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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환 Aug 18. 2021

내부감각훈련과 명상 (1/7)

몸과의 내면소통

감정 조절 능력의 향상 - 몸과의 내면소통 

이 글에서는 효과적인 편도체 안정화를 달성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야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려 한다. 편도체를 안정화한다는 것은 결국 감정을 잘 다스릴 수 있게 한다는 뜻이며 이것이 마음근력의 핵심인 자기조절력의 기초다. 편도체와 관련된 감정은 주로 부정적인 것이다. 물론 강한 관심을 끄는 대상이 나타나거나 매우 기쁠 때에도 편도체는 활성화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편도체는 위기 상황에서 활성화되고 그 위기에 대처할 수 있도록 몸을 준비시킨다. 이 준비과정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신체적 변화를 뇌는 두려움이나 불안 등의 "감정"으로 느낀다. "편도체 활성화"란 부정적 정서의 기반이 되는 몸의 여러가지 현상을 환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부정적 정서가 "편도체"라는 뇌의 일부와만 관련된 것은 결코 아니다. 


부정적 정서란 무엇인가

단순화의 오류를 무릅쓰고 간단히 말하자면 편도체의 활성화는 부정적 정서와 관련된다. 그렇다면 긍정적 정서는 어떠한가? 여기서 한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부정적 정서"라는 말은 자칫 오해를 불러 일으키기 쉬운 개념이다. "부정적"이라는 수식어 때문에 마치 "정서"라는 실체가 존재하고 그 중에서 부정적인 것과 긍정적인 것이 존재하는 것인양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행복감이나 생활만족도, 내재동기 등을 흔히 긍정적 "정서"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이 때의 "정서"는 분노나 두려움 등의 부정적 정서에서의 "정서"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동일한 하나의 "정서"라는 실체가 있는데 그 중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 두 종류가 있는 것이 아니다. 원래 정서(emotion)는 부정적인 감정만을 지칭하는 개념이다. 행복감이나 생활만족도 혹은 즐거움이나 사랑과 같은 개념과 분노와 두려움과 같은 개념을 모두 포괄하는 상위의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원래 감정이나 정서는 본질적으로 부정적인 것이다. 엄밀히 말해서 긍정적 정서의 "정서"는 감정이나 정서가 아니다. 즉 부정적 "정서"에서의 "정서"라는 말과 긍정적 "정서"에서의 정서라는 말은 서로 다른 개념이다. 같은 개념에 긍정 혹은 부정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긍정적이지도 않고 부정적이도 않은 그냥 "정서"란 없다. 정서, 혹은 감정은 "emotion"을 번역한 말인데 이것은 부정적 정서 (분노, 짜증, 두려움, 걱정, 공포, 역겨움 등)를 일컫는 말이다. 흔히 긍정적 정서라 일컬어지는 행복감은 전전두피질의 활성화와 주로 관련되며 편도체 활성화와 관련된 부정적 정서와는 기본 작동 기제가 근본적으로 다르다. 긍정적 정서에서의 "정서"는 "감정"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생각"에 더 가까운 것이다. 즐거움, 행복감, 자기 긍정, 자부심, 타인긍정, 용서, 감사, 삶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 등의 긍정적 정서는 몸의 작용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마음 작용에 기반한 것이다. 

반면에 부정적 정서는 전적으로 몸의 작용에 기반한다. 어떤 기억이나 생각을 떠올려서 부정적 정서가 촉발되는 경우에도, 다마지오의 신체지표가설 등을 통해 알 수 있듯이 (Damasio, 1994), 일정한 기억이나 생각이 몸의 변화를 가져오고, 그러한 몸의 변화를 대뇌가 감정으로 해석해냄으로써 통해 감정인지가 일어난다(Barret, 2017).

 나쁜 일에 대한 기억이나 미래에 대한 걱정은 편도체의 활성화를 가져온다. 편도체는 온 몸에 "위기 상황"이 발생했음을 알려주는 알람시스템과도 같다. 이에 따라 신체 여러 부위가 긴장되고 심장박동은 빨라지며 근육에 혈액이 모여 에너지를 발휘하여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이때 우리의 뇌는 "불안감"이나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부정적 정서는 몸 상태에 관한 인지다. 

물론 편도체 활성화가 곧 항상 부정적 정서를 유발하는 것은 아니다. 강한 쾌감이나 흥미를 느낄 때에도 편도체는 활성화된다. 그러나 지속적인 편도체 활성화는 대부분 습관적인 부정적 정서 유발과 관련된다. 편도체의 지속적인 활성화 상태는 마음근력의 여러 기능을 담당하는 전전두피질 중심의 뉴럴 네트워크를 방해하여 마음근력을 약화시킨다. 마음근력 향상을 위해서는 우선 편도체를 안정화 시켜 감정인지 능력과 감정조절 능력을 확보하고 부정적 정서의 유발 습관을 잠재울 필요가 있다. 

