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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령견 이빨이 빠졌던 날

노령견 꼬맹이 이빨이 저절로 빠진 날.

by 보니또글밥상

꼬맹이 네가 늙어가고 점점 더 쇠약해지는 모습을 볼 때마다 시간은 참으로 인정머리 하고는 하나도 없이 매정하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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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모습은 네가 지구별을 떠나기 이주 전 모습이야.

낮에는 종일 자고 밤과 새벽에는 종일 돌아다녔던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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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네가 15살이었을 때 찍었던 사진이야.

이때도 꽤 나이가 많았는데 그러고 보니 너 수술하기 4개월 전이네.


나이가 제법 있는 노령견이었지만 생기가 도는 너의 모습이야.

수술하고 나서 너에게 치매가 온 뒤로는 볼 수 없는 모습이어서 아쉽기도 했고...


그리고 2024년 6월 어느 날 아침에 너의 주변에서 이상한 것이 있는 것을 보았지.


처음에 그것을 보면서 '뭐지?' 했었는데 너의 이빨이더라.

가슴이 너무 철렁해서 동물 병원에 바로 달려갔었어.


수의사는 노령견이면 그런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하더라고.

늙어가니 신체의 일부분이 그렇게 떨어져 나올 수 있다는 것에 서글픈 마음이 들었던 것 같아.


그리고 전에 네 이빨 상태가 좋지 않아서 발치를 몇 개 했었는데

저절로 이빨이 빠진 것을 보니 기분이 이상하더라.


난 너의 그 이빨을 버리지 않고 깨끗하게 씻어서 어딘가에 놓았어.

그런데 개는 개더라.


늙었어도 후각은 여전했던 너.

자꾸 어딘가의 냄새를 맡는 모습을 봤었지.


바로 네 이빨을 내가 숨겨놓았던 곳을 말이야.

그래서 난 다른 곳으로 숨겨 놓았었어.


나도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몰라.

그냥... 언제 떠날지 모를 너의 흔적을 간직하고 싶었나 봐.


얼마 후에 너를 떠나보낸 날.

내 꿈에 꼬맹이 네가 나타났었어.


네가 평상시에 좋아하던 이불 위에서 곤히 자고 있더라.

분명 널 보냈다는 걸 알면서도


꿈에서나마 너를 그렇게 보니까 너무 좋더라고.

그래서 곤히 자고 있는 너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지.


그러다가 순간 잠에서 깼는데...

영화 '파묘"의 한 장면이 생각났어.


한 아이가 돌아가신 할머니의 틀니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 때문에 할머니가 저승에 못 가고 있다는 대사가 생각이 났어.


나는 혹시나 내가 가지고 있는 너의 이빨 때문에 네 별로 못 가는 건가?라는 생각에...

결국 네 이빨을 꽁꽁 싸서 버렸지.


그래서였는지 아니면 내가 꿈에는 한 번 나타나야 하는 거 아니냐고 화내서 그런 건지

그때 딱 한 번 내 꿈에 나타나서는 그 뒤로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어.


현재까지도 말이야.

오늘 언니가 치과를 다녀왔는데 전에 네 이빨이 빠졌던 기억이 떠올라서 적어봤어.


오늘도 추웠는데 내일부터는 덜 춥다고 하네.

네가 있는 별의 계절이 어떤지는 모르지만 너에게 있어 좋은 계절이었으면 해.


늘 건강하고 행복하고 즐겁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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