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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직장인최씨 Jul 27. 2016

파라마타 강, 시드니의 혈관

장어가 많은 강

날씨가 덥다. 오늘은 외할머니댁에 심부름을 위해 들렀다. 잠시 할머니와 이것저것 얘기를 나눴다. 많이 덥지 않으신지. 내게 8월에 졸업하느냐고 물으신다. 그렇다고 대답하니 그러면 누나 결혼식도 못 보겠네라고 하신다. 두어 번 계속 그러시길래 내가 졸업한 이후 호주로 가는 줄 아셨나 보다. 웃으면서 나는 호주에 일자리가 되면 가고 싶다고 말씀드리고는 그래도 친누나 결혼식이면 호주에서 한국 잠깐 와야겠지 않냐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웃으면서 "비행기표는 끊어주겠죠 뭐." 이러고 너털웃음.


주말은 제외하더라도 하루에 하나씩 글을 써보기로 했다. 일곱 번째다.


오늘은 파라마타 강에 대해 얘기해보고 싶다. 파라마타 강은 약 30 킬로미터로 파라마타 와프에서 서큘러 키 와프까지 페리로는 1시간 반이 조금 안 걸린다. 시드니 살면서 꼭 해보고 싶었던 것들 몇 개 중 하나가 페리로 저 코스를 타고 가보는 것이었는데 아쉽게도 못해봤다. (시드니에서 뉴캐슬까지 트레인으로 가는 것도)


파라마타 강을 처음으로 본 것은 트레인을 타고 친구를 만나러 스트라스필드를 가는 길에서다. 해가 뉘엿뉘엿 지는 파라마타 강은 꽤 운치가 좋았다. 그래서 저긴 어딘가 싶어서 조만간 가봐야겠다 했다가 버우드를 갔던 날에 들렀다. 에핑으로 가던 도중 메도 뱅크 역에서 내려 15분 정도 걸으니 강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서큘러 키에서 바라보는 바다와는 다른 느낌이다. 그냥 보면 한강처럼 보인다. 하지만 한강보다는 규모가 작고 길이도 훨씬 짧다. (한강 길이의 1/10, 면적은 1/100 수준이다.)


강가에 가까이 거주하는 사람들은 시티에서 내륙으로 들어오는 교통수단 중 하나인 페리로 이 강을 타고 들어온다. 서큘러 키와 달링 하버 구간을 오고 가는 페리의 경우 늦은 시간까지 있지만 이곳 파라마타 강을 타고 들어오는 페리는 저녁 7-8시쯤이 막차다.

전형적인 남자가 찍는 셀피 각도다. 아무 생각 없이 배경을 넣어야 한다는 일사각오로 찍는다. 시드니에 간지 얼마 되지 않아 찍은 셀피들을 보면서 대부분의 반응은, '중국 졸부 아들' 같은 느낌이라고...(ㅋㅋ) 사진 찍을 때마다 대부분 표정이 저랬다. 아무래도 스스로 여유가 없었던 거 같다. 나 스스로는 애써 담담한 듯한 표정을 많이 지으려 했던 건데 사진 찍을 때도 저랬다.


말도 안 되는 셀피를 찍고 강바람을 맞으며 서있는데 옆에서 웨딩 촬영이 한창이다. 내가 앉아있던 양지바른 바위가 맘에 들었는지 자리를 잠시 비켜줄 수 있겠냐고 한다. 흔쾌히 비켜줬다. 그리곤 결혼하냐고 물었더니 그렇단다. 축하의 인사를 전하고 나는 강을 따라 좀 더 걸었다.


이후 파라마타 강을 주변을 간 것은 2014년 7월 26일이다. 형님네와 함께 나들이를 따라나섰다. 시드니 올림픽 공원 근처 플레이그라운드에 간다고 한다. 으레 놀이터겠거니.


가기 전에 점심을 먹기 위해 맥쿼리 쇼핑 센터를 들렀다. 누들 샐러드와 철판 음식을 먹기로 했다.

맥쿼리 쇼핑 센터 내 아이스링크가 보이는 곳 옆에 있는 글라스하우스다. 누들 샐러드, 테판야끼(철판볶음), 야끼소바, 오꼬노미야끼, 우동 정도가 있다. 음식사진은 저 정도로. 형님네 둘째인 은우다. 2년 전 쯤인데 지금은 훌쩍 컸다. 키도 많이 컸고. 금방금방 자란다.


식사를 마치고 플레이그라운드로 향했다. 근데 아무리 가도 놀이터라고 할만한 곳은 나오질 않는다. 시드니 올림픽 주경기장 근처를 왔다. 전혀 놀이터는 보이질 않는다. 차에서 내려 나는 그저 따라갔다. 얼마 가지 않아 플레이그라운드라고 은성이와 은우가 막 뛰어간다. 읭!?!?!?

보다시피 저런 놀이기구(!)가 있는 곳을 플레이그라운드라고 한다. 마치 '이것이 바로 놀이터요.' 하는 것 같다. 그리 더운 날씨가 아닌데 춥지도 않은지 분수에서 물놀이를 하는 아이들도 있다. 하긴 워낙 햇볕이 좋아서 양지바른 곳은 그리 춥지 않다.


플레이그라운드 옆으로는 파라마타 강이 흐른다.

바다와 멀지 않아 갈매기도 있다. 강을 배경으로 멋지게 나왔다. 은성이도 한껏 신났다. 구도를 잘 아는건지 멋들어지게 햇빛이 잘 들어오게 앉았다. 역광이지만 환한 웃음이 잘나온 사진이다. 귀염둥이 은성이.


신이 나서 막 뛰어 노느라 외투를 벗어던진 은성이 그리고 형님. 아빠와 아들이 걸어오는 모습이 보기좋아서 멀리서 사진을 찍었다. 참 예쁘게 나왔다. 배경 전체가 플레이그라운드다. 땅 넓은 곳은 뭘해도 다르다.


시드니 올림픽 공원은 리드컴(Lidcombe) 에 있다. 리드컴 역에 가면 올림픽 공원 역으로 가는 기차로 따로 환승할 수 있다. 10분에 간격으로 한번씩 있으니 너무 걱정은 않아도 되겠다. 단, 올림픽 공원 전체를 다니려면 차량이 있는게 좋다고 생각된다. 글 중간에 나오는 맥쿼리 쇼핑센터는 트레인 혼스비 라인에서 맥쿼리 유니버시티 역에서 내리면 갈 수 있다. 쇼핑센터도 들렀다가 맥쿼리 대학교도 구경하면 좋은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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