편도체 안정화를 통해 부정적 정서를 가라앉힌다고 할 때, 과연 어떠한 부정적 정서를 말하는가? 흔히 부정적 정서에는 분노나 짜증, 불안감이나 두려움, 역겨움, 좌절감, 우울감 등 여러 종류가 있다고들 한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부정적 정서는 하나다. 다 같은 실체다. 서로 다른 이름으로 불리워서 사회문화적으로 그렇게 통용되는 것일뿐 본질적으로는 하나의 실체다. 

가랑비나 보슬비나 소나기나 장마비는 불리우는 이름은 다르지만 모두 본질적으로 "비"다. 시간당 얼만큼 내리는 것이 가랑비고 소나기인지도 정확하지도 않다. 비 뿐만아니라 우박, 함박눈, 싸라기눈, 진눈깨비 모두 비와 본질적으로 같다. 모두 하늘에서 내리는 물이다. 이들의 얼만큼 내리는가를 지칭하는 것이 강수량이다. 강수량에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모든 종류의 물이 다 포함된다. 눈과 비가 처음부터 정확히 구분되는 것도 아니다. 고도가 높은 곳에서는 얼음알갱이였다가 지표면에 가까워지면서 빗방울로 변하는 경우도 많다. 눈이 덜 녹거나 녹았다가 다시 조금 얼면 진눈깨비가 된다. 바람도 마찬가지다. 봄바람, 산들바람, 강풍, 태풍, 회오리바람 등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지만 모두 본질적으로 공기의 흐름이다. 강수나 바람의 다양한 형태에 대한 여러가지 이름은 주로 사회 문화적인 것이지 과학적인 실체가 아니다. 

감정 역시 마찬가지다. 감정에는 긍정적인 것이나 부정적인 것이 있는 것도 아니고 (왜냐하면 긍정적 "정서"는 엄밀히 말해서 "정서"가 아니므로) 부정적 정서에도 다양한 실체가 있는 것도 아니다. 감정의 실체는 그냥 부정적 정서 하나뿐인 것이고, 그것의 본질은 불안감(두려움, 공포)이다. 두려움에서 좌절감과 우울감이 오고 분노와 공격성향이 나온다. 불안감은 여러가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모든 부정적 정서의 근원이다. 두려움과 분노가 완전히 별도의 실체인양 개념화하고 연구하는 것은 마치 가랑비와 소나기를 별도의 실체인양 다루는 것과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감정에 대한 이해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랑비나 소나기나 모두 "비"라는 점을 확실히 해두는 것이다.

감정은 말하자면 "강수량"에 해당하는 개념이다. 강수량에 대한 원인과 결과에 대해 면밀한 연구를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심리학은 통속 심리학(falk psychology)에서 가져온 분노, 슬픔, 두려움, 역겨움 등의 감정 개념들을 그대로 가져다가 마치 그러한 감정들이 과학적인 실체가 있는 것인양 다루어 왔다. 배럿 교수의 주장대로 이제 감정에 관한 연구는 뇌의 기본 작동 방식에 대한 연구 결과들을 바탕으로 귀납적인 방법으로 접근해가야 한다(Barret, 2017). 배럿 교수에 따르면 분노, 슬픔, 공포, 역겨움 등 전통적인 감정의 종류나 개념화는 일상적인 언어나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지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것들이 아니다. 해결되지 않는 두려움 때문에 좌절감에 빠지고 그에 따라 공격적인 반응이 나오는 것을 분노라 한다면, 두려움과 분노는 본질적으로 서로 다른 감정이 아니다. 역겨움 역시 분노의 한 표현 방식일 수도 있다. 

뇌과학 연구들도 전통적인 의미에서 분노, 두려움, 역겨움 등의 감정은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실체가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하기 시작했다. 분노, 슬픔, 두려움, 역겨움, 행복감 등 심리학에서 오랫동안 "기본 감정"이라고 여겨왔던 감정들은 각기 관련된 특정한 뇌부위가 존재하고 심지어 동물들에게도 존재하는 보편적이고도 기본적인 감정이라고 가정되어 왔다. 그러나 뇌영상 연구는 특정한 감정에 대응하는 특정한 부위나 특정한 네트워크란 존재하지 않는 것을 분명히 보여줬다. 게다가 현저성네트워크(salience network)는 다양한 여러 감정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Touroutoglou et al., 2015).  


