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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직장인최씨 Jul 29. 2016

낯선 호주장로교회

엄숙하고 차분했던 그 교회

올해 여름이 유독 덥다고 한다. 사실 대프리카, 대집트에 살고 있는 내게는 뜨거운 여름은 당연하게 느껴진다. 높은 습도는 덤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드니에서의 여름은 참 좋은 편이다. 햇살 아래가 아닌 그늘에만 있으면 상당히 시원하다. 게다가 해만 졌다 하면 열대야는 완전 다른 나라 얘기다. 새벽 1~2시 정도가 되면 쌀쌀할 정도이니. 그래서 요즘따라 아니 한국으로 돌아온 직후부터 종종 시드니의 여름을 그리워한다. 사계절 내내 한국 집에서 가져왔던 극세사 이불을 사용했었다. 안 그러면 새벽에 추워서 벌벌 떤다. 그것도 여름에.


이제 여덟 번째 글이다.


시드니에서 맞이한 두 번째 주일이다. 같은 시간에 11시 10분 예배를 드리기 위해 파라마타 역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역에 도착하니 시간이 좀 남았다. 벤치에 앉으려고 보니 지난주에 셔틀버스에 같이 앉았던 아주머니가 있다. (따로 언급은 안 했었지만 당시 교회에 같이 가면서 이것저것 많이 얘기했었다. 이름이 기억이 안 난다. 참 친절하고 유쾌한 분이었는데.)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벤치에 앉았다.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다가 나보고 표정이 왜 항상 그렇게 굳어있냐고 한다.


일곱 번째 글에 올렸던 그런 표정이 이날도 나왔었는지. 그러더니 사진을 찍어줄 테니 환하게 웃어보라고 한다. 가방에 있던 아이패드를 꺼냈다. 그리고 사진을 찍어준다. 그러다가 영상도 찍어준다고 한다. 한국에 있는 가족에게 잘 지내고 있다고 인사를 하면 좋겠다고 했다.



한국에 돌아와서 한 번도 누군가에게 이 동영상을 공개한 적이 없는데 이 글을 통해서 공개한다.


이 날 예배를 드리고 그다음 주 아침예배는 집 앞에 있는 장로교 교회에서 드리기로 했다. Epping Presbyterian Church. 에핑 장로교 교회다. 10분 정도 일찍 교회에 도착해 자리에 앉았다. 상당히 엄숙했다. 내부사진을 찍으려니 카메라 셔터 소리가 민망할 정도로 조용했다. 11시가 되자 예배가 시작됐다. 찬양을 드리려니 가사를 몰라 찬송가를 찾다가 앞좌석 뒷부분에 찬송가가 있다. 빼들었는데 웬걸 멜로디와 가사가 따로 있다.

호주 찬송가라고 한다. 멜로디에 맞춰 가사를 따라 부르는데 느릿느릿 부르는데 가사를 하나하나 생각하며 부를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찬양은 '장르' 가 문제가 아니다. 음정 있는 기도라고 하듯이 기도하는 것이니 '장르' 가 중요하지 않다. 내가 즐겁고 기쁘자는 게 아니고 하나님을 즐겁게 하고 기쁘게 하는 것이 찬양이니. 많은 생각이 오고 갔던 시간이었다.


예배 순서는 거의 동일했다. 다만 찬양대는 따로 없었다. 설교도 언어만 다를 뿐 한국에서 듣던 설교와 익숙했다. 한 주제로 몇 주 동안 쭉 이어가고 있었다. 주보도 따로 챙겨뒀었고 예배가 마친 뒤 예배당 입구에 설교집이 있다.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준비해뒀다고 했었다. 소소하지만 모든 것들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재밌었던(?) 것은 교회 본당 입구에 목회자들이 쭉 서서 나가는 성도 하나하나와 악수를 하는 장면이었다. 어디서 많이 봤다. 나도 그래서 자연스럽게 악수를 했다. 그 날 설교하셨던 분은 한국분 같았다. (확실하지는 않았고 외모상으로) 그 분과도 악수를 나눴는데 무언가 말을 하려고 하셨던 것 같았는데 내가 낌새를 못 채고 그냥 지나가버렸다.


저녁에는 힐송 처치로 예배를 드리러 갔다. 저녁에는 청년예배가 있다고 해서다. 금요일에 있던 힐송 처치 예배에서 만난 스리랑카에서 이민을 온 친구가 에핑 옆의 마스필드라는 곳에 산다고 한다. 게다가 콜스 에핑 지점(호주의 대표적이 대형마트 중 하나)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그래서 나를 데리러 오기로 했었다. 오고 가는 길을 책임져주겠다고. 감사한 일이었다. 이름은 Yogaraj Thiyagarajah 꽤 긴 이름이다. 그냥 Yoga라고 불렀었다. 저녁예배를 갔더니 특별한 행사가 있다. 설교 전 기도의 나무가 등장했다. 기도제목을 적어서 매달아 두는 것이다.

나도 기도제목을 적을 수 있는 쪽지를 받았다. 안타깝게도 기도제목은 자세히 기억이 안 난다. 어렴풋이 한국에 있는 가족과 호주에서의 삶에 대해 적었던 걸로 기억한다.


좌측이 Yoga이다. 유쾌하고 진지한 친구다. 스리랑카 출신이기도 하고 아시아계라서 통하는 게 많은 친구였다. 오른쪽에는 얼굴만 반쪽 나왔지만 이 친구는 부모님이 브라질에서 호주로 이민을 왔다. 호주에서 태어났고 영화 시나리오 작가 쪽을 전공 중이었다. 꿈은 영화감독 겸 배우. 아담 샌더스와 많이 닮았다. 이름은 Roberto Rafael Motta Pirotelli. 브라질 사람들의 본명은 아주 길기로 유명하다. 그냥 편하게 Robbie라고 불렀다.


한국에서 주를 이루고 있는 교파는 장로교이다. 하지만 서구권 기준으로 보자면 한국 장로교는 침례교와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호주에서 한국 장로교 교회와 비슷한 곳 역시나 침례교이다. 한인교회에 가시는 쪽보다 현지 교회를 가시고 싶은데 한국 장로교 교회에 익숙하신 분들은 침례교 교회를 찾아보시는 것을 추천. (Suburb_name Baptist Church, ~ 침례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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