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풀 뜯어먹는 소리... 풀을 뜯어먹던 꼬맹이.
여름 즈음이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시댁 선산에 널 데려간 적이 있었어.
전라도 장성이었는데 꽤 먼 거리였는데 넌 차를 잘 타는 개라 멀리도 안 하고 차에서
쌔근쌔근 잠을 참 잘 잤었어.
언니가 전에 키웠던 다른 개들은 차만 타면 멀미를 해서 차에 태우고 가는 걸 거의 못했는데
넌 신기하게도 차를 잘 탔고 차 타는 걸 즐겼었지.
아무튼 너를 태우고 시댁 선산에 갔었는데
넌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도시와 다른 공기도 느끼고 연신 풀밭도 신나게 밟고 다녔어.
행여나 네가 낯설어하지 않을까 걱정했었지만 그건 언니의 기우였어.
넌 정말 잘 돌아다니더라.
그리고 풀도 뜯어먹고...
"개가 풀 뜯어먹는 소리 한다" 또는 "개풀 뜯어먹는 소리 하네"라는 말 들어본 적 있니?
그 뜻은 '너무나 황당하게 여겨지는 말이나 이야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뜻하는 관용구인데
난 네가 나랑 산책하면서 주변의 풀들을 곧잘 뜯어먹는 걸 종종 봤었어.
그런데 개들이 풀을 뜯어먹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고 하더라고...
속이 안 좋을 때 토하기 위해서 풀을 뜯어먹는대.
그런데 꼬맹이 너는 풀을 뜯어먹어도 토한 적이 없었거든?
아마도 호기심에 풀을 뜯어먹었나 봐.
넌 풀을 뜯어먹었어도 건강했었지.
똥도 아주 잘 싸고~^^
그리고 정약용 생가터에도 너를 데리고 갔었어.
추석 즈음에 널 데리고 갔었는데 그때 찍은 가을 하늘이야.
멋지지?^^
마치 한 폭의 그림같이 보이지만 실제로 언니가 찍은 사진이야.
너에게도 그 사진을 보여줬었는데 기억은 나니?
산책을 좋아하던 너였기에 산책을 하다가 너를 보면 넌 밝은 표정이었어.
어쩌면 많이 걷다 보니 힘들어서 헥헥 거리는 표정이 인간인 내가 보기에는 웃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더라도 너의 표정은 밝아 보였었어.
너와 낯선 곳을 걷는 느낌은 좋기도 했고 행복하기도 했어.
너와 함께 한 17년 동안 너와 나는 얼마나 많은 산책을 했을까?
네가 건강하고 깨발랄하던 시절에는 매일 같이 산책을 했었는데 그 시간을 환산하면 아마도
꽤 될 것 같아.
가끔은 언니가 일 때문에 바빠서 너를 산책 못 시키는 날도 있었지만
그래도 되도록이면 언니는 널 산책시키려고 노력을 많이 했었어.
언니가 너한테 기울인 노력을 넌 과연 알고 있을까?
"아이고, 생색은..!! 알고 있거든요"
라고 넌 새침하게 토라진 듯 살짝 눈 흘기며 쳐다보겠지?ㅎㅎ
저 사진은 작년 사진인데 내가 자꾸 네 앞에서 왔다 갔다 하니까 날 저렇게 쳐다보고 있는 너의 표정에서 느껴지는 한심함...
언니가 그렇게 한심해 보였니?ㅎㅎ
네가 언니를 어떻게 생각해도 좋으니 널 한 번만이라도 다시 쓰다듬어보고 안아보고 싶다.
이젠 꿈에서만 바랄 수 있는 일이 되어버렸지만 넌 야속하게도 언니꿈에 안 찾아오더라.
하지만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언니를 잊고 있을 만큼 네 별에서 신나게 즐겁게 행복하게 지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스스로 위로를 해본다.
오늘도 꼬맹이가 행복하길 바라는 언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