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은 날짜를 보니 2016년 즈음인 것 같다.
2016년 도면 꼬맹이 너도 제법 나이가 있는 편이었을 텐데 사진상으로는 그렇게 나이가 들어 보이지는 않네.
너도 네가 있는 별에서는 동안이라는 소리를 듣는지 갑자기 궁금해졌어~^^
치매가 온 후 너의 수척해진 모습만 매일 보다가 가끔 이렇게 너의 어릴 때 사진 또는 젊었을 때의 사진을 보면 반갑기도 하면서 때론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아마도 잊힌 기억들이 소환되면서 생기는 간극 때문인 것 같아.
그건 그렇고 넌 어떻게 지내고 있어?
언니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는 내가 굳이 말 안 해도 꼬맹인 너는 다 알고 있지?
매일 언니가 뭐하는지 내려다보고 있을 거 아니니?
언니만의 상상일 수도 있겠지만
언니의 일거수일투족을 넌 다 세세히 알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자꾸 드는 건 너하고 지낸 시간들이 길어서 일거야.
너의 눈만 봐도 네가 뭘 원하는지 단박에 언니는 알 수 있었고 너도 아마도 내 눈을 보면서
언니가 뭘 말하고 싶어 하고 뭘 원하는지 알았을 거라고 생각해.
그만큼 서로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 깊었다고 할 수 있었겠지?^^
이 사진에서도 넌 명품 꼬리를 살랑거리고 있었네?
이런 사진들이 제법 있던데 언니가 잘 정리해서 종종 올리도록 할게.
너도 너의 어릴 적 모습들이 보고 싶을 때가 있을 거 아니니?^^
언니가 가끔 이렇게 너에게 보내는 편지나 글을 쓰게 되면 살포시 놀러 와서 보고 가.
넌 다양한 눈빛을 가졌었어.
때론 아련하게 어딘가를 바라보기도 했고 때론 똘망똘망한 눈으로 무언가를 호기심 있게 쳐다보곤 했었지.
까만 우주가 담긴 너의 눈.
때론 사람의 눈보다 동물의 눈을 바라볼 때 더 깊은 심오함이 느껴질 때가 있었는데 난 너의 눈을 보면서 그런 느낌을 종종 받곤 했었어.
저 사진을 찍을 때도 넌 무언가를 응시하고 있었는데 그 순간을 포착해서 찍었었지.
넌 그때 무엇을 보고 있었을까?
분명 나라고 생각해!!
왜냐고?
내가 나를 쳐다볼 때 찍었다고 생각하고 있거든.
"아이... 참... 착각도 자유라지만... 언니를 쳐다보고 있는 거 아닌데..."
라고 말하기 있기, 없기.. 없기!!
이젠 날씨도 점점 온화해지니까 보호자와 개가 같이 산책하는 장면들을 많이 보게 돼.
오늘도 많이 봤고...
나도 널 데리고 산책 많이 나갔었는데...
만약 언니하고의 산책이 그리우면
조만간에 언니의 꿈속에 찾아오도록 해.
네가 좋아하던 산책길로 언니가 널 데리고 나갈 테니까.
너와 산책하면서 너와 발을 맞추며 너의 똘망똘망한 눈을 다시 보고 싶다.
매 순간이 네가 그리운 언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