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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직장인최씨 Jul 01. 2017

시드니에서 살아가다.

살아보는 것에서 살아가는 것으로

인생이 다 내 맘같지 않더라.


이런 말을 하기에 여전히 그리고 많이 젊지만 30여 년이라는 세월을 살면서 느낀게 이거다.

어릴적 어른들에게 자주 듣던 말이었는데 어느새 내가 이제 이런말을 하고 있다.

돌아보니 모든게 내가 의도해서 된 것들은 거의 없었고 무언가 내가 '하고싶은' 대로 된 것보다 그냥 많은 생각없이, 부담없이 가볍게 시작한 것이 내 삶에서 꽤 짙은 흔적을 남겼다.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15년 전 친구와 재미로 쓰던 소설이었는데 2013년 어느 여름 수술을 받으신 어머니를 간호하며 뭐라도 해보자는 생각에 그저 시작한 블로그는 새로운 글을 올리고 있지도 않지만 하루에 100여 명이 오고가는 블로그로 자리를 잡았다. 애초에 숫자에 연연하려고 만든 것은 아니었는데 맨땅에 헤딩하다보니 이렇게 됐다. 단지 축구를 좋아하고 묵혀뒀던 글감을 다듬어서 쓰기 시작했던 것이다.


자연스럽게 물 흘러가듯이 하다보니 꿈이 하나 생겼다. 내가 쓴 글로 책을 내는 것. 막연한 꿈이라 언제 될지 또 모르겠다. 하나님 은혜로 한 치 앞도 모르는 세상 가운데에서 때로는 힘겹게, 때로는 가볍게 한걸음을 내딛었으니 또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그 흐름 가운데 지금 또 글을 쓰고 있다.


스물 여섯의 어느 날 외국에서 꼭 살아봐야겠다는 생각을 막연히 했었다. 그리고 행선지를 두 군데로 추렸다. 독일과 캐나다. 이유인즉슨, 독일은 축구, 캐나다는 날씨였다.


유럽국가 중 영연방 외의 국가에서 국민 80% 정도가 영어를 구사하는 독일은 그 유명한 분데스리가 경기를 볼 수 있는 곳이었다. 단연 1순위.


캐나다는 계절의 특별한 구분없이 늘 쌀쌀하고 건조함을 유지하고 있다. 겨울을 사랑하는 나로써 매력적인 국가였다. 물론 친구가 1년 반 정도 살면서 정말 살기 좋은 곳이라 추천한 것도 꽤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둘 다 못갔다.


독일은 지인과 연락이 닿지 않았고 캐나다는 홍콩에서 캐나다로 대거 들어오려는 인원을 감당하느라 아예 워킹 홀리데이 비자 공고가 올라오질 않았다. 그냥 아예 시도조차 못했다.


기분이 상당히 좋지 않았다. 도대체 어떻게 하시려고.


그런데 2014년 7월, 나는 호주 시드니 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었다. 그렇게 시드니 공항에 발을 디뎠다.

그때만해도 내가 2017년 7월 1일 호주 시드니 CBD의 조지 스트릿에 있는 카페에 앉아서 이 글을 쓰고 있을 것이란 상상조차 못했다.


1년 살아보고 한국을 가겠다는 마음으로 온 곳이 이제는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으로 다시 온 것이다.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일이 하나씩 생기는 것.

누군가 말하기를 무슨일이 있던 간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곳을 한 걸음씩 찍어가는 것, 그것이 믿음이라 하지 않았던가.


내가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닌게 믿음이지만 또 물이 흘러가듯 그렇게 한 걸음씩 찍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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