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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 Aug 14. 2020

다음 글을 올리기 전 하고픈 말

이쯤에서 잠시 쉬어가려고요. 

안녕하세요. 하나(작가명)입니다. 

우선, 많이 부족한 제 글을 읽어주시는 한분 한분께 정말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처음 글을 올릴 때는 '암환자가 한 명이라도 내 글을 보고 공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어요.

암진단 당시 다른 환자들의 글을 읽고 심리적으로 도움을 많이 받았기에 저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거든요.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또 있구나... 그런 거요.)


저는 현재 "자칭 나이롱 암환자"입니다. 몸의 장기 일부를 내어주었을 뿐 지금은 건강하기에 스스로를 그렇게 부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단 당시만 해도 저는 나이롱 암환자가 아니었어요. 심신이 무척 힘들었습니다.

지금 제 브런치에는 그때의 심경을 담은 글을 올리고 있기에 많이 어둡고 우울한 글일 겁니다. 

그러다 보니 조금씩 걱정이 되더라고요.


'글을 쓸 때 참 힘들었는데... 읽는 사람도 힘들지 않을까..'




저는 처음 글을 쓸 때 참 힘들었습니다.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다 지난 일이라고. 이제는 마음 밖으로 꺼내보아도 될 거라 생각했어요. 

근데 아니었나 봅니다. 글을 쓰다 보니 예전의 감정들이 너무도 생생하게 올라와 매일 악몽을 꿨어요. 

암선고를 받던 그 날의 진료실, 울부짖던 나의 모습, 수술실의 천장... 그리고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재발의 어느 순간... 등이 반복되어 꿈에 나오더군요.

2주 동안 매일 악몽을 꾸었고 결국 글 쓰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마음을 치유하고자 쓰는 글에 다시 마음이 베이는 기분이었어요.

나이롱환자라 생각했는데... 몸은 나이롱인데 마음은 아니었나 봅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고 남편이 다시 글을 써보라 하더군요. 도망치지 말고 그때의 감정에 맞서라고요.

상처를 꺼내어 써내려 가다 보면 언젠가 그 상처도 희미해질 거라고. 그게 치유라고.

그래서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고 자꾸 포기하는 저를 붙들기 위해 브런치 작가에 신청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글을 올리다 보니 위에 말한 것처럼 걱정이 되더군요. 


나의 부정적인 감정이 내 글을 읽는 누군가를 피곤하게 하지는 않을까...

힘든 시기를 겪고 있을 암환자들에게 오히려 상처를 주지 않을까... 

정말 이런 글을 써도 될까...


철저하게 "암환자 하나"로서 쓴 글이라 저의 넋두리가 누군가에겐 힘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이라도 그만둬야 하나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하곤 해요. 

그러나 아직 하고 싶은 말이 많기에 염치없게도 포기를 못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걱정스러운 마음을 안고 올리게 된 다음 글의 제목은 <편협해진 마음> 입니다. 

막상 이 글을 발행할 생각을 하니 당시 저의 마음을 들키는 것 같아서 많이 부끄럽고, '이 글을 읽고 혹시 상처 받는 이가 생기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참 많이 듭니다. (위로하는 분들, 위로를 감사히 받는 분들요...)


매일 많은 사람들이 누군가를 위로하지요. 저 또한 누군가를 위로하고요. 그렇기에 더 조심스러운 글이었습니다. 위로라는 고마운 마음을 고작 글자 몇 개로 퇴색시키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

글을 뒤로 빼야 하나, 건너뛰어야 하나...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애초에 제가 글을 쓰기로 결심한 이유가 '남들은 모르는 이런 감정들' 때문이었기에 창피함과 죄스러움을 모른척하고 올리려 합니다. 

이런 감정들을 숨긴다면 제 글의 진실성을 숨기는 것 같아서요..


다만, 부디 제 글들이 나중에라도 누군가에게 상처로 박히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동안 부정적인 글들만 주구장창 쓰던 저에게 좋은 말씀 해주신 분들이 계셨기에, 문득 너무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런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모든 위로를 감사한 마음으로 받고 있어요.)

앞으로도 부정적인 감정의 이야기들이 자주 나올 것 같습니다.. 만, 적당히 감정을 다스리며 쓸 생각입니다. 

치유의 과정을 빨리 쓰고 싶은데 저에겐 글 쓰는 게 너무 어렵고 오래 걸리는 일이라...흠...

제 글을 읽고 혹시 피곤함과 우울감, 무기력함을 느끼신다면 신나는 다른 글도 찾아읽어주시길. 간절하고 강력히 추천하는 바입니다. 


그동안 제 글을 읽어주신, 그리고 앞으로 읽어주실 한분 한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추신 : 남편은 제 글을 읽지 않아요. 브런치 작가가 된 것은 알려줬으나 읽지 않더군요. 구독도 안 해요.

왜 안 읽느냐 하니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서 싫다 합니다. 괴롭대요. 그러면서 저한테는 글 쓰라고... 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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