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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환 Jul 11. 2020

격관

황혼, 너의 이름은

들숨과 날숨

들숨이 날숨으로 바뀌는 그 순간 

그곳에는 들숨도 날숨도 없다.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있음으로 꽉 차 있는 순간 

 

밤과 낮 

들숨이 낮이라면 날숨은 밤이다. 

낮이 밤으로 바뀌는 그순간, 

들숨이 날숨으로 변화하는 그 찰나, 

모든 것이 잠시 정지하는 바로 그 때가 바로 황혼이다. 


황혼은 기적이다. 

환했던 대낮이 깊은 어둠으로 변해가는 마법같은 시간이다. 

온 세상이 신비로운 푸르스름함으로 가득찬다. 천지개벽이다.

밝은 빛에 익숙했던 우리 눈은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사람도 얼른 알아볼수 없게 된다. 


환한 낮에는 누가 있는지 분명히 안다. 

어두운 밤에는 누가 있는지조차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어스름한 황혼에는 누군가 있는 것은 알겠으나, 누구인지는 잘 알수가 없다.

거기에 뉘신지? 가타와레 도키. 너의 이름은? 이라는 질문이 저절로 나오는 시간이다. 


존재는 하되 정체성만 사라지는 순간이다. 

존재만 남고 이름은 사라지는 순간이다. 

모든 존재가 자유를 얻어 시공간을 초월하는 순간이다.

정체성이 사라지므로 너와 나의 구별이 사라지고, 시공간을 넘어 너와 내가 하나가 되는 순간이다. 


천천히 들이쉬는 들숨이 잠시 멈췄다가 날숨으로 바뀌는 바로 그 황혼의 순간에 집중하라. 

거기에, 그 찰나에, 영원함이 있고 자유가 있다. 

이 틈을 바라봄으로써 그 찰나에 영원히 머무는 것이 격관(隔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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