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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주 사는 이야기 Nov 02. 2022

도시락을 싸는 일은 참 생산적이다.

아침에 도시락을 싸는 일이란, 하루를 시작하는 중요한 일과.

나는 집에 휴먼 알람이 있는데,

그건 바로 우리 첫째 아들이다.

하루를 거르지 않고, 엄마~ 7시야 일어나야 해. 하고 나를 깨워준다.

참 듣기 좋다.


어쩜 저렇게 잘 일어나는지 신기하기도 하고.

내가 어렸을 땐, 그때도 난 누군가가 날 깨워준 거 같은데.


그렇게 일어나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씻어 둔 도시락을 열어서,

오늘은 뭐 채워 넣을까 잠시 고민을 하고, 도시락을 싸는 일이다.


도시락을 싸면서 같이 아침도 해서 먹이고, 그러다 보니, 한 시간은 훌쩍 지나가지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나는 그 한 시간을 정말 알차게 보낸다.


뭘 먹여야 그래도 야채를 좀 더 먹일래나 하고 고민도 하고, 어떻게 넣으면 좀 더 이쁘게 먹으려나 고민도 하고,

오늘은 수영을 하니깐 좀 더 넣어야지 하고 뭘 더 넣을까도 고민하고,

비가 오니깐, 오늘은 따뜻한 음식을 넣어 볼까. 하기도 한다.

핼러윈이니깐 핼러윈 사탕도 좀 사서 붙여 보고, 아빠가 잔뜩 사서 처치 곤란한 귤도 매일 꼬박꼬박 넣어 주면,

그래도 잘 먹고 온다. 비타민 씨를 잘 먹어야지~ ㅎㅎ


아침은 분주한데, 오늘은 둘째 아이가 5분 간격으로 뭘 못 찾겠다고 자꾸 징징 댔다.

아우.

가보면 정말 거기 딱 있는데 자꾸 없다고 하니 속이 터진다.


그러고 나서 또 불러서 마지못해 가면 또 옷걸이에 턱 하니 걸려 있고.

아이고…


속이 터진다.


속은 터지지만 그래도 오늘도 열심히 도시락을 쌌다.

화가 나서 엄마가 화를 내긴 했어도, 도시락을 먹으며, 내 사랑을 느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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