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자라고 내 말이 편한 곳을 떠나 다른 나라에서 이민자로 산다는 건,
참 큰 결심이 아닐 수 없다.
그 결심이라는 게, 피치 못할 사정일 수도, 자신의 굳은 결심일 수도, 또는 그저 호기심으로 선택을 했을 수 있을 거 같다.
주변에 많은 이민자들을 보고 있는 나로서는,
참.. 선뜻 이민 생활은 정말 좋답니다!라고 말할 수 있기보단,
각오를 단단히 하고 오는 게 좋아요.라고 할 수 있는 편.. 그 사이 조금 밑인 거 같다.
나 같은 경우는 정말 호기심으로 나의 이민 삶을 결정했는데,
조금 더 준비를 했다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기 때문이다.
첫째는 문화 차이. 전혀 공부하고 오지 않은,, 그저 며칠 여행으로 이 나라의 느낌을 결정해 버린 나의 과오를
여러분들은 하지 않길..
이민이라는 큰 결정을 내릴 거라면,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도 중요하겠지만, 사실, 나의 경험이 가장 중요할 거라 믿는다.
한 달 살기라도 해서 호주에서 살아 보는 것은 어떨지..
하고 생각해 보았다. 짧은 기간이라 일을 하면서 무언가 경험을 할 순 없겠지만,
여행지나, 가게, 사람들을 만나면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나랑 맞는지는 살짝 맛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다른 나라에서 산다고 결정을 했다면,
큰 부자가 아닌 이상은 일을 구해서 생계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
그럼 일을 구할 때, 각오를 해야 할 것이 있다.
사회에서 가장 약체로 밀려날 수 있다는 점과, 경제적으로 가장 취약한 집단으로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아시아 인들은 서구 사회에서 다르고. 그 다름으로 인해, 인종차별이라는 무서운 현실에 가장 가깝게 노출되어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 이민을 오게 되면 일을 구할 수 있는 일들이 아무래도
어쩌면 마음을 쉽게 다치고, 나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일들을 많이 겪는 곳에서 일을 할 가능성이 많다.
그래서 내 마음은 조금 더 차가워지고, 날카로워지기도 한다.
많은 이들이 처음으로 구하게 되는 일들을 하면서
도대체 내가 왜 이런 일을 해야 하고,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 거지?라고 반문하면서,
회의도 들고 뛰쳐나가고 싶어 진다.
많은 이들이 청소를 하면서, 농장에서 양파를 자르다가, 소의 내장을 꺼내다가.
환자의 용변을 정리하다가, 카페에서 쉰소리를 듣다가.. 눈물이 주르륵 나기도 하고.
신세가 서러워서 마음이 아리 아리 해진다.
나 또한, 그런 일들을 하면서,
한국이라면 굳이 안 들어도 되는 말, 굳이 안 해도 되는 일을 하며,
아니, 들었더라도 소주 한 병 마시고 훅 털어버릴 일이,
여기에서는 꿈을 꺾고 싶을 정도로 힘들게 느껴져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내 나라에선 따뜻한 국밥 한 그릇 먹고, 매운 떡볶이 먹으며 친구들과 실컷 욕을 하고 나서 노래방 가서 실컷 노래 부르고 나면,
끝날 일을 여기선 못해서 어찌나 답답하고 외로운지.. 그렇게나마 풀고 나면, 좀 더 버텨질 것 같은데..
내가 너무 서럽고 외롭고, 또 영어는 왜 케 안 늘어서 답답한데,
그걸 하소연하고자 전화하면, “ 외국에서 신나게 놀고, 영어도 엄청 늘었겠다..”라고 헛헛한 소리나 들으며 입을 꾹 다물어야 했고,
다시 돌아가자니, 실패한 거 같고,
돈은 돈 대로 다 썼는데, 영어는 안 늘고,
마음은 조급한 데 내 미래는 너무 멀리 있는 거 같고…
정말 답답하고.
정말 외롭고. 많이 슬펐던 게 초반 이민 생활이었다.
그런데, 사람 사는 게 어떨 땐 슬픈데,
또 그 속에서 행복을 찾고.
그 행복이 씨앗이 되어 더 큰 행복이 자라는 것 같다.
지금 나의 생활은 이민 초반보다는 설렘은 덜 하지만, 더 안정적이고 편하다.
점점 더 행복해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내 마음이 덜 민감해지는 것도 같다.
그래서, 내일도 뭐 힘은 들겠지만, 재미나게 지내보려고 노력하려 한다.
외롭고도 즐거운 게 또 이 생활이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