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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주 사는 이야기 Sep 08. 2022

호주 생활에서 힘든 점이 있다면, 내 의견이 피력하자.

내 의견을 피력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건데, 나도 그걸 못하네.

호주를 와서 처음 직장 생활을 할 때다.

우리 매니저는 깐깐하고, 완벽을 추구하는 성향으로, 말도 빠르게 하고,

걸을 때도 항상 또각또각 하이힐을 신고 다녀서, 저 멀리서 오는 소리가 들리면, 오금이 저릴 정도로 긴장을 했다.

그리고 항상 긴장도가 높은 카랑카랑한 목소리를 가져서 감히 내 의견이 이렇다 하고 의견을 내기에 너무 두려운 존재였다.


그날도, 열심히 일을 하고 왔는데,

저 멀리서부터 또각또각, 들려온다.


아.. 온다 오는구먼.

하고 긴장을 하고 있었다.

그랬는데, 와서 질문 폭격을  붙는다. 뭐 항상 그렇긴 하지만,,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게 했냐.

오늘은 저랬고 내일은 저럴 거고.. 그러면서 한참을 이야기하고 갔는데, 내가 거기서  말은 아마도 예스 (90%) 아님  (10%) 였던 거 같다.

그렇게 일방적인 대화가 끝나고, 한숨을 돌리곤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그렇게 난 대화를 어려워할까?

할 말을 하고, 여유를 가지면 됐을 텐데.. 하고 아쉽다.

호주 첫 사회생활이었고, 좀 더 잘해보고 싶은 마음에 그랬던 거 같은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얻는 답은

무조건 상사의 말을 복종(?) 했던 내 한국 사회생활에서 정답을 찾을 수 있었다.

물론, 저 멀리 학창 시절, 일방적인 듣기 수업에서도 문제를 찾을 수도 있겠다.

한국의 계급사회는 아무래도, 시키면 하는 문화,

직장상사의 말에 토를 달지 않는 문화.

의견을 내면 지적을 한다 오해받는 문화였지 않을까 싶다.

어머나, 그러고 보니, 우리 집에서도, 우리 엄마는 항상 말하셨지.

어른이 말하면 들어야지. 어른이 말하는 게 다 맞아. 엄마가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라고도 했지…. 아 여기서도 문제가 있구나.


한국에서 회사 생활을 하면서, 막내로 들어갔을 때, 내 의견을 낸 기억이 별로 없었다.

몇 번 내고서, 분위기가 이상해지고, 또는 여론 몰이가 당돌하다, 아직 뭘 모른다. 아직 어려서 저렇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의기소침해져서, 그다음부턴 거의 듣는 입장으로 전환되었는데,

그 이후로 난 상사가 이야기하는 건 다 들어야 하고, 토를 달면 안 된다는 인식이 생긴 거 같았다.



다시 호주로 돌아와서,  같이 일하는 친구랑 이야기를 하다가,

나는 로빈만 보면 너무 기가 죽고, 힘든데, 어떻게 해야 하나를 고민했었다.

그랬는데, 그 친구의 반응이.

왜? 네가 아니라 생각하면 그냥 말해? 왜 말을 안 해??

였다.


그게 참 충격이었다.

이런 조언을 말해 준다는 게,

그리고 나도 그렇게  말을   다는 .

그리고 그렇게 해야만 한다는 것에.


망치로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것처럼 멍하게, 그 이야기를 곱씹고 곱씹고, 새겨 넣었다.


그래서 한참을 멍하게 있다, 아니, 어른이 말하면, 대꾸하는 건 정말 무례한 일이 아니야?

라고 물었더니,

“ 아니, 어른이 아니고, 직장 동료지!”


두 번째로 머리를 얻어맞았다.


아 이제부터는 말을 하자 말을 해보자. 내 의견을 이야기해보자.


말이 쉽지 … 많이 노력했다. 시뮬레이션도 했다. 아니야! 하고. 물론 노우의 뉘앙스를 작게,

돌려 말하면서, 노! 가 아니라 노 오오 우!.라고 ㅎㅎㅎㅎ

처음 몇 번은 몇 마디 더 했고, 몇 주 지나고는 내 이야기도 하고,

나와 의견이 맞지 않다고 생각할 땐, 아니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했다.

매니저가 흠칫 놀라는 거 같긴 했는데,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어머나?

들어주네?


내가 틀렸다고 이야기하는데도, 화도 안내네?


그러고 나서, 나는 아주 그냥 내 의견을 내는 데 참 신이 났었었다.


매니저도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고, 우리 회의도 그렇게 오고 가는 의견에 좀 더 활기차게 변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매니저는 내 이야기가 궁금했는데,

내가 아무 말도 안 하니 많이 아쉬웠고, 당최 이 아이는 일에 관심이 없나 하고 의심을 품었던 거 같다.

 아이의 속내는 무엇일까?  궁금했을  같다. 그러고 나선 매니저랑 난 너무 사이가 좋아졌다.

매니저의 눈에 하트가 들어가 있는 게 보였다. 그게 참 신났었다.


그렇게 그 깐깐하고 매서운 매니저는 내 친한 엄마 같은 친구가 되었다.

우리 막내가 태어 낫을 때, 멀리서 우리 애들 선물도 한 보따리 사들고 우리 집을 방문했을 정도다.


호주에선, 내 의견을 피력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내 생각을 듣고 존중해 주려고 노력하는 주변 사람들이 많다.


내 의견을 이야기해야 내 이야기에 관심도 가지고,

나란 사람에게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는 것 같다.


자기 의사를 남 앞에서 발표하지 못하고 주저하고 망설이는 것은 좋은 현상이 아니다.-  호메로스


아직도 끊임없이 연습 중이긴 하지만,  의견을  목소리를 내려 노력하고 있다.

지금도 끊임없이.


요즘엔 응급실에서 닥터랑 이야기할 때, 내가 아니면 노우라고 이야기하려 노력한다.

그 응급 상황에, 내가 노우라고 말하는 건 어렵지만.

어! 말하기 시작하니 여기서도 들어준다!!


어머나! 들어준다!!!

그러니, 우리 다 같이 쫄지 말고 이야기하자.


내 생각은!! 이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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