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사람을 기억하며
2019년 10월 30일 수요일.
그날은 우리 엄마의 절친이자 나를 예뻐해 주셨던 소중한 한 어른을 발인한 날이었다.
다음날 핼러윈 파티를 위해 일찍부터 으스스한 장식으로 학원을 꾸며놓은 터라 그 날짜를 정확히 기억한다.
"선생밈, 사람이 죽으몀 어떻게 되게요?"
하얀 거미줄과 가짜 피가 묻은 장난감 도끼 아래에서 강유가 물었다. 조그만 혀는 아직 니은(ㄴ)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해서 번번이 미음(ㅁ)이 되어버린다. 강유는 평소 레슨을 시작하기 전 사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주말 동안 가족과 놀러 갔던 일이나 학교에서 친구와 나눴던 이야기 같은 것을 느릿느릿 자세하게 풀어놓으며 시간을 끈다. 나는 핼러윈 장식이 주렁주렁 걸려있는 그랜드 피아노 앞에 앉아서 '사람이 죽으면 썩어요', '그것도 몰라요? 시체가 돼요', '좀비가 돼요!' 같은 맹랑하고 예상 가능한 대답들을 떠올리며 웃었다.
"모르겠어.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되는데?"
"에이, 그것도 몰라요 선생밈? 사람이 죽으몀......"
별이 돼요.
아직 발음이 서툰 여덟 살 아이의 입 속에서 네 글자가 또렷이 떠올랐다. 별이 돼요. 마치 손바닥 위에서 바닷물이 증발하고 남은 소금 알갱이처럼 반짝이는 네 음절. 숨이 턱 멎을 것만 같다. 예상을 빗나가는 어린이의 천진함은 감동을 주려고 하는 말이 아닌데도 때때로 무겁게 가슴을 두드리고 간다.
"그건 누가 알려줬어? 별이 된다는 건?"
"아빠가요. 같이 영화 <라이온 킹> 볼 때 말해줬어요. 심바가 아빠 사자랑 같이 별을 보면서 얘기하는 장면이 있거든요? 거기서 나와요. 그거 진짜라고 했어요."
심장의 고동소리가 두근두근 눈에서 난다. 눈물을 내보내게 해 달라고, 누군가 망막 뒤에서 쿵쿵 두드리는 것 같다. 뻐근한 느낌이 들어 두 눈을 깊게 감았다 뜬다. 강유에게 잠시 연습하라고 일러준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원장실에 뛰어들어가 툭 터지려는 눈물 둑을 손바닥으로 급히 막았다. 아름답고 따뜻했던 그분은 이제 곁에 없다. 인간관계가 좁은 우리 엄마는 거의 유일한 친구를 떠나보내면서 부모도 친구도 없는 세상 속의 외톨이가 되고 말았다.
생전 모습이 참 고우셨던 그분의 미소, 다정한 말씨, 볼 때마다 감격스럽게 잡아주시던 두 손의 온도가 생생하다. 그분도 별이 되셨을까. 포근한 눈웃음이 그리울 때마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당신은 밤하늘 어딘가에서 눈동자처럼 빛나고 있을 것 같다.
오랜 시간 뒤 소중한 사람이 떠난다면 그건 상실이 아니라 다른 방식의 실재라고 생각해도 될까. 그 사람은 별이 되었을 거야. 멀지 않은 곳에서 내 쪽으로 고개를 마주하고, 지금도 반짝이고 있을 거야. 그렇게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이를 추모하고 기념할 용기를 갖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