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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직장인최씨 Jun 28. 2016

첫 주말, 첫 주일

낯설고도 익숙한 힐송 교회

분명 두번째 글을 위한 서두를 생각해뒀는데 생각이 나지를 않는다. 메모를 해야했다.


첫 번째 주말을 맞이했다. 간단하게 생필품을 사기 위해 형님네 가족을 따라 나섰다. 이것저것 살 것을 노트에 정리했다.

어색하게 적은 $ 표시, 당장 필요한게 뭔지 적어내려갔다. 빨래비누도 야심차게 적었다. 누가봐도 해외생활 초짜배기의 목록이다. 마트에는 빨래비누 같은건 눈을 씻고봐도 없다.


다음날은 첫 주일이었다. 교회를 가야하는데 일부러 한인교회는 가지 않기로 했다. 집 주변의 교회들이 좀 있어서 동네구경삼아 걸어봤다. 두세군데가 있었다. 흐릿한 날씨때문에 금새 집으로 돌아왔다. 방에 앉아서 잠깐 혼자 컴퓨터를 켜서 뒤적거렸다. 문득 생각이 스친다. '아, 시드니에 힐송 처치 있네.'


얼른 위치를 찾았다. 시드니 교통체계에 대해서 아는 건 거의 없었다. 고작 버스를 타면 거리만큼 요금을 내는 것 정도만 알고 있는게 전부인 나는 힐송 처치 홈페이지를 찾아들어갔다. 그리고 무작정 교회 셔틀버스가 온다는 곳으로 길을 찾았다. 마침 집앞에 셔틀버스가 온다는 파라마타 역으로 바로 가는 버스가 한 대 있었다.


들뜬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날이 밝았다. 부지런을 떨어서 준비했다. 아침 9시 27분, 버스정류장을 찾았다.

얼마나 가야하는지도 모른채 버스가 오자마자 기사에게 목적지를 말하니 얼마를 내야하는지 말해준다. 참 단순하다. 교통카드 없이 아직도 승차권을 끊어야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곳이었다.


긴장을 바짝했다. 휴대전화로 지도를 계속 보면서 위치를 파악했다. 다음 정류장이 어디인지 안내방송도 없었다. 새삼 한국 시내버스가 얼마나 편리한지 깨닫는 순간이다. 친절하게 이번 정류장은 어디고 다음 정류장은 어딘지 다 알려주니까.


20여분 쯤 달렸을까. 지도를 보다가 내려야할 정류장이 가까워 오는 것을 확인했다. 황급히 하차벨을 눌렀다. (한글은 위대하다, 외래어와 붙여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표현..) 꽤 많은 사람이 내렸다. (나중에 알고보니 파라마타 역은 대표적인 환승역 중 하나라고) 

맥스 브레너 초콜릿 바 파라마타 역 지점, 나중의 얘기지만 이곳을 자주 들락날락 거리게 됐다.


초콜릿 전문 카페 앞에 셔틀버스가 온다고 했다. 벤치에 앉아서 막연히 기다렸다. 시드니 도착 3일째에 이름도 낯선 곳에 앉아있으려니 기분이 묘하다. 오전 10시25분, 힐송처치 마크가 붙은 버스가 반대편 차로로 지나간다. 돌아서 오려나보다.사람들이 제법 많이 모여있었다. 정확히 30분이 되어서 버스가 앞에 왔다. 자석처럼 이끌려서 버스에 올라탔다. 다행히 자리가 있어서 앉았다.


그렇게 30여분을 달려 힐송 처치에 도착했다. 신기했다. 엄청난 인파가 교회 바깥에 모여있었다. 처음 온 사람들을 안내해주는 사람을 따라 예배장소에 들어갔다. 눈이 휘둥그레졌다.

상당히 많은 사람이 찬양을 하고 있었다. 그때 생각이 강하게 스쳐지나갔다. '아, 하나님. 힐송 처치가 여기 있다는걸 제가 몰랐네요.' 힐송 처치는 전세계적으로 찬양사역을 주도하는 곳이다. 한국에서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던게 힐송 처치의 찬양곡인데 잊고 있었다. 호주에 왜 와야하는지 모르겠다고 한국에 있을적에 투정 아닌 투정을 했는데 하나님은 멋지게 보여주셨다. 마치, '아들아. 보렴.' 하시는거 같았다.

은혜와 감격의 예배가 끝나고 내 옆에 앉아있던 사람이 내게 예배가 어땠냐고 한다. 당연히 내 대답은 '은혜로웠고, 환상적이었다.' 였다. 그리고 내가 물었다. 혹시 또래들끼리 모이는 것이 있냐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힐송 처치에 등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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