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 나의 추억인 너.

by 보니또글밥상

꼬맹아, 너의 별에서 아프지 않고 재밌게 잘 지내고 있니?

여기 지구의 시간은 쉬지 않고 흐르고 흘러서 벌써 3월이 되었어.

그리고 네가 없는 두 번째 3월을 맞이했고 또 두 번째 봄을 맞이하게 되는데

이제 시간이 더 지나면 꼬맹이 네가 없는 시간들과 계절들이 많아지겠지?


요새 일하느라 바빠서 너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이 전보다 줄어들었는데

꼬맹아, 혹시 서운했니?

서운했다면 미안해.

너를 생각하고 추억하고 보고 싶은 마음은 변함이 없는데

언니도 이생을 살아가다 보니 너한테 글을 쓰는 시간을 만들지 못했네.

너의 서운함이 여기까지 전달되는 것 같아서 언니의 뒤통수가 따갑더라.

앞으론 어떻게든 틈을 만들어서 너한테 전처럼 자주 소식 전하도록 할게.


오늘 친구를 만났어.

오랜만에 대학로에서 만나서 점심 먹고 창경궁에 가서 산책하기로 했는데

생각보다 바람이 많이 불더라.

햇빛이 있는 곳은 그나마 따뜻했지만 그늘이 진 곳은 겨울 날씨 못지않게 춥더라고.

난 오늘 날씨가 좋다는 기상 예보에 조금 가볍게 입고 나갔고 친구도 역시 가볍게 입고 나왔는데

둘 다 그 옷차림으로 창경궁에서 산책을 했다가는 감기 걸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아쉽지만 벚꽃 피는 4월에 다시 만나서 그때 창경궁을 산책하자고 했지.

그러다 보니 좀 일찍 헤어지고 집에 오는데 보호자랑 산책을 하는 강아지를 보게 되었어.

난 늘 그랬던 것처럼 그냥 지나치려는데 갑자기 그 강아지가 날 보더니 가던 산책길을 멈추고 나를 향해서 끙끙대는 거야.

순간 '나한테 아직도 꼬맹이 네 냄새가 나나?'싶었지.

끙끙 거리며 나에게 오려는 강아지 때문에 보호자분은 좀 당황한 것처럼 보였어.

난 그 강아지한테 가볍게 손을 흔들었고 보호자분께도 눈인사를 했는데 이런 경우가 없었던 건지

보호자분은 얼른 그 강아지를 다른 곳으로 이끌고 가더라고.


그 강아지는 보호자랑 다른 방향으로 가면서도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다가 이내 보호자분과 사라졌어.

그 모습을 보니 아...

갑자기 꼬맹이 네가 너무 보고 싶은 거야.

그래서 사진첩에서 사진 하나 골라서 제미나이한테 귀엽게 만들어 달라고 했더니

리본을 단 모습으로 바꿔 준거 있지?

꼬맹이 네가 보기엔 어때?

마음에 드니? 음... 난 귀엽고 예쁘더라.

꼬맹이 너도 알다시피 넌 무조건 예쁜 존재였잖니...

네가 아파서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그럼에도 넌 나에게 너무 예쁜 존재였어.

나의 사랑, 나의 추억인 너.


누가 보면 이성에게 사랑 고백하는 줄 알겠다.

그리고 고작 무지개다리를 건넌 반려견한테 이런 글을 쓴다고 누군가는 비웃을 수도 있지만

반려동물을 키워본 사람들은 알 거야.

종은 다르지만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그리고 존재만으로도 벅찬 감정을 느끼게 한다는 것을 말이야.


오늘 그 강아지가 인상 깊게 남아서인지 이렇게 꼬맹이 너한테 오랜만에 편지를 써본다.

이제 봄꽃들이 피기 시작할 거야.

그때 매화, 홍매화, 벚꽃, 목련, 개나리, 진달래 등등등 꼬맹이 네가 지구에서 봄을 맞이할 때마다 봤던 꽃들을 사진에 잘 담아서 보여줄게.

조만간에 보여줄 테니까 딱 기다려!!^^

그리고 가끔은 너의 별에서 나를 종종 내려다봐주고, 알았지?


가슴속에 너를 품고 살아가는 지구인이 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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