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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 Aug 15. 2020

편협해진 마음 (2)

그냥... 나중에 보자

"괜찮아? 몸 좀 어때?"


친구가 내게 건네는 그 질문에 다잡았던 정신이 무너지고 마음 깊은 곳에서 날카로운 가시가 별안간 솟구친다.


'괜찮냐고? 너 같으면 괜찮겠니?'


내 마음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너 같으면 괜찮겠냐고.




지인들은 나를 격려하거나, 슬픔을 나누기 위해, 혹은 궁금증 해소를 위해 꾸준히 연락 해왔다.

대부분의 친구들은 조심스럽고 조용히 나를 응원해 주었지만 개중에는 내 속을 뒤집는 일도 있었다.


나도 아직 모르는데 암의 기수를 자꾸 묻는 이도 있었고 내 증상과 비슷하다며 자신도 암이면 어쩌나 걱정하는 이도 있었다.


누군가는 피검사 수치가 조금 안 좋게 나왔다며 자신의 걱정스러운 몸상태를 굳이 알려왔고, 한두 명은 연락할 때마다 울어서 (눈물을 애써 참고 있던)내게 두통을 가져다 주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내가 속한 단톡방에서는 화창한 봄 날씨 같은 그들만의 이야기가 피어올랐다.


그렇게 위로라는 이름을 가진 말에 몇 번 상처를 받다 보니, 나중에는 사소한 말 한마디의심과 적대심이 생겨났다.


대체 무엇이 궁금한 걸까?

내 생각은 하면서 말을 하는 걸까.

혹시 내가 암환자라는 사실을 보면서 본인의 행복을 찾으려는 것일까?


이런 의문 따위를 던지며 그들 모든 위로를 거부했고 철저하게 왜곡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요즘은 의학이 발달해서 암은 아무것도 아니래. 괜찮을 거야."라는 위로에는 '이렇게 의학이 발달했으니 그럼 너도 한번 걸려보든가.'라든지, 

"수술하면 괜찮을 거야. 항암 하면 되지."라는 말에 '수술이 쉽니? 글구 나는 항암 결정된 것도 아닌데 왜 벌써부터 항암을 하래' 같은 식이었다.

...

...

...



속으로 그들의 말에 헛웃음을 치고 비아냥거리긴 했지만 사실 나는 알고 있었다. 그들은 잘못이 없다는 것을.


원래 남의 암은 내 감기만도 못하다 했다.

본인이 겪어보지 않았으니 어찌 알까.


친구가 암에 걸렸다는데 모른척 할 수도 없는 일.

나 같아도 내가 아는 모든 언어를 사용해 슬퍼하는 친구를 위로했을 것이다.

설령 그 사람아픔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도 말이다.


이렇듯 알고 있는데.. 너무나 잘 알고 있는데. 

그런데도 마음이 편협해지는 것을 도저히 막을 수가 없다.


나의 지금이 너무 아프고 힘든 것을, 내게는 위로를 받아들일 마음의 여유 따위 없는 것을.


러다 문득, 편협한 마음으로 친구들을 바라보고 있는 내가 너무 싫어졌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내 마음이 왜 이리 옹졸해진 걸까.

더 이상 미워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을 미워하는 나 자신에게도 더 이상 화를 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다짐했다.

 

이 못난 마음을 끊어낼 수 없다면 차라리 혼자가 되겠다고.


그리고 친구들의 에 답장을 보냈다.


"당분간 연락 못할 것 같아. 내가 지금 너무 힘드니까. 나중에 괜찮아지면 연락할게." 


...


그렇게 나는 모든 사람과의 연락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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