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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직장인최씨 Jul 26. 2016

버우드, 우연히 발견한 놀이터

어디까지나 나만의 놀이터

교회 동생이 학교 동아리에서 호주 시드니로 단기 선교여행을 간다고 한다. 아마 지금쯤 시드니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겠다. 중학교 동창 하나도 호주로 여행을 간다고 한다. 이런저런 궁금증들을 나를 통해 해결했고 나도 '꿀팁' 들을 전해줬다. 얘기만 하는데도 그때 그 기억들이 생생하다. 이 글을 쓸때마다 역시나 그렇다. 시간 여행을 하며 그 때의 설레임을 느껴본다. 여섯 번째다.


2014년 7월 24일


전날 인터넷에서 시드니 드럼가게를 검색했더니 버우드 역 다음이 크로이돈 역쪽에 있는 시드니 드럼스가 있다. 앞뒤 안재고 또 그냥 가보기로 했다.


날이 밝았다. 점심시간이 되기 전에 집을 나섰다. 무작정 또 지도로 여정을 잡아서 트레인에 몸을 실었다. 가다보니 크로이돈은 가지 않고 버우드에서 다른 곳으로 빠진단다. 얼른 버우드 역에서 내렸다. 다시 지도를 본다. 꽤 걸어야 한다. 발걸음을 재촉했다. 가는 길이 좀 한적하다. 기찻길을 따라 쭉 15분쯤 걸었을까. 크로이돈 역이 보인다. 역 옆으로 식당과 카페가 있고 길가 의자와 벤치에는 할아버지들이 앉아있다. 역근처 치고는 상당히 조용하다. 몇몇 할아버지들이 나를 약간 어색하게 본다. 두리번 거리는 내가 좀 수상쩍은지.


지도를 보며 길을 따라갔다. 얼마 가지 않아 매장이 보인다.

베이스 드럼을 아주 느낌있게 길가에 놔뒀다. 사진도 구도가 잘 잡혀서 만족스러웠다.

문을 조심스레 열고 들어갔다. 조금 어두침침하다. 사진을 찍기에 어두침침했다. 조금 있으니 주인처럼 보이는 사람이 나온다. 인사를 나누고 드럼연습용 패드가 있는지 물어봤다. 없다고 한다. 여기저기 드럼쉘과 부품들이 있는 것을 보아 못쓰는 드럼을 수리하거나 리메이킹 작업을 많이 하는가보다.


한국에서 드럼매장에서 일했었다 하니 어디냐고 묻는다. 이름을 알려주고 페이스북 페이지를 알려줬다. 단번에 찾아내더니 '좋아요' 를 눌렀다고 한다. 시드니 악기 시장에 대한 얘기를 했다. 시드니는 그렇게 큰 매장들이 없다고 한다. 브리즈번이 있는 퀸즐란드에 가면 꽤 규모가 큰 매장들이 서너개 있다고 했다. 그래도 자기네 매장이 콜드플레이 'A Sky Full of Stars' 뮤직비디오 촬영에 드럼협찬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공연을 위해 시드니를 찾는 대부분의 밴드들에게 본인 매장을 통해 드럼을 빌려간다고 했다. 이쯤되니 매장은 허름해도 장사수완이 꽤 좋은사람이라 생각된다.


통성명을 했다. 존이라고 한다. 그리고 내가 찾는 연습용 패드에 대한 얘길하며 버우드에 있는 다른 매장을 소개시켜준다. 얘기를 나누는데 반려견 한마리가 나와서 내게 아는척을 한다. 급작스럽게 한국집에 있는 개들이 보고싶어졌다. 그리고 존에게 나는 말티즈 두 마리를 키운다고 말했다. (갑자기 개 이야기가...)


매장을 나서며 기약없이 헤어짐의 인사를 했다.

그때 나눈 것이 마지막 인사였다. 언제 한 번 또 가야하는데 몇번이고 생각했다가 결국 가지 못했다.


버우드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걸어온 길을 다시 걸어갔다. 20-30분 정도 걸었을까. 존이 알려준 매장이 보였다. 깔끔하다. 매장 사진은 또 안찍었다. 이번엔 깜빡하고 못찍은 상황이다. (아 제발.) 혹시 일자리는 있을까 싶어 여기저기 둘러봤다. 아무리 봐도 없겠다 싶다 하는 찰나에 매장 직원이 다가온다. 연습패드를 찾는다고 했더니 이것저것 추천해준다. 연습시 소리가 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니 하나를 추천해준다. 사기로 했는데 가격이.


그래도 감은 잃지말자 싶어서 샀다.


크로이돈으로 가던 길에 봐둔 식당이 있어서 갔다. Sahara by The Park. 뭐 있는 그대로 해석하면 '그 공원 옆 사하라' 정도가 되겠다. 들어가서 비프 버거를 하나 주문했다. 병콜라도 함께.

상당히 크고 무거운 접시에 준다. 칩스(프렌치 프라이)도 아주 큼직하다. 버거는 더 크다. 웬만한 남자 성인 손크기다. 야외 테라스에 앉아서 한껏 여유롭게 버거를 썰어볼랬는데 너무 크고 칼질을 하다보니 빵과 고기가 분리된다. 무안해진다. 그냥 분리시켜서 먹기로 했다. 칩스는 입맛에 따라 자극적일 수 있겠지만 맛있게 짭짤하다. 고기는 평가할 이유가 없다. 그냥 맛있다. 진짜. 시드니 도처 (정말 이상한 몇군데를 제외하면, 거의 없었다.) 어딜가도 소고기는 평균이상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카운터와 요리를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터키사람이다. 이날 이후 두 달 쯤 뒤에 한국에서 온 지인과 함께 다시 들렀을 때 얘기를 좀 나눴더니 한국에서 왔다고 반가워한다. 홀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한국에 여행을 갔거나 살았던 사람들이다. 게다가 주방에 있는 사람을 막 부른다. 그랬더니 나오면서 "안녕하세요." 라고 서울말로 인사한다. 한국인인가 했더니 터키사람이다. 그래도 한국말을 들으니 반갑다. 한국말로 얘기를 나눴다. 일산에 살았다고 한다. 유쾌한 사람들이다. 주문한 음식을 받아서 테라스에서 먹고는 기분좋게 인사를 하고 나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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