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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in Jul 08. 2020

외국인의 흔한 평일 사용법

우즈베크 남편의 1일 휴가 보내기


하루 열세시간을 일하는 남편에게 가뭄에 봄비 내리는 소식이 찾아왔다.

여름휴가 3일.


자기 나 휴가 언제 쓸까?

샤로프든은 부장님의 휴가 소식을 흥분한 채 부리나케 전화로 나에게 알렸다.

점심시간에 샤로프든 과 통화하며 우리는 휴가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요즘 바이러스 문제도 그렇고

아이를 데리고 선뜻 어딘가 떠나기가 망설여졌다.

아이를 데리고 그토록 제주도에 가고 싶었는데 이번 여름에도 제주도의 꿈은 그냥 접어야 할 것 같았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남편에게 진짜 휴가는 집에서 맞이하는 휴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퇴근하고 집에 와서 밥을 먹고 핸드폰 조금 하다 보면 어느새 자정을 넘기게 되고 그렇게 하루 6시간이 채 안 되는 휴식을 취하고 덜 충전된 몸으로 또다시 주 6일을 출근하는 남편인지라 건강하던 남편도 안구건조증에 두통에 자주 시달리는 요즘이다.

곧 있으면 어머님도 우즈베키스탄에 가시는데 비행 경비며 용돈을 드리고 하려면 지출을 많이 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 우리는 편하게 집에서 휴가를 보내기로 하였다.

대신 가까운 곳으로 캠핑을 가거나 당일치기로 잠시 외출을 하기로 하였는데 그래도 일단은 하루를 맛보기로 쉬는 게 어떠냐며 나는 당장 휴가를 쓸 것을 추천했다.

사실 평일에 해야 하는 밀린 일들을 해야 했기 때문에.

샤로프든은 곧장 부장님께 말씀드리고 평일 하루 자유로운 하루를 보낼 수 있게 되었다.

하루지만 일요일과 붙여서 쉬었기 때문에 이틀을 쉴 수 있었는데 남편과 함께 한 하루 동안의 우리의 휴가 일정은 이러했다.


은행 가기

출입국사무소 가기

건강보험공단 방문하기

산부인과 가기

경찰서 가서 지문 등록하기


해당 고객센터에 전화 한 통이면 이것저것 해결할 있고 집에서도 등본이니 여러 서류를 뗄 수 있는 요즘, 외국인은 본인이 직접 가야 처리가 수월하고, 무엇 하나를 하더라도 필요한 서류들이 참 많은 것이 사실이다.

소득이 없는 시어머님도 의무적으로 건강보험에 가입해야 되는 법이 생기면서 남편의 피부양자로 등록하기 위해 시어머니와 남편의 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가 필요했고 금방 뗄 수 있는 가족관계서를 외국인은 출입국사무소에 방문해야만 했다.


출입국사무소에 가면 자주 있는 일.

시어머님 비자 연장이나 외국 가족 초청할 때는 남편이 없어도 되어 혼자 가는데 남편이랑 갈 때나 혼자 갈 때 출입국사무소에서 대기의자에 앉아있으면 외국인들이 나에게 서류작성을 부탁한다.

항상 북적이는 출입국 사무소에는 여러 나라의 외국인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한 번은 나에게 중국말을 하며 도와달라는 사람도 있었고 아마 나를 중국인으로 착각했던 모양이다.

한국인 남편과 결혼한 외국인 여성도 남편처럼 보이는 분과 같이 왔지만 남편이라는 사람은 의자에 앉아있고 진땀을 흘리며 나에게 도움을 요청한 적도 있었다.

도와주다 보면 어느새 도움을 받으려 옆으로 줄이 생기기도 했는데 나는 남편이 외국인이라 그런지 더 열심히 그들을 도와주었던것 같다.

출입국사무소는 서류 준비보다는 갈 때마다 엄한 분위기 탓에 나도 가기가 꺼리는 곳이지만 툭툭 내뱉는 직원들에게 서류를 내보일 때면 남편과 같이 가는 것보다 나는 혼자 가는걸 더 좋아한다.

이유 없이 주눅 드는 남편의 모습을 보기 싫어서인듯하다.


은행업무 또한 외국인은 직접 방문해 야 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지난번에는 영문명이 너무 길어서 이름이 제대로 조회가 되지 않는다며 방문을 해야만 했던 적도 있었다.


은행 방문 이야기.

샤로프든이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만들었던 은행 카드가 없어지면서 더 이상 통장에서 출금이 불가능했고

통장 해지를 하러 은행에 다녀왔는데 월급날이면 늦은 시간에 현금지급기를 찾아다니는 남편의 수고를 덜어줘야겠다고 이를 갈고 있던 참이어서 간 김에 타 은행에 가서 월급통장으로 사용 중은 은행에 가서 모바일뱅킹도 등록하였고 남편의 급여통장의 한도가 30만원이라 하여 한도를 늘리기 위해 은행 투어를 하기 시작했다.

한참을 기다려 우리 차례가 되었는데 재직증명서를 떼어야지만 한도 변경이 가능하다고 한다.


자기 저번에 재직증명서 내고 급여통장 만든 거 아니었어?

응 재직증명서 냈지. 근데 한도는 다음에 오면 늘려준다고 했어. 다음에 올 때는 그냥 오라고 했는데..

은행 직원은 계속해서 재직증명서가 있어야만 한도를 변경해줄 수 있다고 했고 남편은 어쩔 줄 몰라하며 그냥 다음에 다시 오자고 하였다.

다음에 다시? 또 언제 평일에 시간을 내고 언제 나랑 같이 올 건데.

만약 해주지 않으면 저번에 그 직원을 찾아볼 생각을 하며 굳은 표정으로 앉아있으니 곧바로 직원이 서명 하나를 받고 바로 한도를 늘려주었다.


은행 직원의 재량이었나?

몰랐던 불편한 사실 하나를 알게 되었다싶은 생각이 들어 기분이 더 언짢아졌다,


이런 일이 은행에서 뿐만 아니라 비일비재한 걸 잘 아는 나는 한국어를 할 줄 아는 남편이라도  혼자 관공서 다녀오는 걸 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나는 항상 동행한다.

내가 없었다면 남편은 같은 일로 여러 번 반복해야 했을게 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런저런 이유로 나는 남편과 항상 같이 다니는 편이다.

단순히 외국인 이어서라기보단 남편의 소심한 성격이 더 해외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것 같아 나조차도 소심한 성격이지만 남편의 강한 보호자가 되어야만 하는 것 같다.

평일에 시간이 되지 않는 남편을 위해 배우자인 내가 대신해줄 수도 없고 모두 샤로프든이 직접 방문해야만 할 수 있는 일들이고 하니 어쩔 수가 없다.

어쨌든 해야 할 일을 다 끝마칠 수 있어서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평소에 남편이 바빠 혼자 산부인과에 다녔는데 이번에는 남편과 같이 아이를 보고 와서 좋았고 남편이 일을 안 가서 이참에 차로 아이를 데리고 남편과 경찰서에 가서 아이의 지문등록까지 하고 돌아왔다.

이것저것 볼일을 보다 보니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는데 샤로프든 과 밖에서 맛있는 점심도 먹고

카페에서 주스도 한잔 마시고 신경이 많이 쓰이는 하루였지만 우리만의 나름 행복한 데이트를 즐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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