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혼에 대한 생각
나랑 결혼하니까 좋지?
시어머님과 함께 살면서 흠잡을 데 없는 집안일과 살림에 남편이 시어머님과 같은 우즈베키스탄의 여자를 만났다면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남편에게 잘해준다고 하는데도 육아도 살림도 부족한 게 많아서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맛보다는 정성으로 요리를 하고 꼼꼼하지도 깔끔하지도 못하지만 좋은 습관들을 가지려 노력했다.
그리고 나만의 장점들이 우리의 결혼생활을 또 다른 행복을 가져다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가끔 나는 이런 질문으로 남편에게 사랑을 확인받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장난기 많은 남편은 우즈베키스탄 여자들은 아무 데서나 방귀를 안 뀌는데 참 잘도 뀐다며 방귀소리 들을 수 있어서 좋다는 둥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말하는 남편이다.
샤로프든은 우즈베키스탄에 있을 때도 러시아에 있을 때도 한국에 왔을 때도 여행을 많이 해보지 못해서 자신이 여행을 좋아하는지조차 몰랐는데 나를 통해서 알 수 있었다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이곳저곳 데리고 다녔던 게 너무 좋았는지 남편에게도 이곳저곳 보여주고 싶어 귀찮아하는 남편을 끌고 이곳저곳 다녔던 것이 남편은 너무 좋았다고 이야기했다.
인터넷이나 유튜브에 보면 우즈베크 여자는 집안일 잘하고 남편에게 내조 잘하고 이런저런 칭찬의 이야기를 종종 볼 수가 있었는데, 우즈베크 남자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없었고 오히려 우즈베크 남자라고 하면 안 좋은 인식이 많은걸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우즈베키스탄 남자들은 보통 한국에 일을 하러 오면서 한국인과 결혼한 우즈베크 여성보다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와 적응이 부족하고, 종교적인 문화적인 차이로 인해 인터넷이나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에 자신들의 가정사나 말들에 대해 이야기를 잘 안 하는 성향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우즈베키스탄 남성에 대한 정보들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을 했다.
일부다처제에 여자를 때리고 부정적인 말들이 한국어로 인터넷에 떠도는 것조차 남편은 알지 못하였다.
나로서는 이런 글들이나 영상을 접할 때면 안타까운 마음에 나 나름대로의 그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종교적인 이야기 포함해서 브런치에 올렸지만 응원해준 사람들도 있지만 역시나 국뽕과는 거리가 먼 이런 이야기들을 좋아해 줄 리 없었고, 나는 더 이상 그들을 설득하려 하기보다는 우리의 잘 사는 모습들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들의 말대로라면 내 남편은 좋다는 우즈베크 여자와 결혼 안 하고 나랑 했으니 반대되는 결혼을 한 것이고 이럴 때 내 남편은 사람마다 다 다르다고 이야기해주었다.
사람마다 다 다른 것이라고..
처음에 부모님, 친구들, 주위 사람들이 반대했을 때 나는 샤로프든을 평생 배우자로 나 스스로가 선택을 하면서 문화가 만들어낸 문화 때문에 생긴 샤로프든의 우즈베크 사람의 모습보다 샤로프든이라는 사람 자체가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나라나 문화 종교는 그 어떤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확고한 내 생각 때문인지 결혼을 하는데 더 어렵지 않은 선택을 한 것 같다.
물론 나도 살다 보면 그 사실을 잊고 샤로프든의 미운 짓을 보면 우즈베크 사람은 다 저러나 싶고,
또 좋을 때는 우즈베크 사람들은 다 좋네 하면서 나 자신도 그런 생각을 했는데 어떻게 보면 생각을 그렇게 했다기보단 그냥 그런 식으로 욕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딘가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꼭 사람의 나라나 문화나 태어난 곳을 우선으로
생각한다면 사람들이 하는 나쁜 짓을 가지고 핑계를 주는 거고,
사람들이 하는 좋고 선한 일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빼앗아 버린다.
나라나 문화 태어난 곳을 우선으로 생각했을 때,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그 행동에 대한 모든 책임을 뺏아버리는 거라고.
내겐 그 말이 너무도 와 닿았고 그 뒤로 그런 생각을 안 하게 된 거 같다.
굳이 팔불출처럼 내 남편의 장점을 콕 집어 이야기해본다면
사람들이 흔히 알고 있는 가부장적 성향이 있어서인지 책임감도 강하고, 무거운 것도 다 들어주고
종교적인 성향이 있어서인지 어른들한테 항상 예의 바르고 술 담배 안 하고
고지식해서 그런지 육아와 살림의 영역은 아내의 몫이라는 생각에 집안일과 음식을 가지고 핀잔을 둔적도 없고,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보다 가정을 먼저 생각하는 가정적인 남편이었다.
그래서인지 집안일도 아이와 놀아주는 일도 성심성의껏 해주는 것 같다.
단점 또한 많겠지만 요즘 느끼는 것 중에 우리의 취미나 관심사가 많이 다르다는 것.
외향적이고 활동적인 나와는 다르게 샤로프든 은 너무 내성적이고,
유튜브 좀 같이 해보자는 내게 농자 짓고 싶다고 땅을 알아보자는 샤로프든이었고 더 나아가 우즈베키스탄도 아닌 이곳에서 양을 키우고 싶다던 남편이었다.
그래서 재밌는 결혼생활이기도 한 것 같다. 신기하기도 하고.
평생 경험해보지 못할 우즈베크 생활도 해보고 여러 나라 음식도 먹어보고 한지역에서 평생을 살고 변화를 싫어하던 내게 이색적인 삶을 살게 해 주면서 새로운 취미들이 생긴 것도 같다.
결혼초에 서로 본인만의 스타일로 고치려고 했고 불만들을 표출했던 우리가 5년 가까이 붙어있다 보니 우리는
무언가를 깨닫게 된 것 같았다.
고쳐쓰기보단 자신을 좀 더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바꾸는 게 나를 위하고 상대방을 위하는 것이라는 걸.
나라 문화 종교 모든 걸 떠나서 한 사람의 장점을 알아주고 단점을 이쁘게 봐주려 노력하면서
그냥 맞춰가는 게 요즘 시대에 결혼하면서 느낄 수 있는 행복이자 장점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