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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 Aug 07. 2020

불안의 결과

공황장애

새벽 2시. 꼿꼿한 자세로 소파에 앉아 불이 꺼진 공간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세상 참 고요하다. 어쩌다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만이 요란하게 들려왔다.

'이제 슬슬 자고 싶은데...'

안방으로 들어가 곤히 자고 있는 남편과 아이를 내려다보았다. '평화롭게 잘 자고 있구나.'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안방에서 나온 뒤 어두운 거실을 지나 작은방으로 갔다.  

바닥에는 아이 책과 장난감들이 질서 없이 널브러져 있다. 그것들을 주섬주섬 치우고 이불을 펼친 뒤 천장을 보고 누웠다.


'오늘은 제발 잠 좀 자게 해 주세요.'


이대로 아침까지 잘 수 있기를 바라며 각오하듯 눈을 감았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숨이 막혀왔. 너무 놀라 눈을 번쩍  순간 천장이 내려와 나를 짓눌렀다. 뒤이어 양옆에 있던 이 파도처럼 밀려와 내 몸을 조여왔다.


'무거워. 답답해.'


나의 폐에는 더 이상 공기가 들어오지 않았고 금방이라도 숨이 멈춰버릴 것 같았다.

몸부림치고 싶지만 희미한 소리 하나 낼 수 없다. 눈만 뜨고 있을 뿐 내 몸은 마치 시멘트처럼 굳어있었다.


'숨막혀!'


어둠 속에서 격렬하게 눈을 깜빡인 다음에야 나는 큰 숨을 쉴 수 있었고 천장과 벽은 제자리로 돌아갔다.


'오늘도 잠 다 잤구나.'




암 진단을 받은 후부터 공황장애가 생겼다. 

내 병기가 초기인지, 중기인지, 말기 인지도 모르는데 공황장애라니... 나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낮이고 밤이고 찾아오는 증상 때문에 2시간 이상 잠을 잘 수 없었고 천장과 벽이 덮쳐오는 공포에 편히 누워 자는 것 또한 포기했다.

(그렇게 나는 확진 후 수술 전날까지 한 달간 거실 소파에서 잠을 잤다.)


하루 종일 속이 울렁거려 물만 마셔도 헛구역질을 했다. 심장이 갑자기 미친 듯이 뛰어 몇 초간 숨을 쉬지 못했고 그럴 때마다 식은땀이 차갑게 느껴졌다.

이러다 심장마비로 죽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                                                          

...


극심한 공포와 불안은 내 몸을, 내 정신을 흐트러뜨렸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불안하냐고 사람들은 묻는다.

그들은 모르겠지만, 내가 가진 불안의 이유는 아주 많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잠식 정도가 아니라 한순간에 삼켜진 내 영혼은 언제쯤 평온에 내뱉어질까.


극심한 불안의 결과인 공황장애.


이 놈. 없앨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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