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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미 Jun 02. 2021

독립을 해야겠어!

부모님에게서 독립하겠다고 결심한 순간

2020년 설 연휴, 가족들과 시간을 보낸 나의 결심은 독립이었다.


독립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사실 별 게 아니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설 전날, 우리 집은 제사 준비에 한창이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명절에 친척들이 모이지 않은지 오래되었지만 큰집으로서의 의무감인지 습관인지 우리 부모님은 명절에 꼭 제사를 지낸다.


난 엄청난 바깥순이라 평소 집에 잘 붙어있지 않는데 제사 준비를 위한 집 청소를 하면서 오랜만에 집을 둘러보았다. 20년간 우리 가족과 같이 늙어간 집이기에 손댈 곳이 여러 군데 보였다. 벗겨진 장판과 벽지는 물론이고 잡동사니를 처박아 둔 서랍, 손은 커녕 눈길 준지 한참 된 물건들도 신경이 쓰였다. 자연스럽게 우리 가족은 다 함께 집 정리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고 그러면서 투닥투닥 전형적인 가족싸움이 시작되었다.


"책상 좀 정리하지 그래?"

"피아노랑 전집을 먼저 버려야지!"


결국 독립할 때도 낑낑 싸매고 온 나의 책들

엄마는 내 전공 서적이나 학생 때 쓰던 교과서를 정리하길 원했고 나는 피아노와 세계사, 위인전 전집을 버리기를 원했다. 엄마가 쓸모없다고 생각한 내 책은 내가 학생 때 껴안고 쓰던 책들과 교과서들이었다. 물론 이젠 들춰 본 지 10년은 넘은 것들이지만 그렇다고 이걸 버릴 수는 없었다. 책들은 나에게 단순한 물건이 아니고 나의 노력과 추억이었다.


내가 버려야 한다고 생각한 피아노와 전집 역시 언제 열었을지도 모르게 그 위에 먼지가 소복이 쌓여있었다. 우리 삼 남매가 어릴 때 엄마가 큰 맘먹고 비싸게 구입한 물건들이다. 엄마가 피아노와 전집들을 버리기 싫어한 이유는 내가 애정 하던 학창 시절 책을 버리기 싫어한 이유와 같은 마음일 것이다.


남들이 보기엔 이해할 수 없더라도 모두들 각자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있다. 다만, 한 집에 산다는 것의 문제점은 이 이해할 수 없는 지점들을 어느 정도 타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치의 양보도 없이 서로의 물건을 버리네 마네 하는 것들로 엄마와 나는 꽤 오랜 시간 다퉜고 엄마가 내 책을 전부 갖다 버린다고 말한 순간, 난 27년간 살던 집과 부모님에게서 독립하겠다고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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