, 내 착각일 수 있지만 어머님보다 더 좋아하는 남편의 눈에서 하트가 보이는 것 같았다.

내친김에 예쁜 케이스도 하나 사서 선물로 드렸는데 소녀처럼 좋아하시는 어머님 모습에 주는 내 마음이 더 행복함을 느낄 수 있었다.


최근에 읽은  책에서 기억에 남는 구절들이 떠올랐다.

[ 온전히 자기 자신을 기쁘게 하는데 돈을 써야 하며, 이러한 마음가짐 때문에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눌 수 있고 내면의 목소리와 반대인 낭비를 하지 않게 되어,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 부자가 되도록 돕는다. -The Having 中-]

어머님께 선물을 하면서 마음으론 부자가 된 기분이었다.


우즈베크 가족들은 가족끼리도 감사해하고 표현하고 항상 안부를 묻고, 좋다는 yaxshi(약쉬)라는 말도 참 많이 쓴다.

간지러워서 고마운 걸 알면서도 나는 고맙다는 말을 자주 하지 않는데, 고맙다는 말을 자주 들으니 나 역시 감사한 마음이 들었고 들으수록 기분 좋은 고마워라는 말을 앞으론 자주 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라흐맛!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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