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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주 사는 이야기 Mar 29. 2023

기분이 우울하길래, 이렇게 많이 우울해지길래..

따뜻한 백숙을 먹었다.


일하러 가기 전에, 닭백숙을 끓여 놓고 잃을 하러 갔다.

내가 이럴걸 알았던 것일까? 마음이 힘들걸 내가 알았던 걸까?

날 알아주는 건 역시 나뿐인가.



그럴 때가 있다. 그냥, 저 지구 핵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내 감정의 기운.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도 난 그저 좀 우울하고, 행복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그런 기분.

최근 살짝 그랬는데, 운동도 하고, 계속 자기 암시도 해보고, 중얼거려 보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정말 엉뚱한 데서, 어처구니없이 터져버렸다.


일을 하면서,

정말 일을 하며 아무 생각 없이 집중해하고 있었는데,

그저 아무런 의미 없는 농담 속에서 굳이 가시를 찾아내서,

내 심장을 찔렀다.

나도 참..

그렇게 짜낼 눈물인가 싶은데도, 하염없이 흘러나오는 걸 보니,

터질게 터진 건가 싶기도 했다.



내가 한참을 울고도 진정이 안되길래, 당사자 손을 끌고 트리트 먼트 룸에 들어가 말을 했다.

“네가 한 말이 아무리 농담이어도, 상처가 돼서 슬펐어, 그래서 너에게 알려주고 싶었어”

- 그 알려주고 싶었어,라는 말엔 많은 의미가 있었는데,

1. 네가 그 말을 하는 건 기분 나쁘다. 아무리 농담이라도.

2. 내가 지금 딴 환자를 보지 못하고 있는 건 내가 너무 슬프고, 눈도 빨개서 그런 거다.라고 설명을 해야 했으며ㅡ

3. 나는 그저 슬프다.


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는데,

그 친구가, 엉엉 울기 시작했다. 그 친군,,

정말 차갑기로 둘째 가라 서러운데,

나를 슬프게 해서 너무 미안해서 자기가 너무 싫다며, 울었다….

나는 말하다가, 할 말을 내가 말할 방향을,, 잃어버렸다.


나는.. 그저. 나의 상태를 설명하고 싶었는데,

내가 그녀를 울려버렸다.

적반하장이다.



아…..


그래서 괜찮다 하고 애써 기분을 누르며 나왔는데,,

아직도 기분이 혼란스럽다.

운전하고 오는 내내, 혼란스러웠다.

말을 꺼내지 말걸 그랬어.

네가 날 슬프게 했다는 걸 넌 알 필요 없는데.

내가 너무 예민한 거 같은데..


내 탓을 하고 있는 이 사슬.

난 아무 잘못이 없는데…. 내가 또 나 자신을 탓하고 있어서 더 혼란스러웠다.


나는 약간 요즘, 극단적인 사고방식으로 좀 고생하고 있는데..

이럴 때마다, 조금. 죽고 싶은 감정이 쏫굳혀 올라오는 거다.

아…젠장.

그럼 빨리 생각의 전환을 해줘야 한다.

억지로 다른 생각을 하고, 뭘 먹을지, 뭘 살지를 고민한다.

그럼.. 다른 생각에, 다른 고민을 하는 내가 생겨난다.

그건 다행이다.


한참 운전 대를 잡고, 음악을 듣고 있어도, 서럽고 슬퍼서 배가 고팠다.

갑자기, 낮에 해 놓고 간 닭백숙이 생각이 났다.

따뜻한 백숙을 먹으면서, 유튜브를 보며 아무 생각 없이 있자.


그렇게 나는 백숙을 먹고,

유튜브를 보고,

이렇게 정말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적는다.


내가 날 위해 만들어 준 백숙에게,

내가 날 위해 수고해 준 나 자신에게,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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