뇌의 세가지 글로벌 네트워크와 감정 

뇌에는 여러가지 기능을 담당하는 네트워크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것이 기본적인 세가지 글로벌 네트워크다. 첫째는 아무 것도 안하고 있는 상태인 디폴트모드 네트워크(DMN)인데 주로 내측전전두피질과 후방대상피질(mPFC+PCC)이 중심이 되는 네트워크다. 두번째는 특정한 목표지향적 행위를 하기 위한 중앙수행네트워크(CEN: central executive network)인데 주로 배외측전전두피질과 후방대상피질 (DLPFC+PCC)이 중심이 된다. 세번째는 현저한 자극이 느껴질 때 활성화되는 현저성 네트워크(SN: salience network)인데 주로 전방섬엽과 전방대상피질(AI+dACC)이 중심이 된다. 

삼중네트워크 모델에 따르면 가만히 쉬는 상태인 DMN에서 어떤 과제에 집중하여 수행해내려면 CEN이 활성화되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SN이 활성화되는 상태를 거친다는 이론이다(아래 그림 참조). 즉 AI를 중심으로 한 SN의 활성화에 의해서 일단 DMN이 비활성화되고나서 CEN이 활성화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Sridharan, Levitin & Menon, 2008; Nekovarova et al., 2014). 


그림 출처: Nekovarova et al. (2014)


이 세가지 기본적인 네트워크는 세상을 살아가는 내 몸에 관한 내적인 모델을 계산하고 예측하는 시스템이기도 하다. 감각신경과 운동신경 시스템을 통해 주어지는 다양한 종류의 내외부 감각 정보를 바탕으로 뇌는 역동적인 균형상태를 위해 작동한다. 내 몸 안에서 발생하는 여러가지 내부 감각정보와 외부 환경으로부터 주어지는 외부 감각정보를 실시간으로 예측하여 "변화 속의 균형", 즉 알로스태시스를 추구한다. 능동적 추론과 예측을 통해 내적인 환경을 조절하는 것(알로스태시스)과 내적인 환경을 표상하는 것(내부감각)은 신경시스템의 핵심 기능이다. 이 과정에서 예측 오류가 발생하기 마련이고 그것에 대한 수정은 끊임없이 일어난다. 이러한 예측오류의 상태에서는 여러가지 불편한 느낌들이 느껴지는데 이것이 곧 다양한 감정이다. 

우리의 의식은 예측 오류 상태를 "불편하고 불쾌한 어떤 느낌"으로 받아들이게 되는데 그래야 그 상태를 그냥 두지 않고 신속하게 수정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이러한 불쾌한 느낌 즉 부정적인 감정은 일시적으로 발생했다가 곧 사라진다. 우리의 몸은 자동적으로 균형을 잡아가려는 강력한 본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러가지 이유로 해서 예측 오류 상태가 지속되고 그것에 대한 수정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두려움이나 분노 등의 부정적 정서가 시도 때도 없이 불현듯 올라오거나 만성적으로 지속되는 상태가 된다. 이것이 정서조절 장애의 본질이다. 

세가지 기본 네트워크는 감정을 경험하고 조절하는 과정에도 깊이 관여한다. 배럿 교수에 따르면 감정을 경험하는 것은 주로 예측을 하는 부위(DMN & SN)와 주로 관련되고, 감정을 조절하는 것은 예측오류를 수정하는 부위(CEN & SN)가 관련되어 있다(Barret, 2017). 공포나 분노와 같은 감정은 하나의 고유한 기능이나 실체가 아니다. 알로스태시스를 위한 예측과 그 예측의 수정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일 뿐이다. 무언가 알로스태시스가 제대로 달성되지 않고 예측 오류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상태가 감정의 본질이다. 물론 상황과 상태에 따라 그 "불편함"은 다양한 느낌으로 표상화되며, 의식은 그것을 여러가지 종류의 감정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배럿 교수에 따르면 감정이란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 세상을 구성해내는 방식 그 자체인 것이지 세상에 대한 단순한 반응이 아니다. 

한편,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를 잘 구분하고 인지할 수 있는 사람일수록 감정조절능력이 뛰어났다(Barrett et al., 2001). 감정을 인지하는 것은 결국 내부감각으로부터 주어지는 정보를 얼마나 정확하고도 효율적으로 능동적 추론을 해내느냐에 달려있다. 따라서 감정 조절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내부감각 인지 훈련이 결정적인 중요성을 갖는다. 이제 감정이 유발되는 기본적인 과정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를 위해서 알로스태시스의 개념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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